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와~"
![31일 서울 강서구 로보티즈 사옥에서 열린 'K-휴머노이드 생태계 선포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AI 사피엔스'가 파쿠르 동작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204d53dca48b9.gif)
3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로보티즈 본사 1층 로비. 휴머노이드 로봇 ‘AI 사피엔스’가 몸을 앞으로 숙이더니 양팔과 다리를 이용해 바닥을 짚었다. 이어 몸을 일으켜 세우며 사람처럼 팔굽혀펴기 동작을 이어갔다.
잠시 뒤 로봇은 달리듯 몸을 움직였다. 이날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서울과학기술대 연구팀이 구현한 고난도 파쿠르 동작이었다. 피겨스케이팅의 버터플라이 동작과 물구나무서기, 달리기 점프까지 이어지자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의 시선이 로봇에 집중됐다.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대학생들이 직접 학습시킨 결과물이다.
로보티즈는 이날 서울 마곡 본사에서 'K-휴머노이드 생태계 선포식 및 오픈 휴머노이드 짐(OH!GYM!) 성과 보고회'를 열고, 대학 연구팀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 성과를 공개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방식은 기존 로봇 연구와 조금 달랐다. 로보티즈가 연세대, 서울과학기술대, 서울대, 가천대 등 4개 대학팀에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플랫폼과 기본 오픈소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각 팀이 원하는 동작을 직접 학습시키도록 했다.
대학 연구팀은 주어진 로봇에 단순히 프로그램을 입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상환경에서 동작을 학습시킨 뒤 실제 로봇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31일 서울 강서구 로보티즈 사옥에서 열린 'K-휴머노이드 생태계 선포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AI 사피엔스'가 파쿠르 동작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1b1ecbf5d293c3.jpg)
첫 번째 시연에 나선 연세대팀은 한 달간 학습시킨 태권도 발차기를 선보였다.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동작이지만 휴머노이드에게는 쉽지 않다. 한쪽 다리로 균형을 잡으면서 다른 다리를 들어 올리고, 넘어지지 않도록 몸 전체의 움직임을 동시에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과기대팀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피겨스케이팅의 버터플라이 동작과 물구나무서기, 달리기 점프 등 아크로바틱 동작을 잇달아 선보였다.
서울과기대팀 관계자는 "상체보다 하체가 무겁기 때문에 고난도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팀의 무대는 분위기가 달랐다. K팝에 맞춰 휴머노이드가 춤을 추고 관객에게 인사를 건넸다. 인터랙션 헤드를 활용해 관객과 교감하는 모습도 선보였다.
지난 7월 로보TV 유튜브 채널에서 조회수 103만회를 기록한 댄스 동작과 서울대 응원가 '관악을 보게 하라'에 맞춘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가천대 대학원팀은 외발 서기, 푸시업, 군대식 낮은 포복 걷기는 물론 60~70cm 높이의 림보를 통과하는 동작을 시연했다.
단순히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대학팀이 서로 다른 움직임을 선택해 자신만의 데이터를 쌓았다는 점이 이번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이어진 성과 발표회에서는 심투리얼(Sim-to-Real, 가상 환경 학습의 실물 적용) 기술과 미믹 트레인(Mimic Train) 등 가상 공간에서의 학습 과정이 공유됐다. 가상공간에서 수많은 움직임을 반복 학습한 뒤 이를 실제 로봇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가천대 iRASC 연구실 구지연 연구원은 "4가지 종목 중 장애물 달리기를 선택해 가상 공간에서 학습을 진행했다"며 "지형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로우폼 모션을 중점적으로 학습시켰으며, 향후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회로를 설계하는 등 디테일한 작업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31일 서울 강서구 로보티즈 사옥에서 열린 'K-휴머노이드 생태계 선포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AI 사피엔스'가 파쿠르 동작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b13fe7473f063.jpg)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중국산 하드웨어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연구 환경을 개선하고 국산 플랫폼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로보티즈가 자체 개발해 각 연구팀에 제공한 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의 명칭은 'AI 사피엔스'로 경쟁사인 중국 유니트리의 G1보다 발열이나 배터리 등 측면에서 더 나은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일우 산업기술기획평가원 로봇 PD는 "많은 대학 연구실에 가보면 유니트리 G1이 있고, 국산 부품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로보티즈의 국산 로봇들이 더 많은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결실은 로보티즈가 추진해온 기술 개방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로보티즈는 지난 3일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중국산 휴머노이드에 맞서 대한민국 로봇 기술을 글로벌 '표준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AI 사피엔스의 핵심 구동 코드와 소프트웨어를 공개한 바 있다.
로보티즈는 이번 1기 성과를 바탕으로 오픈소스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를 넓혀갈 계획이다. 향후 2·3기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추진해 국내 로봇 인재를 양성하고, 산학연 협력을 통한 K-휴머노이드 기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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