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휩쓴 美 중간선거…데이터센터 속도 조절에 韓 산업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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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하이닉스, 서버 도입 지연 땐 매출 반영 늦어질 수도
배터리, 데이터센터 수요 둔화…전력망용 ESS는 中 대체 수요
전력기기, 프로젝트 발주 일정 변수…송배전망 투자가 버팀목

[아이뉴스24 박지은·송대성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가 국내 반도체·배터리·전력기기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미국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전면 중단될 가능성은 낮지만, 일부 주에서 인허가와 전력·용수 사용 규제를 강화하면 고객사의 투자 계획이 장비 발주와 납품으로 이어지는 시점이 늦어질 수 있어서다.

다만 민주당의 의회 장악만으로 연방정부 정책이 곧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연방 차원의 정책 변화보다 텍사스·조지아 등 주정부와 규제기관의 움직임이 더 직접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폭스뉴스의 선거방송을 지켜보는 공화당 지지자들 [사진=연합뉴스]
폭스뉴스의 선거방송을 지켜보는 공화당 지지자들 [사진=연합뉴스]

5일 산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미국 일부 지역에서 추진되는 데이터센터 인허가 제한과 사업자의 전력망 확충 비용 부담 강화가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을 놓고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는 고객사의 서버 도입 일정에 따라 메모리 납품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배터리와 전력기기도 데이터센터 투자 조정의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전력망 교체·증설과 중국산 배터리 대체 수요가 이를 완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美 데이터센터 규제 변수…삼성·하이닉스 납품 일정 촉각

미국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공급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확대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고객사의 서버 도입 일정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용기 전 아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나타난 블루웨이브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미국의 AI·데이터센터 투자 속도와 수익성에 대한 재평가"라며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중심의 한국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기적인 영향은 데이터센터 입지와 전력 조달, 비용 부담 방식에 따라 기업별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뉴스의 선거방송을 지켜보는 공화당 지지자들 [사진=연합뉴스]
펜실베이니아의 데이터센터 반대 시위 [사진=연합뉴스]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지나 이노호사 당선인은 데이터센터 관련 법률이 마련될 때까지 신규 사업의 인허가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텍사스의 데이터센터 인허가는 이미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현 주지사의 지시에 따라 중단된 상태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 9월 데이터센터가 전력망과 용수에 미칠 영향을 조사하는 동안 환경·전력망 관련 인허가를 보류하도록 했다.

내년 1월 취임하는 이노호사 당선인은 이 같은 조치를 주의회가 전기요금과 용수, 세제 혜택 등에 관한 보호장치를 마련할 때까지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전력망 확충 비용을 부담하고 주민의 전기요금 상승을 막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정부의 규제가 반드시 데이터센터 투자 취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업자가 규제가 덜한 다른 지역으로 설비를 옮기면 미국 전체 서버 수요는 유지될 수 있다. 반대로 전력과 용수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 규모를 줄이면 메모리 주문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인허가가 길어지거나 전력망 확충 비용이 늘어 고객사가 서버 도입을 미룰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납품 일정도 늦어질 수 있다. 주문이 취소되지 않더라도 국내 메모리 업체의 매출 인식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규제가 투자 집행을 늦출 가능성은 있지만 데이터센터 건설이 전면 중단되지 않는다면 반도체 업황과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터리, 데이터센터보다 전력망용 ESS 수요에 무게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정책 변화에 대한 입장 표명에 신중한 모습이다. 생산·투자 지원 유지에 대한 기대와 데이터센터 투자 조정에 따른 수요 둔화 가능성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민주당의 의회 영향력이 확대되면 배터리 관련 세액공제 유지나 확대, 전기차 지원 정책의 회복,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등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규제 역시 국내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한 만큼 어느 정당의 정책이 더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폭스뉴스의 선거방송을 지켜보는 공화당 지지자들 [사진=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김 전 교수는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기존 배터리 생산 및 ESS 투자 지원을 추가로 축소하려는 입법에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면서도 "이미 종료된 전기차 구매 지원을 복원하려면 별도 입법과 대통령과의 협상이 필요한 만큼 긍정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배터리의 용도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김 전 교수는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용과 전력망용 ESS, 데이터센터용 배터리를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에서 ESS와 데이터센터용 배터리로 사업을 확대해 온 만큼 데이터센터 투자 조정은 반도체뿐 아니라 배터리 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은 국내 배터리 업체의 ESS 성장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주된 성장 동력이 신규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ESS보다 연간 약 70GWh 규모의 미국 전력망용 ESS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대체하는 수요에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은 미국 전력망용 ESS 공급망에서 중국산 비중을 줄이는 흐름이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바탕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내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기기, 발주 일정 변수…전력망 교체·증설이 버팀목

전력기기업계는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실제 장비 발주로 이어지는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이 지난 7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맺은 최대 1조1212억원 규모 계약은 전력·배전기기를 함께 공급하는 기본계약이다. 개별 발주는 데이터센터 건설 일정에 맞춰 나눠 진행된다. 사업 추진이 늦어지면 장비 공급과 매출 인식 시점도 조정될 수 있다.

폭스뉴스의 선거방송을 지켜보는 공화당 지지자들 [사진=연합뉴스]
HD현대일렉트릭의 미국 앨라배마 법인 전경. [사진= HD현대일렉트릭]

아직 현장에서 발주 지연이 나타나지는 않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전력기기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발주가 늦어진다는 얘기는 없고 오히려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선거 이후 각 주의 규제 방향과 고객사의 투자 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기기 수요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축은 노후 송배전망 교체와 신규 발전설비 연결이다. 업계에서는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먼저 수주를 끌어올렸고 데이터센터 투자가 여기에 더해진 만큼, 데이터센터 규제가 전체 수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올해 전력기기 신규 수주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6.3% 수준이다. 데이터센터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아직 전체 수주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미국 전력회사들의 설비투자 계획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파워라인스가 민간 전력회사 51곳의 투자계획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2030년까지 계획한 설비투자는 최소 1조4000억달러로 전년 조사보다 21% 이상 늘었다.

결국 국내 전력기기업체의 실적은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뿐 아니라 전력회사들의 송배전망 투자가 실제 발주로 이어지는 속도에 달릴 전망이다.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 자체보다 주별 인허가와 비용 분담 원칙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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