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자 없는 홈플러스…회생 인가 두 달 만에 다시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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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까지 인수 희망자 없어…상시 접수 전환
매출 목표 미달…대형마트 업황 부진까지 겹쳐
분할 매각도 녹록지 않아…회생 폐지 가능성도 고개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대형마트 사업부와 부동산 매각을 통한 채권 상환을 계획했던 홈플러스가 회생계획 인가 불과 두 달 만에 암초에 부딪힌 모습이다. 영업 재개에 이후에도 점포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대형마트 업황마저 부진하며 인수 후보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직원 급여와 전기요금 지급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새 주인을 찾기 전에 운영자금이 먼저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매각의 대안으로 일부 점포를 떼어 파는 분할 매각이 거론되지만 우량점포가 빠지면 남은 사업의 경쟁력이 더 약해질 수 있다는 딜레마도 있다.

지난달 2일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한 서울 시내 매장. 2026.9.2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일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한 서울 시내 매장. 2026.9.2 [사진=연합뉴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대형마트 사업부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인수의향서(LOI) 접수 기한을 없애고 상시 접수를 받는 쪽으로 방침을 전환했다. 당초 지난달 31일을 접수 기한으로 정했지만 인수희망자가 등장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당초 지난달 말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할 예정이었지만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후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사실상 상시 접수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매각 대상은 현재 영업 중인 대형마트 67개점과 본사, 온라인사업 부문이다. 홈플러스는 이와 별도로 폐점한 자가점포 19곳의 부동산을 매각할 계획이다.

지난 9월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 회생계획을 인가하고 대형마트 사업 매각이 본격화하자 업계에서는 주요 유통기업과 부동산 개발사, 해외 이커머스 업체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홈플러스와 경쟁해온 대형마트 업체뿐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를 추진하는 백화점·이커머스 업체가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인수한 하림그룹도 잠재 후보로 거론됐지만 추가 인수를 공식화한 곳은 없다.

하림그룹 계열 NS홈쇼핑은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1206억원에 인수해 지난 6월 절차를 마쳤다.

지난달 2일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한 서울 시내 매장. 2026.9.2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 상당수 점포가 전기 요금을 내지 못하면서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단전 예고를 받았다. 27일 경기 고양시 홈플러스 매장 출입문에 전기 공급 정지 예정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 인수전이 좀처럼 시작되지 않는 배경에는 홈플러스의 저하된 영업력이 있다. 전국 67개 점포가 지난 8월 영업을 재개했지만 납품업체와의 거래가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아 상품 구색을 회복하지 못했다.

홈플러스 매출은 지난 9월 중순 당초 목표의 약 40%에 머물렀고 10월 초에는 30% 안팎으로 더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 재개 직후 나타났던 이른바 '응원 장보기' 효과도 오래가지 못했다.

인수자는 사업 인수대금뿐 아니라 상품 공급망 복구와 점포 개선, 인력 운영 등에 상당한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정상화에 필요한 투자 규모와 회수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선뜻 인수에 나서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대형마트 업황 전체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인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9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0% 증가하며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성장했다.

다만 지난 3~7월 매월 5~15%가량 감소한 바 있어 최근의 반등을 본격적인 업황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보다 이른 추석 연휴에 따른 명절 특수가 일시적 매출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시장 자체가 정체된 상황에서 납품망과 고객 신뢰를 동시에 회복해야 한다. 기존 대형 유통업체가 인수하면 자사 점포와 상권이 겹칠 수 있고, 신규 사업자는 대형마트 운영 경험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대형마트 67개점의 청산가치는 약 2조1000억원이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인수대금에 정상화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만큼 가격과 거래 조건이 크게 낮아지지 않으면 투자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달 2일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한 서울 시내 매장. 2026.9.2 [사진=연합뉴스]
13일 서울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열린 '우리동네 홈플러스 우리가 살려요'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카트를 앞에 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매각 지연은 홈플러스의 채무 변제계획에도 부담을 준다.

법원이 인가한 회생계획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납품업체에 지급해야 할 물품대금 공익채권은 약 5000억원이다. 홈플러스는 2028년 2월 0.5%, 2029년 2월 20.3%, 2030년 2월 나머지 79.2%를 변제할 계획이다.

폐점한 자가점포 19곳은 2028년 2월까지 매각해 약 1조4192억원을 마련하고 메리츠금융그룹이 보유한 약 1조3000억원의 선순위 담보채권을 갚기로 했다.

대형마트 사업 매각이 성사되면 매각대금을 반영한 변경회생계획안을 마련해 채무 변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반대로 매각이 장기화하면 변제 재원 확보는 물론 현재 영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금 마련도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 홈플러스는 지난달 29일 자금난을 이유로 희망퇴직 절차를 취소했다. 별도 위로금이 없었는데도 약 400명이 신청했지만 미지급 급여와 퇴직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지자 절차 자체를 중단했다.

직원들에게 지난달 30일 지급하기로 했던 8월분 급여 잔여액 75%의 지급도 무기한 연기했다. 일부 점포는 전기요금 체납으로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단전 예고까지 받았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 인가에 앞서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했지만 상품 공급과 급여, 공과금 등을 정상화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납품업체들이 외상거래 대신 선지급이나 현금거래를 요구하면서 같은 매출을 내기 위해 필요한 운전자금도 커졌다.

지난달 2일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한 서울 시내 매장. 2026.9.2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의결을 위한 관계인집회에 회생채권자 및 담보권자가 참석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이에 통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방안이 '분할 매각'이다. 현재 운영 중인 67개 점포 가운데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등 사업성이 높은 일부 점포를 묶어 별도로 처분하는 방안이다.

사업부 전체를 인수하는 것보다 투자 부담이 작고, 인수기업이 원하는 지역의 영업망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 인수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우량점포가 먼저 팔리면 홈플러스에는 경쟁력이 낮은 점포만 남을 수 있다. 점포 수가 줄면 상품 매입 협상력과 물류 효율도 함께 떨어진다.

온라인사업과의 연계도 문제다. 홈플러스는 대형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보다 기존 마트 점포에서 상품을 골라 배송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장보기 사업을 운영해 왔다. 배송 거점 역할을 하는 점포가 분리되면 온라인 서비스망에도 공백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분할 매각은 당장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도 회생계획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부동산 가치가 높은 점포를 먼저 팔수록 남은 대형마트 사업의 매각 매력이 낮아지는 문제도 있다.

일각에서는 잠재적 인수자들이 현재보다 유리한 가격과 조건으로 점포를 확보할 수 있는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회생계획을 이행할 수 없다는 점이 명백해지면 법원이 회생절차를 폐지할 수 있다. 다만 회생절차 폐지가 곧바로 파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폐지 결정이 확정되고 지급불능 등 파산 원인이 인정돼야 법원이 파산을 선고할 수 있다.

파산절차로 전환되면 자산 매각의 목적은 사업 정상화보다 채권자 배당을 위한 청산에 맞춰진다. 이 경우 점포별 매각 가격이나 고용 승계 등 거래 조건이 지금보다 완화될 수 있어 인수 후보가 서둘러 나설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업성이 좋은 점포라도 인수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매각 조건뿐 아니라 상품 공급과 고객 신뢰를 얼마나 회복할 수 있는지가 거래 성사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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