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결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정국의 불안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가 또다시 광장으로 뛰쳐나갔다. 기존의 주말 집회보다 훨씬 강한 긴장감 속에서, 다수의 국민들은 불복과 반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곧 다가올 윤 대통령 탄핵 결정은 대한민국 정치의 향방을 가르는 중대한 분기점이다. 여기에 3월 26일로 예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판결도 이 대표 본인은 물론 민주당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변수다. 두 사건 모두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사안이며, 그 결과에 따라 국가적,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할 수 있다.
한국리서치 등 4개 기관이 공동으로 지난 13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탄핵 심판 결과가 내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는 답변이 54%였고,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42%에 달했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사법부의 판결에 승복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이는 사회적 불안과 폭력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헌재 앞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로 4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던 사례가 있다.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고 날이 서있다.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조기 대선이 정상적으로 치러질지 장담하기 어렵고, 기각된다면 국정 운영 자체가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내전이 현실화될 위기에 처했다. 어제 만난 광명의 한 택시기사는 “탄핵결정이나 이재명 대표 2심 결과가 나오면 난리가 날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다”면서도 “그래도 나라의 정상화를 위해 일단 탄핵이 인용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법부 결정 앞두고 극한 대립...불복과 혼란 멈춰야
이런 망국적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법치와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겸허히 수용해야 하며, 이재명 대표는 헌재 결정 수용과 함께 항소심에서 1심과 유사한 유죄가 확정되면 법원 판단을 존중하며 정치적 거취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법부의 판결을 따르는 것은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책무이자 국민 통합을 위한 첫걸음이다.
국민의 다수는 이미 윤 대통령의 실정과 독단적 국정 운영, 반헌법적 계엄 시도로 인해 정권을 심판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아직까지 직접 헌재의 결정에 승복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한 방송사 유튜브 채널에서 헌재 결정에 대해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속내는 탄핵 기각을 인정할 수 없는 듯하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탄핵이 기각되면 계엄 선포를 용인하는 것"이라며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 대표도 헌재 판결은 물론 자신의 항소심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야 어떤 결론이 나오든 극단적 상황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는 정당이라면,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 3년간 상대를 서로 인정하지 않고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대한민국 정치를 극단적인 대립과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런 적대적 관계를 끊지 못한 채 여전히 그 연장선상에서 여야 모두 헌재의 결정을 앞두고 불복을 예고하는 듯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측과 국민의힘, 보수인사들은 '내전' '테러' '국민저항권' '헌재 박살' 등의 극단적 발언과 함께 헌재 앞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측은 '천막 농성' '삭발 단식'과 함께 거리 투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 앞에 승복 선언하고 정치적 책임 다해야
하지만 마땅한 중재 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다. 여야는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열차처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로 정치인들이나 시민사회도 이 갈등을 해결할 힘이 없다. 지난 10일 정치 원로들이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라고 국회에 촉구했지만 여야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나마 대한민국이 극단적인 혼란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윤석열과 이재명, 두 지도자의 결단이다.
윤 대통령은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승복선언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 대표와 민주당도 헌재 결정과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승복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리고 양측 모두 지지자들의 과격한 집단행동을 자제시키는 충정어린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야 한다. 헌재 또한 ‘총체적 혼돈’에 빠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조속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치 지도자라면 사법부의 판단이 어떤 방향으로 나오든 불복과 혼란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어떤 판결이 나오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존중하겠다고 국민 앞에서 약속해야 한다. 여야 정당도 국회 차원에서 함께 동참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혼란에서 구하는 길이며, 지도자로서의 최소한의 책무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한 두 지도자의 결단을 촉구한다.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경기 광명시장 [사진=양기대 전 의원]](https://image.inews24.com/v1/a473b71cc2af1f.jpg)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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