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대변혁] ②"내 사건 어디로 갔어?"...베테랑 수사관도 "감 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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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경찰 수사 대상 겹쳐…죄명만으론 담당 확정 어려워
'사기죄' 5억 넘어도 관할 모호…중수청서 수사여부 따져봐야
KICS 있다지만 등록 안 하면 그만...올 12월까지 일부만 가동
사건 관계인들 변호사 의존도 가중...'고소사건 기피' 변호사도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사건이 경찰로 이송되거나 다른 부서에 재배당되면 당사자에게 안내 문자가 갑니다. 검찰에서 처리될 줄 알았던 사건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기관으로 넘어갔다는 문자를 받게 되는 것, 아마 10월 2일 이후 형사사건 관계자들이 가장 먼저 체감할 변화일 겁니다."

'10월 2일 수사 대변혁'에 따른 사건 이송 통지이해를 돕기 위한 그래픽 [사진=최기철 기자]
'10월 2일 수사 대변혁'에 따른 사건 이송 통지이해를 돕기 위한 그래픽 [사진=최기철 기자]

얼마 전까지 수도권 지방검찰청 지청장으로 근무한 A변호사는 국민이 형사사법체제 대전환을 문자메시지를 통해 가장 먼저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에서 해결될 줄 알았던 사건이 검찰청 폐지와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다시 시작된다는 사실에 국민이 얼마나 놀랄지 걱정이라는 말도 했다. 지청장 출신의 또다른 변호사 역시 "당장 내가 고소인이거나 피의자로 조사받는 중이었는데, 지금도 사건 처리가 너무 지연돼 울화통이 터지는 지경에서 내 관련 사건이 어디로 날아갈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서 사건 당사자들이 확인해야 할 기관도 달라졌다. 검찰에서 수사하던 사건 가운데 추가 수사가 필요한 사건은 경과조치와 수사대상에 따라 처리 경로가 갈린다. 경찰이 수사하던 사건도 중수청과의 통보·이첩 절차를 거쳐 담당 기관이 바뀔 수 있다. 대검찰청이 지난달 3일 발표한 통계를 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검찰이 기소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미제사건은 총 16만 5020건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 출신인 손영배 변호사(법무법인 YB파트너스 대표)는 "중수청이 수사하는 중대범죄는 그 사건 관할이 경찰과 중수청 사이에 배타적으로 구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중수청이 선택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사건은 왜 중수청에서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왜 경찰에서 수사하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형사사건을 많이 다루고 있는 정원석 변호사(법무법인 위너스)도 "국민 입장에서는 중수청과 경찰 관할이 많이 헷갈릴 것이다. 다수 피해자 사건이나 투자 사건은 수사 중 피해금액이 불어나는 것이 보통인데, 경찰에서 수사하던 이런 사건들을 피해자가 늘어날 경우 중수청으로 모두 이관시켜 할 것인지 여부도 확실해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10월 2일 수사 대변혁'에 따른 사건 이송 통지이해를 돕기 위한 그래픽 [사진=최기철 기자]
2일 개청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중대범죄수사청 민원실에 1호 민원인이 들어가고 있다. 2026.10.2 [사진=연합뉴스]

경찰·중수청, 수사 경계선 '흐릿'...현장 담당자들도 "잘 몰라"

현장에서 형사사건 당사자들을 변호하는 변호사들은 새로 범죄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더 문제일 거라고 했다. 같은 사기 사건도 경찰과 중수청의 수사대상이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소청에서 근무하게 될 전 검찰 수사관은 "20년 이상 사건을 다룬 나조차 이 사건들이 어디로 갈 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했다. 인천지역에서 재직 중인 경찰 간부 역시 "아직 지침을 받은 게 없다"고 했다.

다만 검찰이 수사하던 사건이 2일을 기해 모두 즉시 경찰이나 중수청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이미 수사 중인 사건 가운데 공소시효가 임박했거나 사건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시행일부터 최대 90일까지 종전 규정에 따라 수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 등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뿐 아니라 종전 검찰청법에 따라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한 사건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중수청이 수사하는 범죄는 △국가보호범죄 △부패범죄 △경제범죄 △마약범죄 △방위사업범죄 △사이버·기술유출범죄 △범죄수익 은닉·수수 △법왜곡죄 등이다. 서민 생활과 가까운 경제범죄에는 사기·공갈, 횡령·배임과 금융범죄, 공정거래범죄 등이 포함된다. 경찰이 수사하는 사기·횡령·배임 사건에서 범죄로 얻은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중수청에 통보해야 한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3억원을 사기당했다면 경찰에 신고하면 되는 걸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중수청법 제2조는 형법상 사기·공갈죄와 횡령·배임죄 전체를 '중대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득액이 5억원을 넘는다고 해서 곧바로 중수청 수사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5억원은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사건 인지 사실을 중수청에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기준일 뿐이지 실제 수사기관을 자동으로 정하는 관할선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른 수사기관과 수사 범위가 겹치는 경우에는 사건의 성격과 수사 진행 정도 등을 따져 누가 맡는 것이 적절한지를 중수청이 판단하게 된다. 중수청법 제43조 제3항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도, 그 사건이 중수청의 중대범죄에 해당하고 중수청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중수청장이 이첩을 요청하면 해당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따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반대로 중수청에 고소·고발이 접수된 사건도 내용과 규모 등에 따라 다른 수사기관으로 넘겨질 수 있다.

