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론은 '정화(淨化)'의 대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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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지난 9일 '신남성연대 배인규 "백골단 결성 반대한다…2030 여론과 무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등장한 이른바 '백골단' 논란과 관련해, 당시 한남동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던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와 지지자들의 의견을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자수첩 [사진=아이뉴스24DB]

기사가 출고될 당시 배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신남성연대)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던 중이었다. 이후 해당 기사를 확인한 배 대표는 "탄핵에 반대하는 2030 지지자들이 백골단으로 매도되면 안 된다"며 백골단 관련 기사 링크를 공유해 시청자들에게 댓글 작성을 유도했다. 당시 배 대표는 "지금 쏟아지는 뉴스 기사를 모두 (댓글로) 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해당 기사는 출고 1시간도 지나지 않아 2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배 대표는 이후에도 텔레그램·카카오톡 단체방을 활용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지지자들에게 '댓글 정화'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류·좌파 언론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2030의 목소리를 왜곡한다'는 게 명분이었다.

그는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관련해서도 '시위 참가자들의 얼굴이 확인(채증)될 수 있으니 유튜버들은 영상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 문제가 됐다. 그러나 배 대표는 "평화시위만 주장해 온 나를 왜곡했다"며 관련 기사를 또다시 '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도 여론을 '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카카오톡 등으로 계엄사태 관련 허위정보(가짜뉴스)를 전달하는 경우 '내란선전죄'로 고발하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가짜뉴스는 당연히 감시해야 하지만, 이용자들의 '단순 공유' 행위도 처벌한다면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민주당은 아울러 지난 20일 '여론조사 검증·제도개선 특위'를 발족해 의심되는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의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이런 건 안 했으면 좋겠다"며 우려를 표했다.

허위보도와 편향적 댓글, 왜곡된 여론조사는 국민의 알 권리를 방해한다는 측면에서 규제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와 댓글, 여론조사를 무조건 '왜곡'이라며 정화하겠다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더구나 그들이 '가짜'라고 주장하는 근거도 빈약하다. 여론조사의 경우 오죽하면 민주당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의 여론조사(여론조사꽃)에서도 여당 지지율이 대폭 상승해 김 씨가 머리를 쥐어뜯었을까? 여야와 보수·진보 인사모두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건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참고로 댓글·기사와 관련해 말하자면, 네이버 포털뉴스 기준으로 댓글수와 조회수는 비례하지 않는다. '댓글이 많아도 조회수는 높지 않은 경우'도 있고, '댓글은 별로 없는데 조회수가 많은' 기사도 있다. 체감상 후자가 훨씬 더 많다. 지난 9일자 배 대표의 기사는 미안하지만 '전자'에 해당한다. 진실은 어쩌면 '침묵하는 다수' 속에 있는 것 아닐까.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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