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불붙인 'AI 감속론'…韓 "영향 제한적, 기회·장벽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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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감속보다 안전성·신뢰성 검증 체계 고도화가 우선"
국제 기준 주도권 놓고도 촉각…한국형 평가체계 필요성 제기

[아이뉴스24 안세준·최효경·서효빈 기자] 미국 주요 인공지능(AI) 기업을 중심으로 AI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AI 감속론'이 제기된 가운데 국내 AI 업계와 학계는 "단기적으로 국내 AI 모델 개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으로 평가했다. 오히려 AI 감속보다는 모델 성능 고도화 속도에 맞춰 안전성과 검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사진=챗GPT]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사진=챗GPT]

"국내 영향 제한적"…프런티어 추격 기회 될 수도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14일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아직 그(해외 특정 기업들의 우려)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국내 모델 개발 자체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반대로 우리가 프런티어 모델급으로 모델 성능을 높이는 과정에서는 격차를 줄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도 국내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최 교수는 "이번 이슈는 결국 얼라인먼트(AI가 인간의 의도대로 작동하도록 맞추는 작업), 즉 인간이 AI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는 문제"라며 "국내에서도 얼라인먼트 연구는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모델이 통제 범위를 벗어나 무언가를 탈취하거나 파괴할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그는 AI 감속론 자체에 대해서는 "개발 속도를 늦추겠다는 것은 선언적인 이야기로 본다. 실제로 감속 조치가 이뤄진다면 업계에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 고성능 모델을 사용하는 여러 나라에서 보안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안전성 문제를 다루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AI 업계에서는 선두 기업의 개발 속도가 늦춰지면 후발주자가 격차를 좁힐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와 미국 프런티어 기업들이 만든 안전성 기준이 글로벌 표준으로 굳어질 경우 또 다른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AI 모델 개발업체 관계자는 "개발 경쟁의 속도가 늦춰지면 후발주자가 격차를 좁힐 여지가 생길 수 있지만, AI 안전성 담론과 규범의 기준이 프런티어 랩 중심으로 설계돼 사실상의 글로벌 표준이 될 경우 후발주자에는 새로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사진=챗GPT]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

"속도보다 검증이 뒤처지는 게 문제"…업계 일각선 '균형론'

AI 개발 속도 자체보다 검증 체계를 함께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언어 데이터·AI 기업 플리토의 이정수 대표는 "연구를 중단하자는 것보다는 모델이 발전하는 사이 안전성과 얼라인먼트를 검증할 시간을 확보하자는 게 골자로 보인다"면서도 "최근 동향을 볼 때 AI 발전 속도보다 검증 속도가 절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던 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모델 성능을 높이는 데 집중하면서 신뢰성이나 레드팀 등 검증 체계는 후순위로 밀려 있었다"며 "프런티어 AI의 발전 속도를 조절한다면 그 시간을 데이터 품질과 안전성, 검증 체계를 고도화하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검증 전문기업 셀렉트스타의 강바롬 AI실장도 "단순히 개발 속도를 늦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해법이 되기 어렵다"며 "모델 성능이 높아질수록 그에 맞는 검증 수준도 함께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출시 전에는 레드팀 평가와 외부 검증으로 취약점을 확인하고, 출시 후에는 실제 사용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위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가 더 현실적"이라며 "한국도 국제 기준과 호환되면서 국내 언어·문화·산업 환경을 반영한 평가 데이터와 기준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사진=챗GPT]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오픈AI 샘 올트먼 대표의 접견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GPU·HBM 수요는 엇갈린 전망…"줄 수도" vs "더 필요"

AI 감속론이 국내 반도체와 AI 인프라 산업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이성엽 교수는 "경쟁이 약화되면 연쇄적으로 AI 데이터센터나 하드웨어,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GPU 수요 감소에 따라 HBM이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병호 교수는 "안전성과 얼라인먼트를 연구하려면 오히려 더 많은 인프라가 필요하다. 감속은 하드웨어 투자를 줄인다는 의미와는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성능 향상에 대규모 연산 자원을 투입했다면 해당 모델의 정렬 연구에도 다시 대규모 자원이 필요하다. 감속론과 국내 HBM·메모리 수요 감소를 연결하는 것은 맞지 않고, 오히려 한국 기업에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AI 감속론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2일 AI 모델의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춰 위험 예방과 안전장치 마련이 기술 발전을 따라잡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도 아모데이 CEO의 제안에 동조했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최효경 기자(hyomirror@inews24.com),서효빈 기자(x4080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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