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차지(CHAGEE) 종로점. 김종철 하동차&바이오진흥원 원장이 차선을 빠르게 움직이자 차완 속 짙은 초록빛 말차 위로 거품이 차올랐다. 아래위로 수십번을 오가던 차선이 멈추자 굵었던 거품은 어느새 촘촘해져 있었다.
"하동말차는 여러 맛이 복합적으로 납니다."
20여년간 차를 연구해온 김 원장이 꼽은 K-말차의 강점이다. 일본 말차에서 풀향이 비교적 또렷하게 느껴진다면 하동말차는 여러 품종의 차나무가 어우러져 맛의 결이 다양하다는 설명이다.
![차지 종로점. [사진=설래온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a1f00c191b9074.jpg)
전세계 70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중국 티 브랜드 차지도 이 맛에 주목했다. 선택한 원료는 봄에 하동에서 수확하는 최고급 1번차다. 중국 본사까지 건너가 검증대에 오른 뒤 우유와 자스민 등 다른 재료와의 조화를 살핀 끝에 새로운 말차 원료로 낙점했다.
시연이 끝나자 이번에는 하동말차로 만든 메뉴들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지난 4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시그니처 말차 라떼'와 '자스민 말차 퓨어 티', '초콜릿 쿠키 말차 프라페' 등 음료 5종과 디저트 1종이다.
![차지 종로점. [사진=설래온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8382d67f5eb22a.jpg)
가장 먼저 시그니처 말차 라떼를 집었다. 한모금 마시자 예상보다 가볍게 넘어갔다. 우유의 묵직함이나 강한 단맛 대신 고소하고 부드러운 말차 풍미가 먼저 퍼졌다. 흔히 카페에서 접하는 달달한 말차라떼보다 '라떼'를 한발 뒤로 빼고 '말차'를 앞으로 끌어낸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라임 치즈 말차 라떼에 손을 뻗었다. 크리미한 치즈맛과 요구르트를 연상시키는 산미가 차례로 스쳤다. 자칫 무거워질 무렵 라임의 상큼함이 치고 올라왔다. 치즈맛은 오래 머물지 않았고 끝에는 쌉싸름한 차향이 남았다. 여러 재료를 사용했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의외로 산뜻했다.
디저트로 넘어가자 말차의 존재감은 한층 짙어졌다. 둥근 초코 스폰지 케이크 위에는 말차폼이 봉긋하게 올라가 있었다.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는 말차폼을 한입 떠먹으니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녹았다. 뒤이어 초콜릿의 달콤함이 더해지면서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풍미에 변주를 줬다.
메뉴마다 맛의 방향은 달랐지만 중심에는 하동말차가 또렷하게 자리했다. 우유와 치즈, 라임, 초콜릿처럼 개성이 강한 재료 사이에서도 특유의 풍미는 쉽게 묻히지 않았다. 부드러운 질감과 깊은 감칠맛, 자연스러운 단맛에 다른 재료까지 품어내는 '확장성'. 차지가 하동말차를 선택한 이유가 한잔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차지 종로점. [사진=설래온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e438e8428197b7.jpg)
한국산 원료를 택한 데에는 차지의 현지화 전략도 깔려 있다. 중국산에 한정하지 않고 진출 국가의 소비자 취향에 맞는 원료를 발굴해 제품으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하동말차를 시작으로 다른 국내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도 선보일 계획이다.
공급망도 미리 다졌다. 차지는 하동말차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하동 측과 업무협약(MOA)을 맺었다. 하동말차는 현재 1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한국 말차 수출액 약 600만달러 가운데 절반가량이 하동 생산분이다.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가 하동차와 이 같은 방식으로 손잡은 것도 차지가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협업은 메뉴에만 머물지 않았다. '어린 왕자' IP를 캠페인 전면에 내세워 말차를 보다 친숙하게 풀어냈다. 어린 왕자가 가진 순수한 이미지를 통해 말차의 가치와 매력을 전달하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힌다는 취지다.
말차 열풍 속 수많은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차지가 택한 방식은 조금 달랐다. 익숙한 말차에 하동이라는 산지의 색을 더해 다양한 메뉴로 풀어냈다. 중국에서 시작한 차 브랜드와 지리산 자락에서 자란 찻잎의 만남. 이날 맛본 한잔에는 차지가 한국에서 보여주려는 새로운 색깔이 짙게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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