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자동차 산업의 경쟁 축이 엔진과 하드웨어에서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로 이동하면서 핵심 개발자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테슬라와 모빌리티 플랫폼, 반도체·클라우드·로봇기업까지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에 필요한 같은 인재군을 놓고 맞붙는 구조다.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양산차에 적용해 본 경력자는 제한적인 만큼 기술 개발 일정이 촉박해질수록 인재 확보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HMG 테크 탤런트 포럼 참석자들이 전시 공간에서 교류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https://image.inews24.com/v1/7d44a36e88a252.jpg)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모빌리티 기업들은 SDV 플랫폼과 자율주행, 차량용 AI 모델, 데이터 분석 등을 담당할 리더급 전문가와 석·박사급 연구인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티투닷, 딥마인드·엔비디아 출신 리더 영입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은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출신의 리더급 인재 3명을 영입했다. SDV의 데이터 연결 기술부터 차량용 생성형 AI와 자율주행 모델까지 핵심 개발 영역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오픈소스 통신 프로토콜 '제노(Zenoh)'를 만든 안젤로 코르사로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9월 초 포티투닷 실리콘밸리 오피스에 합류했다. 코르사로 연구위원은 차량과 클라우드, 각종 기기 사이에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주고받는 차세대 연결 기술 개발을 이끈다.
구글 딥마인드 출신의 김재영 글레오 AI 모델 그룹 리드는 지난달 28일 합류했다. 김 그룹 리드는 구글 딥마인드와 아마존, 삼성전자, 인텔 등에서 음성 대화형 AI와 신호처리 기술을 연구한 전문가다. 포티투닷에서는 차량 내 음성과 소리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오디오 네이티브 AI 모델 개발을 담당한다.
엔비디아 자율주행 부문 출신인 차오 팡 SV 시각·언어·행동(VLA)팀 리드도 지난달 포티투닷에 합류했다. 차량이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언어 명령과 주행 상황을 종합해 행동을 결정하도록 하는 VLA 모델 기술을 개발한다.
포티투닷의 인재 영입은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SDV·자율주행 조직 강화와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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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애플과 토요타, 엔비디아에서 로봇·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과 상용화를 담당한 제레미 마 전무를 AVP본부 실리콘밸리 조직 책임자로 영입했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에서 AI·로봇 연구를 이끈 권정현 부사장은 AVP본부 자율주행개발센터장을 맡았다.
앞서 엔비디아와 퀄컴 출신의 컴퓨터 비전 전문가 이희석 상무도 영입해 자율주행 VLA 모델 연구에 투입했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의 소프트웨어·AI 플랫폼 역량과 AVP본부의 차량 개발·상용화 기능을 연계해 SDV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연구 단계의 모델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차량의 하드웨어 및 전자·전기 아키텍처와 결합하는 능력까지 갖추겠다는 것이다.
포티투닷은 자율주행과 차량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AI 등 여러 분야에서 경력직 수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특정 기업 출신을 중심으로 채용하기보다 양산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현장 면접…글로벌 인재 직접 찾는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채용만으로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기 어렵다고 보고 해외 기술 인재와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이틀간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에서 열린 'HMG 테크 탤런트 포럼'에는 현대차·기아와 포티투닷, 보스턴다이내믹스, 모셔널 등 9개 그룹사가 참여했다.
![HMG 테크 탤런트 포럼 참석자들이 전시 공간에서 교류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https://image.inews24.com/v1/5a392fdc9161d3.jpg)
행사에는 북미 지역 기술 인재와 초청 인사, 그룹 임직원 등 약 380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AI와 로보틱스, 자율주행, 스마트 제조, 소프트웨어·IT, 수소·에너지·배터리 등 6개 분야의 기술 전략과 개발 사례를 공유했다.
현대차그룹은 기술 발표와 전시뿐 아니라 현업 채용 담당자가 참가자와 일대일로 상담하는 ‘HR 커피챗’을 운영했다. 앞서 진행한 글로벌 기술 인재 채용의 후보자를 초청해 현장 면접도 진행했다.
이는 해외 행사를 단순한 기술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채용과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과 AI 연구인력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후보자를 직접 만나 그룹의 개발 방향과 근무 조건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서도 인력 확보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율주행 시스템 고도화와 알고리즘 개발을 담당할 자율주행 리서처·엔지니어 채용에 나서며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완성차와 빅테크가 같은 개발자 놓고 경쟁
![HMG 테크 탤런트 포럼 참석자들이 전시 공간에서 교류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https://image.inews24.com/v1/d914fd04017e71.jpg)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을 이끄는 테슬라도 팔로알토 등 미국 연구거점을 중심으로 AI와 자율주행 개발자를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 현금 보상뿐 아니라 주식 보상을 활용해 인재를 유치하고 핵심 개발자의 이탈을 막는 전략을 펴고 있다.
경쟁 상대는 다른 완성차 업체에 그치지 않는다. 차량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도록 하는 기술에는 컴퓨터 비전과 생성형 AI, 로보틱스에서 사용하는 기반 기술이 공통으로 필요하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는 구글과 엔비디아, 아마존 같은 빅테크를 비롯해 AI 스타트업, 반도체기업, 로봇기업과 같은 인재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자동차 회사가 기계·전기전자 전공자를 중심으로 채용하던 과거보다 인재 경쟁의 범위가 훨씬 넓어진 셈이다.
SDV 개발에 필요한 직무도 다양하다. 차량용 운영체제와 전자·전기 아키텍처를 설계할 개발자뿐 아니라 백엔드·클라우드 엔지니어, 머신러닝 연구자, 데이터 엔지니어, 사이버보안 전문가와 3D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등이 함께 필요하다.
특히 완성차에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려면 AI 모델 개발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동차 안전 규격과 실시간 제어, 제한된 차량용 반도체 성능, 장기간의 품질 검증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IT와 자동차 양쪽의 경험을 모두 갖춘 경력자가 부족한 이유다.
테슬라·中 신생업체 선두…현대차도 추격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디지털 완성차 지수에서는 테슬라가 선두를 차지했고 니오와 샤오미 등 중국의 신생 전기차 업체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10위권에 진입하며 기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지수는 단순히 자율주행 성능이나 개발자 수를 평가한 순위가 아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해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지표다.
![HMG 테크 탤런트 포럼 참석자들이 전시 공간에서 교류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https://image.inews24.com/v1/9d7bfd82c9ff63.jpg)
테슬라와 중국 신생 업체들은 차량의 전자·전기 구조를 중앙집중형으로 설계하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 기존 완성차 업체는 여러 협력사가 각각 개발한 제어기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해야 해 전환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글로벌 개발자를 확보했다고 모든 지역에서 같은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도와 주행 데이터의 국외 이전 제한, 개인정보보호와 사이버보안 규제, 도로 환경의 차이 때문에 주요 시장마다 현지 개발·검증 인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실리콘밸리와 한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지역에 개발조직을 두고 공통 플랫폼과 현지 특화 기능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전 세계의 한정된 핵심 인력에 더해 지역별 규제와 환경을 이해하는 인재까지 확보해야 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SDV와 차량용 AI는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여서 경험을 갖춘 인력보다 기업의 수요가 훨씬 많다"며 "미래 연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일정 안에 실제 제품을 완성해야 하는 만큼 즉시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 개발자의 확보가 사업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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