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20세기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란 찬사를 받았던 ‘플라스틱’이 21세기에 지구와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로 지목되고 있다. 편리와 대량 생산이란 시스템에 갇힌 인류가 이젠 이 시스템의 공격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책임과 이후를 생각하지 않은 인류의 숙명으로 다가오고 있다.
화학적으로 활성이 없던 플라스틱이더라도 미세 플라스틱이 되면 화학적 활성이 증가해 생체와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컬럼비아대와 캘리포니아대 등 공동 연구팀은 미세 플라스틱 표면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해 1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미세 플라스틱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29ce2d36945b29.jpg)
플라스틱 조각이 미세 입자와 나노 입자로 부서질 때 부피 대비 표면적이 극적으로 증가한다는 거다. 기존에는 이들 플라스틱이 미세 플라스틱이 되더라도 화학적 활성 역시 낮다는 주장이 많았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미세 플라스틱이 물에 노출될 때 물의 접촉면(계면)에서의 물리화학적 작용을 통해 높은 에너지의 반응성 라디칼(활성산소종, ROS)이 자발적으로 생성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수성이 클수록 ROS 생성도 늘었다.
활성산소종은 산소가 체내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유해하고 파괴적 반응성을 가진 산소 화합물이다.
연구팀은 미세 플라스틱 노출로 동물과 인간이 생물학적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성된 ROS는 생체 분자의 흡착을 촉진했고 단백질 응집을 유도했으며 심각한 세포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연구팀은 미세 플라스틱의 표면 특성과 반응성을 고려해 더 안전한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는 데 이번 연구가 이바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준우 국가독성과학연구소 환경안전성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독성학적 측면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생체 내에서 ROS 관련 유해성을 발현시킬 수 있음은 여러 논문에서 발표됐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미세 플라스틱이 어떻게 ROS를 발생시킬 수 있는지 그 작동원리를 과학적 결과로 규명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물과 반응해 미세 플라스틱의 ROS 발생 작동원리를 규명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환경적 측면에서 미세 플라스틱 조각보다 나노 플라스틱 조각에 대한 영향을 보지 못한 한계가 있다”고 전제했다. 환경에서 미세 플라스틱보다 나노 플라스틱의 오염 수준이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박범순 KAIST 인류세연구센터장(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와 김지혜 KAIST 인류세연구센터 박사후연구원은 “미세 플라스틱과 물의 계면에서 반응성 산소종(ROS)이 자발적으로 생성될 수 있다는 발견은 플라스틱이 단순히 다른 화학물질을 운반하거나 방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환경의 화학적 반응에 관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플라스틱의 크기 변화가 단순한 물리적 파편화를 넘어 물질의 화학적 작용 방식에서 질적 변화를 수반할 수 있어 생물체와 자연환경에 미칠 잠재적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류세(Anthropocene) ‘표준화석’의 하나로 논의돼 온 미세 플라스틱이 단순히 지구 전역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넘어 생화학적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인간이 생산한 물질이 환경에 유출된 이후에 그 성질과 작용 방식이 변화할 수 있다면 새로운 안전성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오염은 단순히 폐기물의 발생과 축적이라는 문제로만 이해할 수 없으며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 폐기 전반에 걸친 사회구조적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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