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전력 더 끌어오기보다 '덜 쓰기'로⋯구글·엔비디아 20여개사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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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 피크 때 AI 학습 미루고 배터리 활용
"기존 전력망서 100GW 추가 활용 가능"

[아이뉴스24 최효경 기자] 구글과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에너지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의 전력 확보 방식을 '끌어오기'에서 '덜 쓰기'로 바꿨다. 발전소와 송전망을 늘려 전력을 더 공급받는 데 그치지 않고 전력망이 붐빌 때 AI 연산을 미루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 사용량을 낮추는 방식이다. 24시간 최대 전력을 소비하는 '전력 먹는 하마'에서 필요할 때 사용량을 조절하는 전력망 자원으로 데이터센터의 역할을 조정하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상황에 따라 연산 부하를 분산하고 배터리저장장치를 활용해 전력 사용량을 조절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사진=챗GPT]
AI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상황에 따라 연산 부하를 분산하고 배터리저장장치를 활용해 전력 사용량을 조절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사진=챗GPT]

18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과 엔비디아, 에너지 소프트웨어 기업 에메랄드AI는 최근 'AI 에너지 관리 연합(AEMA)'을 출범했다. 앤트로픽과 아날로그디바이스 등 AI·반도체 기업을 비롯해 내셔널그리드, AES, 콘스텔레이션, NRG, RWE 등 전력·에너지 기업까지 총 21곳이 참여했다.

연합은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 데이터센터가 사용량을 탄력적으로 낮추는 '유연한 AI 데이터센터' 확산을 추진한다.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에는 전력망 연결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유인을 제공하도록 미국 연방·주 정부와 규제기관, 전력회사를 설득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 주요 지역에서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데 5~7년 이상이 걸린다. 자본과 AI 반도체를 확보해도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면 데이터센터를 제때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AEMA는 데이터센터에 일정 수준의 유연성을 적용하면 기존 전력망에서 최대 100기가와트(GW)의 여유 용량을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1억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1GW 규모의 유연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때마다 최대 7억 3300만달러의 전력망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AI 학습 미루고 배터리 가동⋯40초 만에 전력 30%↓

데이터센터의 전원을 통째로 끄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력 공급이 부족한 시간에 반드시 실시간으로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AI 학습과 미세조정 작업을 미루거나, 전력 여유가 있는 다른 지역의 데이터센터로 옮기는 방식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순간 소비전력에 제한을 걸거나 작업의 우선순위를 낮출 수도 있다. 배터리와 데이터센터 인근 발전설비를 가동해 전력망에서 공급받는 전력을 줄이는 방법도 활용한다. 이용자의 요청에 즉시 답해야 하는 AI 추론 등 핵심 업무는 계속 처리하면서 상대적으로 시급하지 않은 작업이 전력 감축을 담당한다.

실제 에메랄드AI와 엔비디아, 영국 내셔널그리드 등은 지난해 12월 엔비디아 블랙웰 울트라 GPU 96개로 구성된 AI 클러스터에서 전력 조절을 실증했다. 닷새 동안 전력망 운영기관이 사전 예고 없이 보낸 요청을 포함해 총 22차례의 감축 신호에 대응했다.

실증 결과 AI 클러스터는 긴급 신호를 받은 뒤 40초 안에 소비전력을 30% 줄였다. 200개가 넘는 전력 목표를 모두 충족하면서도 우선순위가 높은 작업에 약속한 서비스 수준은 유지했다. AI 연산을 중단하지 않고도 전력망 상황에 따라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구글은 이미 미국 전력회사들과 체결한 장기 계약에 총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수요반응 용량을 반영했다. 전력이 부족한 시간에는 데이터센터에서 수행하는 일부 머신러닝 작업을 제한하거나 다른 시간대로 옮긴다.

조시 파커 엔비디아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새 인프라를 건설하는 동시에 기존 자원을 더 똑똑하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며 "유연한 데이터센터를 측정 가능한 전력망 신뢰성 지표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상황에 따라 연산 부하를 분산하고 배터리저장장치를 활용해 전력 사용량을 조절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사진=챗GPT]
지난 15일 열린 'kt cloud summit 2026'에 전시된 AI 데이터센터용 D2C(Direct-to-Chip) 액체냉각 실증 장비. 랙형·서버형 부하기와 냉각수 공급·환수 배관을 통해 AI 서버의 발열을 식히는 과정을 구현했다. [사진=최효경 기자]

국내도 1GW AIDC 시대⋯공급 확대와 수요관리 병행해야

국내에서도 AI 데이터센터가 GW 단위로 커지면서 전력 수요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KT클라우드는 최근 2031년까지 수도권과 비수도권 20여개 지역에 총 1GW 이상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지난 2023년 5테라와트시(TWh)에서 2060년 65TWh로 증가할 전망이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가 더 빠르게 늘어나는 시나리오에서는 135TWh까지 확대될 수 있다. 연구원은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를 줄이는 수요반응 자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유연한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증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글도 모든 데이터센터와 AI 작업이 전력 사용량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적용 가능한 지역에도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데이터센터가 약속한 만큼 실제 전력을 줄일 수 있는지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AEMA가 요구하는 전력망 연결 혜택 역시 아직 규제기관과 전력회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AI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를 일방적인 전력 소비자가 아닌 전력망 운영에 참여하는 자원으로 보려는 시도는 시작됐다"며 "AI 인프라의 규모뿐 아니라 전력을 얼마나 정교하게 통제할 수 있는지가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가르는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효경 기자(hyomirro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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