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공문 순서·낙찰사까지 맞췄다…석화업계 16조원대 담합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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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법인 6곳·임직원 37명 기소…고위 임원 2명 구속
PVC·가소제 등 8개 품목 가격 조율…시장점유율 유지 위해 입찰도 협의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이 5년여 동안 폴리염화비닐(PVC)과 가소제 등 8개 제품의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맞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업체들이 대형 거래처 입찰에서 낙찰업체와 투찰가격까지 사전에 조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담합 관련 거래 규모는 16조3961억원으로 검찰이 수사한 국내 석유화학제품 담합 사건 가운데 가장 크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김유신 OCI 대표이사가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김유신 OCI 대표이사가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1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석유화학업체 6곳과 전·현직 대표이사 등 임직원 37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법인과 개인을 합한 기소 대상은 총 43명·곳이다.

이 가운데 PKC 영업본부장을 지낸 배모씨와 LG화학 사업부장을 지낸 황모씨 등 임원 2명은 구속기소됐다. 김유신 OCI 대표이사 부회장과 장영수 전 PKC 대표이사 등 나머지 피고인들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에 공급하는 PVC와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등 석유화학제품 8개 품목의 가격 변동 폭과 적용 시기를 합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업체별 팀장급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품목별 가격 조정 시기와 폭을 논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협의를 마친 뒤 각 업체가 거래처에 가격 인상 공문을 보내 합의 내용을 실제 판매에 적용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가격 담합 사실을 감추기 위해 공문을 발송하는 업체의 순서도 미리 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정 회사가 계속 먼저 가격을 올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업체별로 선후 관계를 바꿨다는 것이다.

구매 입찰로 제품을 조달하는 대형 거래처를 상대로는 낙찰업체와 투찰가격도 사전에 협의한 혐의가 적용됐다. 각 회사가 기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합의한 가격 수준을 거래에 반영할 수 있도록 입찰 결과를 조율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담합 관련 업무를 맡은 직원이 인사이동 등으로 바뀌면 전임자가 후임자를 경쟁업체 관계자들에게 소개 시켜줬으며, 일부 업체는 경쟁사와의 연락과 모임을 전담하는 직원을 별도로 지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현직 대표와 사업부장 등 고위 임원도 가격·입찰 협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연락망을 통해 여러 제품의 가격과 거래 조건에 관한 협의가 5년 넘게 유지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산정한 관련 거래 규모는 16조3961억원으로, 검찰은 국내 석유화학제품 담합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담합 성립 여부와 각 피고인의 가담 정도, 실제 부당이익 규모 등은 향후 재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김유신 OCI 대표이사가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들은 미국과 이란 전행 이후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고 원료 수급이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도 일부 업체가 가격 협의를 이어갔다.

정부는 올해 4~6월 석유화학제품의 생산 안정을 위해 일부 업체에 약 1465억원을 지원했다. 검찰은 정부 지원이 논의되고 일부 집행되던 시기까지 담합 혐의가 이어진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기초소재 가격 상승은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건설과 반도체, 전기·전자 등 연관 산업의 제조원가를 높이고 최종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지난 8월 5일 석유화학업체 7곳과 관련자 약 80명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경영진 등 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배씨와 황씨 등 2명의 영장만 발부했다. 김 부회장과 장 전 대표 등 6명의 영장은 주요 증거가 수집돼 증거인멸 우려가 크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됐다.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업체 7곳과 개인 37명에 대한 고발을 요청해 고발장을 접수한 뒤 기소 절차를 진행했다. 향후 공소 유지와 함께 관계기관과 협력해 기초소재 분야의 담합 행위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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