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원료 안 돼"⋯우대만 있고 실효는 없는 정책 [원료 약가 우대의 허점㊤]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원료 직접 생산하는 제약사 제네릭 약값 우대 정책 개선
원료의약품 제조는 별도 계열사가 맡는 경우가 태반
"상당수 제약사 적용 못 받는데⋯반쪽짜리 정책 " 불만 고조

정부가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 육성과 원료 자급화를 위해 약가 우대 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업계는 사실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극히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며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한다. 원료 자급화를 통한 보건안보까지 고려한다면 해당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이뉴스24는 원료의약품 약가 우대 기준의 허점을 짚고 향후 과제는 무엇인지 들여다봤다.[편집자]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정부가 약가 인하 시행의 당근책으로 원료의약품을 직접 생산하는 기업에 대해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가산하는 제도를 시행키로 했지만 정작 업계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시작된 정책이지만 정작 계열사가 생산한 원료는 직접 생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반쪽짜리 정책이기 떄문이다.

제네릭(복제의약품) 이미지. [사진=아이뉴스DB]

원료 자급률 지키자며 개선…'반쪽짜리' 지적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시행된 약가 개편으로 원료의약품 약가 가산 제도가 확대됐다.

원료를 자사에서 직접 생산한 의약품과 국산 원료를 사용한 국가필수의약품의 약가를 68% 수준으로 우대하는 제도다. 정부는 원료 직접생산 의약품의 우대 기간도 기존 1년에서 5+5년으로 늘렸다.

제약사로선 같은 약을 팔더라도 자체 생산한 원료로 만들면 더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

하지만 제도 개편 이후 지난달 국정감사까지 원료 직접생산을 이유로 새로 가산을 받은 품목이 한 건도 없었다.

지난 8월 확대 시행된 원료의약품 약가 가산 제도는 자회사·계열사가 국내에서 만든 원료를 직접 생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완제의약품 품목허가권자가 자사 제조소에서 원료를 직접 합성해야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제도가 확대 시행됐는데도 혜택을 받는 품목이 많지 않은 이유다. 국내 상당수 제약사는 계열사별로 역할을 나눠 완제의약품을 허가받아 판매하는 회사와 원료 생산을 맡은 회사가 별도 법인인 경우가 많다

업계는 현행 기준으로 가산을 받을 수 있는 품목이 100여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전체 5000여개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상당수 제약사가 계열사를 통해 사실상 원료를 자급자족하면서도 막상 약가 가산은 받지 못하는 셈이다.

정부가 업계의 실제 수혜 규모에 대한 실효성 평가조차 없이 제도를 손보면서 시행 초기부터 정책 실패나 다름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알 만한 제약사들 중 상당수는 계열사나 자회사를 통해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며 "이번 원료의약품 약가 우대 확대로 수혜를 받는 기업이 아예 없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추가 보완 없이 이대로 흘러가면 '반쪽짜리 제도'로 남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손질만 거듭하는 제도…실태조사도 없이 시행한 정책 실효성 있나

원료의약품 약가 가산 제도는 완전히 새로운 제도가 아니다.

정부는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때 과거부터 적용됐던 '원료합성 특례'를 폐지하는 대신 해외 의존으로 떨어지는 원료 자급률을 방어하기 위해 약가 가산 방식을 도입했다

이때 혁신형 제약사 제네릭과 원료를 직접 생산한 제네릭은 등재 후 1년간 68%, 일반 제네릭은 59.5%까지 가산을 받았다. 원료를 생산한 회사가 약가 신청 회사와 지배·종속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가산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일부 제약사가 제도를 취지와 달리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이에 2017년 5월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이 일부 개정되면서 '자사' 제조소에서 생산한 원료만 인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3월 국산 원료를 쓴 국가필수의약품에 68% 가산(최대 10년)을 해주기로 했지만 신규 등재 품목만 대상이었다.

이후 정부는 이미 등재된 국가필수의약품과 원료 직접생산 의약품에도 68% 우대를 소급 적용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원료 직접생산 우대에서 계열사가 생산한 원료는 끝내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복지부가 소수 제약사의 악용 선례를 이유로 여전히 요지부동이였기 때문이다.

특히 제도 운영을 맡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실효성을 점검하기 위한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의 소극적인 행정으로 상당수 제약사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비례대표)실 관계자는 "심평원 내부에서 약가산정부와 약제평가부가 약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데, 두 부서 모두 사전 실태조사를 통해 어떤 기업에 제도가 적용될지 파악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계열사 원료 안 돼"⋯우대만 있고 실효는 없는 정책 [원료 약가 우대의 허점㊤]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TIMELINE



포토 F/O/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