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9번 꺼낸 정점식⋯상속·증여세로 '자산 민심'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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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간 상속·증여세 전면 폐지·규제 완화" 제안
서울 아파트값 82주 연속 상승⋯대출·세제 규제 전면 비판
정부 종부세 '유턴' 일주일 만⋯정기국회 여야 협상 시험대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재개발·재건축 규제 폐지에 부부 간 상속·증여세 전면 폐지까지 묶어 '자산 민심' 공략에 나섰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 방침을 한달 만에 되돌린 지 일주일 만이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 원내대표가 정부 기조와 반대편에 선 규제 완화책을 정기국회 첫 정책 카드로 내놓은 셈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정 원내대표는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 재산을 지키겠다"며 "부부 간 상속세·증여세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주거사다리를 지키겠다"며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폐지해 주택 공급을 늘리고 1가구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낮추겠다고 했다. 청년·신혼부부의 생애 최초주택에는 취득세 감면과 초저금리 대출 지원도 약속했다.

서울 집값 상승세 지속…정부 종부세는 '유턴'

정 원내대표가 이날 29쪽 분량의 연설문에서 '부동산'을 언급한 횟수는 모두 19차례다. 그는 서울 아파트값과 전·월세 상승을 거론하고 그 원인으로 대출과 세금, 재개발·재건축 규제 등을 지목했다.

실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이어졌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 출범 후 1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11.0%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문재인 정부 첫해 상승률인 8.2%보다 2.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 첫해와 노무현 정부 첫해에서는 각각 0.4%, 1.3%씩 내렸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11.2% 하락했다.

다만 정부별 집값 흐름은 출범 당시 금리와 공급 전망, 시장 상황 등이 달라 정책 효과만으로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별 첫해 상승률을 정책 효과만으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금리와 공급 전망, 당시 시장 국면 등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상승폭이나 하락폭 자체만으로 정부별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민지 기자]

정부가 대출과 세제 규제를 잇달아 강화한 뒤에도 서울 전체 가격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2% 올라 지난해 2월 이후 82주 연속 상승했다.

반대로 거래는 크게 줄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이달 4일까지 신고된 계약 기준 2322건으로 7월보다 약 60% 감소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을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으로 제시하고 민간 공급 확대와 세 부담 완화를 해법으로 내놨다.

정 원내대표의 제안은 최근 정부의 부동산 세제 조정과도 맞물린다.

정부는 지난달 3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의 공제도 1인당 6억원에서 4억원으로 축소하고 세 부담 상한은 현행 150%에서 200%로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이를 되돌렸다. 비거주 1주택자 기본공제는 12억원,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는 1인당 6억원을 유지하고 세 부담 상한도 150%로 되돌렸다. 세제개편안 발표 29일 만이다. 정부는 부처 협의와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실거주 여부에 따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달리하려던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지 일주일 만에 정 원내대표는 1가구 1주택자의 세 부담 완화에 더해 부부 간 상속·증여세 전면 폐지까지 제시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앞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상속세서 증여세까지 확대…여야 협상선 주목

지난해 3월부터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했던 '배우자 상속세 폐지 논의'는 이번 연설에서 증여세까지 확대됐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배우자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을 경우 10년간 합산해 6억원까지 증여재산에서 공제한다. 배우자 증여재산 공제한도가 6억원으로 오른 것은 2008년으로 이후 18년째 같은 수준이다.

그 사이 서울 주택가격은 크게 올랐다. KB부동산의 지난달 전국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739만원으로 처음 16억원을 넘어섰다. 중위 매매가격도 12억9167만원에 달했다.

서울 평균가격의 아파트를 한 배우자가 단독 소유하다 절반의 지분을 다른 배우자에게 증여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지분 가치는 약 8억369만원이다. 과거 10년간 다른 증여가 없더라도 현행 배우자 증여재산 공제한도 6억원을 약 2억원 웃돈다.

정 원내대표가 밝힌 '증여세 전면 폐지'가 그대로 제도화될 경우 이 같은 배우자 간 재산 이전에 부과되는 증여세 부담은 사라지게 된다.

다만 정 원내대표는 △상속·증여세 폐지에 따른 세수 감소 규모 △조세 회피 방지책 △구체적인 법 개정 시기 등은 제시하지 않아 1주택 세 부담 완화 역시 어떤 세목을 어느 수준까지 손질할 구상일지 주목된다.

여야 협상 가능성도 남아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3기 신도시를 2030년까지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공급 확대와 주거정책 공론화를 위한 여야 협의를 제안했다. 야당뿐 아니라 서울시와도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우자 상속세의 경우 이재명 대통령도 민주당 대표 시절인 지난해 국민의힘의 폐지 제안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이번에 추가로 제시한 배우자 증여세 전면 폐지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1주택자 세 부담 완화까지 민주당이 협상 대상으로 받아들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전날 민주당이 주거정책 협의를 먼저 제안한 만큼 부동산·세제 분야가 정기국회 초반 여야 정책 경쟁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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