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식품업계에서 '한정판'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정해진 물량이 소진되면 판매를 끝내겠다던 제품이 다시 등장하고, 특정 기간에만 판매한다던 상품이 정규제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희소성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서두르게 한 뒤 흥행 여부에 따라 판매계획을 바꾸는 방식이다.
기업에는 초기 판매성과를 확인하면서 재고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전략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다. 다시 구하기 어렵다는 기대에 구매를 서둘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제품이 재판매되는 경우다. 한정판매가 반복될수록 '한정'이라는 표현의 의미와 소비자 신뢰를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식품업계에서 '한정판'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사진은 AI 생성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챗GPT]](https://image.inews24.com/v1/7cebc08ba589b3.jpg)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올해 한정판으로 선보인 '촉촉한 황치즈칩'을 세 차례에 걸쳐 생산했다. 지난 2월 봄 한정판으로 등장한 이 제품은 황치즈 특유의 짭짤한 풍미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준비한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일부 온라인 판매처에서는 정가의 4~5배에 달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한정판이 아예 정규제품으로 바뀐 사례도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10월 한정판매한 '초코송이 말차'를 올해 4월 상시 판매 제품으로 전환했다. 당시 준비한 100만개가 단기간에 완판되자 소비자들의 재판매 요청을 반영해 생산을 이어가기로 했다.
롯데웰푸드 역시 지난해 시즌 한정제품으로 선보인 '프리미엄 몽쉘 말차&딸기'를 지난 3월 정규제품으로 전환했다. 한정판매로 시장반응을 확인한 뒤 판매기간의 제한을 없앤 것이다.
![식품업계에서 '한정판'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사진은 AI 생성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챗GPT]](https://image.inews24.com/v1/4446a1d4851939.jpg)
![식품업계에서 '한정판'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사진은 AI 생성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챗GPT]](https://image.inews24.com/v1/ee9580a0ab8fd3.jpg)
외식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롯데리아는 지난 6월 여름 한정으로 선보인 '토네이도 말차쿠키'와 '말차라떼'의 판매기간을 이달 31일까지 두달 연장했다.
두 제품은 판매 약 3개월 만에 각각 54만개와 16만잔 이상 팔렸다. 특히 토네이도 말차쿠키는 판매 첫달 목표의 400%를 달성했다. 예상보다 높은 판매성과에 당초 여름철로 한정했던 판매기간을 가을까지 늘린 셈이다.
한정판의 흥행을 계기로 판매채널을 확대하고 다시 선보이는 사례도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8월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 '스팸 골드바 에디션' 1000개를 선착순 판매했다. 일부 제품에 실제 금 1돈을 받을 수 있는 당첨권을 넣은 상품으로, 준비한 물량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모두 팔렸다.
이후 CJ제일제당은 자사몰과 대형마트로 판매처를 확대했다. 올해 2월 설 명절에는 같은 제품을 다시 선보이면서 당첨 인원도 기존 20명에서 30명으로 늘렸다. 최초 한정판매의 흥행성과가 판매채널 확대와 후속 상품 운영으로 연결된 사례다.
![식품업계에서 '한정판'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사진은 AI 생성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챗GPT]](https://image.inews24.com/v1/ed1de0bcca046a.jpg)
이 같은 판매방식의 배경에는 식품기업들의 신제품 개발 부담이 있다. 유행주기가 짧아지면서 대량생산한 제품이 기대만큼 팔리지 않을 경우 재고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정판매는 초기 생산물량을 제한해 시장반응을 확인한 뒤 추가 생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판매기간과 물량이 제한된 상품은 구매를 미룰 경우 다시 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인식을 준다. 여기에 품절 소식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 제품의 희소성이 또 다른 홍보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 추가 생산이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더라도 소비자가 느끼는 구매압박은 커질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한정판매가 반복될수록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의미와 기업이 설정한 판매조건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한정판을 다시 구하기 어려운 상품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기업은 최초 생산물량이나 특정 판매기간만 제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한정판매 제품을 추가 생산하거나 정규제품으로 전환하는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예상보다 높은 수요에 대응하는 것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다. 최초 판매물량만 제한한 경우와 향후 재판매하지 않겠다고 명시한 경우도 구분해야 한다.
![식품업계에서 '한정판'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사진은 AI 생성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챗GPT]](https://image.inews24.com/v1/e510baf78c911d.jpg)
다만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할 당시 판매조건이 충분히 안내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추가 생산 가능성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채 희소성만 강조한다면 소비자가 상품의 구매 기회를 실제보다 제한적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특히 한정판이라는 이유로 구매를 서두르거나 웃돈까지 지불한 소비자에게 반복판매는 달갑지 않은 소식일 수 있다.
기업에도 무조건 유리한 전략은 아니다. 한정판의 재판매가 잦아질수록 소비자들이 품절 소식을 더 이상 특별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어서다. 당장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희소성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한정판매가 갖는 홍보효과 자체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한정판매 전략의 핵심과제는 흥행성과와 소비자 신뢰 사이의 균형이다. 기업은 시장반응에 따라 생산물량을 조절할 수 있지만, 소비자 역시 구매 당시 판매조건을 명확히 알 권리가 있다. '한정'이라는 표현이 단순한 판촉수단에 그치지 않으려면 판매기간과 추가 생산 가능성에 관한 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한정판이라는 말에 소비자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구매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제품이 다시 판매된다면 기만당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이러한 판매방식이 반복되면 '한정'이라는 표현의 의미가 퇴색하고 기업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 경험과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인 만큼 기업이 전달하는 메시지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며 "한정판매를 진행할 때 제품 정보에 대해 명확히 안내해 소비자가 속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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