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3.4%로 뛰는데…추석물가 보완책 농축산물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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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에너지 뺀 근원물가가 더 가파른데 대책은 하락 중인 농축산물 위주
배상기준 강화는 12월에나 시행…이번 추석엔 적용 안 돼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민생물가 안정을 위해 농축산물에 집중하는 보완 대책을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의 민생물가 안정 주문을 위한 이행 성격이 강해 보인다. 다만, 근원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미 하락 중인 농축산물에 집중한 물가 대책의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9일 '물가관계부처회의 겸 추석 바가지요금 근절 관계부처 TF'를 열고 추석 민생안정대책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1일 발표한 추석 대책에 더해 가용예산 9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38회 국무회의에서 이형일 재정경제부 제1차관에게 민생물가 안정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ktv]
이재명 대통령이 제38회 국무회의에서 이형일 재정경제부 제1차관에게 민생물가 안정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ktv]

이번 보완방안은 지난달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7월(2.8%)보다 확대된 이후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국무회의 등에서 물가 관리를 거듭 주문하며 꼼수 인상에 대한 엄정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먼저 농축산물 할인지원의 한도가 아예 없어진다. 기존 추석 대책에서는 매주 1인당 2만원 한도 내에서만 할인이 적용됐는데, 이번 보완방안으로 이 한도 자체를 없앴다. 할인 적용 기간도 당초 9월 23일까지였던 것을 추석 연휴가 낀 9월 30일까지 일주일 연장했다.

수산물 공급도 늘었다. 명태 1300톤, 오징어 300톤, 참조기 300톤, 마른멸치 100톤 등 2000톤을 추가해 정부비축 공급물량을 2만2000톤으로 늘렸다. 평시 대비 3배 수준이다. 공급가 인하폭도 시중가 대비 최대 40%에서 최대 50%로 확대했다. 가공식품은 할인 참여업체를 20개로 늘려 9월 중 4765개 품목에 최대 64% 할인을 적용한다.

바가지요금 대응도 강화됐다. 9월 14일부터 22일까지 행안부·문체부·복지부·중기부·공정위·식약처·국세청·경찰청이 참여하는 합동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앞서 시행된 강화된 제재기준(숙박·음식점 1차 위반시 즉시 영업정지 5일, 택시 1차 위반시 자격정지 30일)을 현장에서 안내·계도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숙박 예약을 일방취소할 경우 취소된 요금의 200%를 배상하도록 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민생침해 대응 성과도 함께 공개됐다. 지난달 28일 출범한 민생침해 범정부 합동대응반이 할당관세 제도를 악용한 행위를 단속해 10개사에서 5468억원 규모의 불법·불공정행위를 적발했다. 과태료 85억원을 부과했고 탈루세액 586억원을 추징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보완 방안이 겨냥한 지점과 실제 물가의 구조적 상승 압력이 어긋난다는 데 있다. 8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는 3.4% 상승해 헤드라인 물가상승률(3.1%)보다도 높았다. 근원물가는 일시적 수급 요인을 제거하고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이 지표가 헤드라인보다 높다는 건 물가 압력이 변동성 큰 농축산물·에너지가 아니라 공공서비스·개인서비스 등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8월 물가 상승률 확대(2.8%→3.1%)의 핵심 요인도 통신비 기저효과였다. 지난해 8월 한 달간 한시적으로 시행된 휴대전화비 반값 할인의 효과가 사라지면서 공공서비스 물가가 전년동월대비 6.5% 오른 게 전체 물가를 0.6%포인트 끌어올렸다.

그런데 이번 보완방안 900억원은 전부 농축산물 할인 확대와 수산물 비축 공급에 투입됐다. 정작 근원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는 공공서비스·개인서비스 부문에 대한 대책은 이번 보완방안에 담기지 않았다. 반면 이번 보완방안이 집중한 농축수산물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8월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6% 떨어져 2019년 11월 이후 6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미 하락 추세인 품목에 예산을 더 쏟아부으면서, 정작 근원물가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요인은 이번 대책의 사정권 밖에 남아 있는 셈이다.

석유류 역시 8월 상승률이 14.2%로 여전히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8월 물가 상승률이 0.5%포인트 낮아졌다고 추산했지만, 국제유가와 중동 정세라는 대외 변수는 국내 할인지원책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정부 스스로도 9월 물가는 8월보다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중동 정세 불확실성과 기후 영향을 상방 요인으로 남겨뒀다.

보완방안 중 할인지원 확대(한도 폐지, 기간 연장)와 수산물 공급 확대는 추석 연휴 전에 바로 적용되는 조치들이라 시차 없이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이다. 반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을 통한 200% 배상 규정은 별첨 자료에 12월 시행으로 명시돼 있어, 이번 추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예약취소 피해가 집중되는 이번 명절 성수기에는 정작 효력이 없는 대책인 셈이다.

할당관세 악용 적발 실적도 액수 면에서 의문이 남는다. 적발된 불법·불공정행위 규모(5468억원) 대비 부과된 과태료(85억원)는 1.6% 수준에 그친다. 탈루세액 586억원 추징이 예정돼 있어 실질적 환수 규모는 더 늘어나지만, 과태료만 놓고 보면 위반에 따른 억지력이 충분한지는 따져볼 대목이다.

한편 정부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를 인용해 추석 3주 전 4인 기준 제수용품 구입비용이 31만3089원으로 전년(32만370원) 대비 2.3% 하락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조사는 이번 보완방안이 발표되기 전에 시행된 것으로, 지난 1일 발표된 최초 추석 대책의 효과이지 이날 나온 보완방안의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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