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존속살해 가중처벌' 13년 만에 또 합헌…마은혁만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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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간호하던 아버지 방치해 숨지게 한 아들 헌법소원
재판관 8대 1…"가족공동체 훼손·가중처벌 합리적"
마 재판관 "학대받은 자녀까지 일률적 가중처벌은 과도"
2013년 7대 2 합헌 이어 같은 판단…법정형 하한 7년 유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존속살해죄를 일반 살인죄보다 가중처벌하도록 정한 형법 제250조 2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13년 전의 결정과 같은 판단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2일 병간호에 지쳐 부친을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돼 징역 4년형을 확정받은 A씨가 "형법상 '존속살해 가중처벌' 조항은 패륜성이 인정되지 않아 비난가능성이 낮은 존속살해도 무거운 처벌을 강제해 헌법상 비례원칙에 위반돼 위헌"이라며 낸 위헌심사형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간병 살인 사건'으로 알려진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구체적인 범행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 살인죄보다 형의 하한을 높인 형법 제250조 제2항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여부였다. 이 조항은 존속살해죄의 법정형을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직계존속 살해는 인간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에 더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출생과 양육 과정에서 형성되는 특별한 유대와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존립 기반을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살인행위보다 위법성 및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이어 "입법자가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 일반 살인죄보다 무거운 법정형을 정한 것에는 그 책임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서 "여기에 존속살해죄 법정의 하한 '7년 이상의 징역'과 일반 살인죄 법정형 '5년 이상의 징역'의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까지 더해보면, 존속살해 조항의 법정형이 지나치게 가혹해 비례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존속살해라 해도 구체적인 사건에서 행위자의 책임을 경감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심신미약 등 법률상 감경사유가 적용될 수 있고, 그 밖에도 범행의 동기와 경위, 피해자와 행위자의 관계, 범행 후의 사정 등 구체적 정상에 따라 정상참작감경 등을 통해 구체적인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정할 수 있다"면서 "집행유예가 제한된다는 사정만으로 법정형이 행위자의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마은혁 재판관만 '위헌' 의견을 내고 반대했다. 마 재판관은 "존속살해라고 해서 비난가능성이 반드시 일반 살인의 경우보다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20년간 어머니와 자신을 폭행한 아버지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사건,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으로 강간 당해 아이를 낳은 딸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겨 사랑하는 남성과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들을 예로 들었다.

마 재판관은 그러면서 "직계존속 스스로가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고 폭력을 일삼은 결과 가족공동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영역이 되어버린 경우까지 존경과 보은이라는 가치를 근거로 처벌을 가중하는 것은 직계존·비속 관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화와 법감정을 고려하더라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헌재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9월부터 심부뇌내출혈과 지주막하출혈 증세를 앓던 아버지를 병원에 입원시켜 간병하다가 치료비 부담으로 이듬해 4월 퇴원시킨 뒤 방치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법정형의 하한은 징역 7년 이상이지만 법관이 범행 동기와 경위, 피고인의 처지 등을 참작해 작량감경했다. A씨는 경제적 자립 능력이 없는 20대 초반이었다. 항소심도 같은 형을 선고했다. 이에 A씨가 상고한 뒤 위헌법률심판을 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당하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그러는 사이 형은 확정됐다.

헌재는 2013년에도 존속살해죄에 대해 합헌으로 결정했다. 당시 사건 역시 가정폭력에서 비롯됐다. 평소 술에 취해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던 아버지를 아들이 말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존속살해 사건이었다. B씨는 사건 당일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자 몸싸움을 벌여 이를 제지한 뒤 화해를 시도했지만, 아버지가 자신을 다시 폭행하자 또다시 몸싸움을 벌이다 아버지를 살해했다. 1심은 징역 10년, 항소심은 징역 7년을 선고했다. B씨는 상고심 중 직계존속을 사회적 특수계급으로서 창설한 것으로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된 뒤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다수 재판관들은 존속살해는 일반 살인보다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아 가중처벌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점, 존속살해죄의 법정형이 과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서 사형·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완화된 점 등을 근거로 이같이 판단했다.

그러나 이진성·서기석 재판관은 "부모라는 법적 신분관계만을 기준으로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적 가족관계와 조화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부모의 양육·보호 여부나 범행 동기를 고려하지 않고 형의 하한을 높인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직계존속을 살해한 사람을 차별 취급하는 목적이 다수의견이 설시하는 바와 같이 자유롭고 평화로운 공동체생활의 유지를 위한 사회의 기본도덕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더군다나 형법이 형벌이라는 가장 강력하고 최후적인 수단을 통하여 보호해야 할 보호법익이 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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