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우유 대신 가공우유로 연명?"⋯벼랑 끝 유업계, '맛'만으론 못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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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우유 소비 40년 만에 최저⋯저출산·수입산 공세에 수요 급감
남양·서울우유·매일유업, 가공우유 선전·제품 다각화로 대응
가공·포장·판촉비 부담⋯판매 증가에도 수익성 개선은 불투명
국산 원유 소비 기반 흔들⋯가격경쟁력·신규 소비층 확보 과제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흰우유 소비가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국내 유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저출산과 수입 멸균우유의 저가 공세, 대체음료 확산으로 흰우유 시장이 위축되는 반면, 초코·딸기·커피 등 일부 가공우유는 판매 증가세를 보이며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가공우유의 선전만으로 흰우유 소비 감소를 만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공·포장·판촉비 부담으로 판매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지 않는 데다 국산 원유 소비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유업계가 가격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소비층 확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셈이다.

한 대형마트의 우유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한 대형마트의 우유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25.3㎏)보다 9.5% 감소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최저 수준으로, 2021년 26.6㎏에서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흰우유 소비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구조 변화에 있다. 그동안 흰우유는 학교급식과 가정을 중심으로 어린이·청소년이 주로 소비했지만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면서 수요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학교 우유급식 참여율도 낮아지면서 과거처럼 안정적인 소비처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가격경쟁력 약화도 소비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국산 흰우유가 1ℓ당 3000원 안팎에 판매되는 반면 수입 멸균우유는 1000원대 제품도 찾아볼 수 있다. 올해 미국산에 이어 유럽연합(EU)산 우유의 관세까지 철폐되면서 가격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수입 멸균우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장기간 상온 보관까지 가능해 가정은 물론 카페와 베이커리에서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대형마트의 우유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흰우유를 대신할 선택지가 다양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두유와 귀리·아몬드 음료, 단백질 음료 등이 시장을 넓히면서 소비자가 굳이 흰우유를 고집할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유당 소화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까지 다른 음료로 눈을 돌리면서 흰우유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반면 가공우유 시장에서는 다른 흐름이 감지된다. 바나나·딸기·커피 등 다양한 맛을 앞세운 제품들이 편의점에서 높은 판매성과를 기록하며 흰우유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남양유업은 '초코에몽'을 앞세워 가공우유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가공우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초코에몽은 지난해 국내 오프라인 초코 가공우유 시장에서 점유율 24.9%로 1위를 차지했으며, 최근에는 말차·단팥 등으로 맛을 다양화하며 소비층 확대에 나섰다.

서울우유도 장수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 가공우유 시장에서 커피우유 300㎖와 딸기우유 300㎖는 판매액 기준 각각 7.0%, 6.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익숙한 맛과 오랜 브랜드 인지도가 꾸준한 수요를 뒷받침하는 셈이다.

매일유업은 기존 제품의 변화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4월 '허쉬초콜릿드링크' 냉장제품 2종을 추가해 제품군을 7종으로 넓혔다. '우유속에' 브랜드는 설탕 무첨가 제품으로 개편해 맛과 건강을 동시에 중시하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한 대형마트의 우유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서울우유 제품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들 제품의 강점은 흰우유와 다른 소비 목적에 있다. 흰우유가 식사와 함께 마시거나 영양을 보충하는 일상적인 식품에 가깝다면 가공우유는 간식이면서 기호음료의 성격이 강하다. 우유 특유의 고소한 맛을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도 초콜릿이나 과일, 커피 풍미가 더해진 제품에는 지갑을 열 수 있다는 의미다.

소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형성된 간편한 소비방식도 한몫한다. 편의점에서 별도의 준비 없이 바로 마실 수 있고 빵이나 간식과 곁들이기에도 부담이 적다. 식사 때마다 챙겨 마시는 음료보다 출출하거나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가볍게 구매하는 간식으로 소비되는 셈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 경쟁력도 가공우유의 강점이다. 남양유업 초코에몽과 서울우유 커피·딸기우유 등은 익숙한 맛과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고정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다. 흰우유가 가격과 원산지, 신선도 등을 중심으로 경쟁한다면 가공우유는 제품 고유의 맛과 브랜드 경험으로 차별화할 여지가 크다.

한 대형마트의 우유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한 소비자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서울우유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일부 인기제품의 선전에도 국내 유업계의 구조적 위기는 여전하다. 바나나·딸기우유 등 특정 제품의 매출 증가에 의존하는 방식만으로는 흰우유 시장의 지속적인 위축을 만회하기 어렵다. 더욱이 가공우유는 원재료비에 가공·포장·마케팅 비용까지 더해지는 만큼 판매액 증가가 곧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유업계가 흰우유의 빈자리를 새로운 제품으로 채우는 데 급급한 나머지 생산비 절감과 수익구조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는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국산 원유의 활용도를 높이는 문제도 남아 있다. 가공우유는 제품에 따라 국산 원유뿐 아니라 분유와 환원유 등 다양한 원료를 사용한다. 가공제품 판매가 증가하더라도 국내 낙농가의 소득 증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흰우유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국내 원유를 가공제품 생산으로 얼마나 전환할 수 있을지가 유업체와 낙농가의 이해관계를 가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판매채널별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용량 흰우유는 가정과 급식 등에서 소비되는 비중이 큰 반면 소용량 가공우유는 청소년과 젊은 성인층의 간식·기호음료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유업체 입장에서는 제품 특성에 맞춰 용량과 가격, 유통전략을 세분화해야 한다. 편의점에서는 판매 회전율과 브랜드 인지도가, 대형 거래처에서는 공급가격과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한 대형마트의 우유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한 대형마트 내 유제품 코너 모습. [사진=연합뉴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 역시 가공우유 시장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단맛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강점이지만 제품에 따라 당류와 열량이 높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에 유업계는 저당·고단백 제품과 발효유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기존 가공우유의 맛을 유지하면서 영양적 차별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소비층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흰우유가 영양 보충을 위한 대표적인 식품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다양한 고영양 식품이 등장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졌다"며 "가공우유만으로 흰우유 소비 감소를 만회하기는 어려운 만큼 맛과 건강을 모두 고려한 제품 개발과 새로운 소비층 확보가 유업계의 핵심과제"라고 말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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