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뿌리를 찾다②-KB] '채널1·2' 국민·주택은행 파벌⋯윤종규 거쳐 통합의 길로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국민·주택은행 출신 갈등, 2014년 KB사태 거치며 정점
회식도 담배도 따로⋯2021년 부회장 3인 체제 '상징성'
통합세대 늘었지만 회장·행장 아직 합병 전 입행자 중심

은행의 역사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누가 자본을 댔고 어떤 은행들이 합쳐졌으며 누가 경영권을 쥐었는지에 따라 오늘날 금융회사의 모습도 달라졌다. 민족자본으로 출발해 일제강점기를 거친 은행이 있는가 하면 서민금융을 위해 설립되거나 인수합병으로 성장한 은행도 있다. 이번 기획 시리즈를 통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되짚는다. 과거의 자본과 인맥, 합병의 역사가 오늘날 지배구조와 인사, 경영 전략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추적한다. 영광과 그늘을 함께 살펴 한국 금융의 현재를 들여다본다.[편집자]
KB국민은행 조직 통합의 흐름.[사진=챗GPT 생성이미지]
KB국민은행 조직 통합의 흐름.[사진=챗GPT 생성이미지]

[아이뉴스24 이도훈 기자] 2001년 국내 금융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해 국내 최대 은행인 통합 국민은행이 출범했다. 법적으로는 하나의 은행이 됐지만 사람과 조직의 통합에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다.

통합 국민은행 조직은 출신 은행에 따라 '채널1·2'로 나뉘었고 인사와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졌다. 2014년 'KB사태'를 거쳐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 체제에 들어서면서 오랜 파벌 갈등은 점차 약화됐다.

'채널1·2' 라인으로 불린 한 지붕 두 가족

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민·주택은행 간 조직문화의 벽은 합병을 준비하던 단계부터 드러났다. 양측 직원들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지만 식사와 회식은 물론 담배를 피울 때도 출신은행끼리 모였다고 한다. 업무 협의조차 출신은행별로 따로 이뤄질 만큼 두 조직 사이의 거리감은 컸다는 게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법적 합병 이후에도 조직문화의 결합은 쉽지 않았다. 국민은행이 2003년 내부적으로 실시한 조직문화 진단에서는 국민은행만의 단일 조직문화가 형성되지 않았고 서로 다른 두 문화가 통합되지 않은 채 혼재돼 있다는 취지의 결론이 나왔다. 2005년 국민은행연구소의 관련 보고서에서도 조직문화 형성과 정체성 확립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담겼다.

출신 은행 구분은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옛 국민은행 출신은 '1채널', 주택은행 출신은 '2채널'로 불렸다. 1998년 국민은행에 합병된 장기신용은행 출신은 '3채널'로 구분됐다. 2010~2013년 민병덕 전 행장 시절에는 옛 국민은행 출신 임원 9명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주택은행 출신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이후 2013년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주택은행 출신이 다시 인사 주도권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KB사태 후 윤종규 회장·행장 3년 겸직…갈등 완화

KB국민은행 조직 통합의 흐름.[사진=챗GPT 생성이미지]
한국주택금고 개점 당시 모습. [사진=KB금융그룹 홈페이지]

출신에 따른 내홍은 2014년 'KB사태' 전후로 격화했다. KB사태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임 회장과 이 행장 측의 갈등이 격화한 사건이다. 은행의 주전산기를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기반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적정성과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만 KB사태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의 직접적인 충돌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임 전 회장은 경제관료 출신이었고 이 전 행장도 금융연구원 등을 거친 외부 영입 인사였다.

문제는 외부 출신 경영진이 조직 내 기반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특정 출신은행 인사들을 중용해온 관행이었다. 회장과 행장이 바뀔 때마다 인사 주도권이 국민·주택은행 출신 사이에서 오갔고 이 과정에서 누적된 반목이 조직 내부의 갈등을 심화시켰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기존 파벌 구조가 사태를 키운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전환점은 같은 해 등장한 윤종규 회장이다. 윤 전 회장은 외환은행과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2002년 통합 국민은행에 합류해 국민·주택 어느 채널에도 속하지 않았다. 특정 은행에 치우치지 않은 이력이 오랜 파벌 갈등을 완화하고 조직 통합을 이끄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윤 전 회장은 성과와 실력, 적재적소를 기준으로 한 공정·투명한 인사를 강조했다. 과거 어떤 인연으로 KB에 들어왔는지보다 KB에서 보여준 성과와 역량으로 평가하겠다는 원칙도 밝혔다. KB사태 이후에는 회장과 국민은행장을 약 3년간 겸직하며 조직과 지배구조 정비에 나섰다.

윤 회장 취임 3년 만에 KB금융 안팎에서는 조직 갈등이 눈에 띄게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같은 해 한국장기신용은행 출신 허인이 국민은행장에 오른 것도 달라진 인사구도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허 전 행장은 국민·주택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3채널' 출신이었다.

허 전 행장의 선임은 국민·주택은행 양대 출신 구도를 벗어난 인사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었다. 윤 전 회장은 허 전 행장 취임과 함께 3년간의 회장·행장 겸직을 마치고 지주와 은행의 경영을 다시 분리했다.

채널은 흐려졌지만…최고경영진 아직 전신 은행 세대

KB국민은행 조직 통합의 흐름.[사진=챗GPT 생성이미지]
양종희 KB금융 회장(왼쪽)과 이재근 차기 KB금융 회장 내정자 [사진=KB금융그룹]

최고경영자 후보군도 점차 다변화됐다. 2021년 말 윤종규 회장 체제에서 장기신용은행 출신 허인, 주택은행 출신 양종희(현 KB금융 회장), 옛 국민은행 출신 이동철(현 여신금융협회장)이 나란히 KB금융 부회장에 오르며 3인 후계 구도를 형성했다. 과거처럼 국민·주택은행 양대 출신의 인사 경쟁만으로 경영진 구성을 설명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시간이 흘러 합병 이후 입행한 직원이 늘어난 것도 조직문화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2015년 국민은행 직원 가운데 합병 이후 들어온 '통합 공채' 출신은 약 22%까지 늘었다. 통합공채 초기 입행자들이 차·과장급으로 올라가면서 일선 조직에서는 출신 은행을 따지는 문화가 빠르게 희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와 같은 출신 은행 간 갈등은 상당 부분 사라졌지만 최고경영진은 아직 합병 이전 세대가 중심이다. 양 회장과 이환주 국민은행장은 모두 주택은행 출신이다. 차기 KB금융 수장으로 내정된 이재근 회장도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했다.

향후 KB 인사의 또 다른 분기점은 국민·주택은행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통합 KB 세대'가 언제 그룹 최상단에 올라서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기자(ldh12@inews24.com)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금융 뿌리를 찾다②-KB] '채널1·2' 국민·주택은행 파벌⋯윤종규 거쳐 통합의 길로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TIMELINE



포토 F/O/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