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회적 타살' 저지르는 나르시시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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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신수정 기자] 인간이라면 응당 느끼는 감정이 있다. 남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일처럼 딱하고 가엾게 여기는 동정과 연민이다. 그런데 이것이 결여된 채 나르시시스트에 빠진 이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 피해자를 욕하고 조롱하면서 2차 가해를 저지르고는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은 하고 사는 시니컬한 독설가'쯤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지난해 12월 29일 전국을 슬픔에 빠트린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다. 해당 사고로 항공기 기체는 충돌 후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다. 전체 탑승자 181명(승객 175명·승무원 6명) 중 승무원 2명만이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를 허망하게 잃은 사람들에게 마음껏 슬퍼할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참사 원인 규명 등의 현실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그들을 제일 괴롭히는 것은 바로 악성 댓글이었다. 가슴을 찌르는 화살들이 유족들을 향했다.

온라인에서는 희생자와 유족들을 모욕하는 악성 댓글이 이어졌다. 특히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유족들만 횡재했다, 보상금 받을 생각에 속으로는 싱글벙글일 듯"이라는 조롱 글은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해당 글을 올린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30대 남성은 "뉴스를 보다가 별생각 없이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너무나도 가벼운 이유였다. 유족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이는 과도한 자기 과시와 주목 욕구에 사로잡힌 나르시시스트들이 '다른 사람들은 하지 못하는 속 이야기를 나는 밖으로 내뱉었다'는 기분을 만끽하며 온라인상에서나마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뽐내고 싶어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된다.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는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자신이 늘 옳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본인보다 아래에 있거나 지위가 낮은 혹은 친구나 가족이라도 자기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상대를 찾아 약점을 조종한다. 책임감과 공감력 또한 낮다"면서 "사이코패스보다 나르시시스트가 더 위험한 유형의 사람일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신나게 악성 댓글 세례를 쏟아냈던 나르시시스트들은 아마 지금도 자신이 저지른 '사회적 타살'은 잊은 채 떳떳하게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목표물을 찾아 같은 잘못을 반복할 것이다.

이들에게 상처를 입은 유족들을 위로하는 길은 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처벌에서 시작된다.

또한 다른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패륜적 게시물 게시자와 동조자들을 영구적으로 차단해 그들의 마이크를 빼앗는 커뮤니티, 온라인 사이트 등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의 역할도 중요하다. 나르시시스트의 힘을 키워주는 '관심과 반응'을 지양하고, 재빠른 신고로 그들의 글이 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루빨리 피해자들은 온전히 위로와 동정을 받고, 가해자들에겐 차가운 법의 심판만이 있는 세상이 찾아왔으면 한다.

/신수정 기자(soojungs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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