'10월 2일 수사 대변혁'에 따른 사건 이송 통지이해를 돕기 위한 그래픽 [사진=최기철 기자]
중대범죄수사청 개청 첫날인 2일 대구 남구 대구지방중대범죄수사청에서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6.10.2 [사진=연합뉴스]

중수청에 사실상 '우선 수사권'...이첩 요청 기준 모호

이첩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사건의 중대성뿐 아니라 수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공정성 논란이 있는지, 공소시효가 임박했는지도 고려하게 돼있다. 이미 상당한 조사가 진행된 사건을 옮기는 것이 적절한지도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 중수청법 시행령 제19조에 따르면 중수청장은 다른 수사기관으로부터 서면 통보를 받은 날부터 원칙적으로 7일 이내에 수사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자료 수집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회신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중수청장의 이첩요청권을 두고는 '적절한 경우'와 다른 기관이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의 기준이 추상적인 데다 요청 시기에도 제한이 없어, 중수청이 사실상 우선수사권을 행사하거나 기관 간 사건 선점 경쟁과 '핑퐁'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사전문 변호사들은 경찰이 사건을 중수청에 통보했다고 해서 곧바로 담당 수사기관이 중수청으로 바뀌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통보를 받은 중수청이 사건을 직접 수사할지, 기존 수사기관이 계속 맡도록 할지를 판단하는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중수청이 사건을 넘겨받기로 했다면 실제 기록 이첩과 담당 수사관 배당까지 이뤄져야 비로소 수사 주체가 바뀐다는 게 변호사들 설명이다.

자기 사건이 어디로 갔는지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있다. 형사 서초동에서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A변호사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KS)에 있으면은 어디서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서초동의 다른 사무실을 운영하는 B변호사는 "담당 경찰관들이 등록을 안 하면 검색이 안 된다. 형사사법포탈에도 없다. 변호사가 전화를 해야 등록해주고, 그나마 안 해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다른 말을 했다.

형사사건 정보와 관련해 보다 시급한 문제는 중수청 자체는 물론 경찰과 중수청, 공소청간 시스템 구축이 안 돼 있다는 사실이다.

'10월 2일 수사 대변혁'에 따른 사건 이송 통지이해를 돕기 위한 그래픽 [사진=최기철 기자]
지난 9월 30일 오전 부산 강서구 퍼스트월드브라이튼 건물에 '부산중대범죄수사청' 입주를 앞두고 사무실 조성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6.9.30 [사진=연합뉴스]

중수청, 'KICS' 등 전산체계 미비...최소 2개월간 공백 불가피

2일 공식 출범하는 중수청은 사건 이첩과 접수·배당 등 일부 기능만 갖춘 제한적 범위로 수사업무를 시작했다. 실제 사건처리를 위한 나머지 기능은 오는 12월 초에야 추가로 개통될 예정이어서 출범 초기 두 달가량은 전산체계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된다.

중수청 상위 정부부처인 행정안전부 설명에 따르면, 당장은 다른 수사기관에서 넘어오는 중대범죄 사건을 전산으로 수신하고 사건을 접수해 담당 수사부서나 수사관에게 배당하는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접수된 사건을 수사한 뒤 처리하는 데 필요한 나머지 기능은 12월 초 2단계로 개통하게 된다. 행안부는 개청 시점에 민원·수사·행정 업무를 위한 필수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우선 구축하고 나머지 사무환경 조성도 연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중수청이 사용하는 KICS도 당분간 독자 시스템이 아니다. 중수청은 자체 KICS가 구축될 때까지 기존 경찰청 KICS를 중수청 업무에 맞게 개편해 공동으로 사용한다. 행안부는 자체 KICS를 새로 구축하는 데 3년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산 기능이 완전히 갖춰질 때까지는 일부 업무에서 종이기록이나 수기 방식도 병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수사정보와 보안 문제도 과제로 꼽히지만 행안부는 기관 간 데이터를 엄격히 분리하고 접근 권한을 따로 관리·감독해 다른 기관이 중수청 수사정보에 접근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형사전문 변호사들은 수사 지연 문제가 사건 당사자들을 지치게 하는 것도 문제지만 관할 혼란은 두려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인천지역에서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전 강력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민사도 그렇지만 형사사건은 어떻게 보면 개인의 인생이 걸린 일이 많다"면서 "의뢰인들 중에 상당 수는 자기 사건이 어느 기관으로 넘어갔는지, 어느 부서에 배당됐는지, 담당 수사관이 누구인지를 신속히 알지 못할 때 제일 고통스러워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는 수사 지연 문제와 관련해 결국 새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고 했다.

서초동의 또 다른 형사전문 변호사는 "형사사건 당사자나 관계자들은 수사기관을 부담스러워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자연히 사건을 맡긴 변호사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사관할과 수사지연으로 힘들어하는 당사자나 관계자들이 변호사만 쳐다보게 될 것이고, 의뢰인들에게 시달리는 빈도와 강도가 늘어나게 되면 변호사들 중에는 형사고소 사건을 기피하는 사람들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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