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시의회 '오세훈 패싱' 현실화…사면초가 속 정치력 '시험대'[여의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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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500세대 이하 정비사업 권한 '자치구 이양' 추진
시의회 민주당도 서울시 배제하고 전장연과 독자 타협
사법리스크에 '국힘 내홍'까지…'독자성' 강조만으론 한계
정책 기조 유지하며 정부·시의회·자치구와 '접점 찾기' 난제

[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최근 용산공원 부지 활용을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가 충돌한 데 이어 정부·여당이 '500세대 이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서울시에서 자치구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당이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한 서울시의회는 서울시를 거치지 않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직접 협상해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중단을 이끌어냈다. 서울의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이른바 '오세훈 패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용산공원 부지 활용 문제 등 주택공급 논의 관련 회동을 한 뒤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면담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용산공원 부지 활용 문제 등 주택공급 논의 관련 회동을 한 뒤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면담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지난 23일 제10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서울의 '500세대 이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이양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다수를 차지한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회장 이승로 성북구청장)도 지난 12일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제203차 정기회의를 열고 소규모 정비구역 지정 권한 이양 등 자치구 공동 현안 9건을 서울시와 중앙정부에 건의했다.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7곳의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다.

오 시장은 이를 "위험천만한 탁상행정"이라고 규정하며 즉각 반발했다. 지난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오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도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서울시장과 잘 논의하라고 말씀했는데 (총리가) 서울시장을 패싱하고 구청장을 모아 그 자리에서 건의받아 구체화하는 걸 보면서 참으로 문제 있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비 사업은 구역 지정, 조합 설립, 심의 절차, 착공에 이르기까지 9개 단계가 절차별로 이뤄지고 그중 구역 지정 심의와 통합 심의만 서울시가 한다. 나머지는 어차피 구청장이 하게 돼 있다"며 "서울은 하나의 생활권인데 자치구별로 경쟁시키면 자치구별 편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27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도 "실제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극히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라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구청에 전담 인력이 별로 없고 자치구별 통일된 기준이 없는데, 거기서 생기는 혼선과 갈등은 미처 생각도 못 한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용산공원 부지 활용 문제 등 주택공급 논의 관련 회동을 한 뒤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면담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이 의석의 3분의 2를 장악한 서울시의회도 서울시와 별개로 주요 현안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시의회 민주당과 민주당 서울시당은 지난 24일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의 이동권과 노동권 보장을 담은 당론 제1·2호 조례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전장연 측에 약속했다. 이에 전장연은 2021년 말부터 4년 넘게 이어온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지하철 시위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전장연이 장기간 대립해온 상황에서 시의회가 직접 협상에 나서 시위 중단을 이끌어냈다는 점은 오 시장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가 서울시 정책을 견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현안의 독자적인 협상 창구 역할까지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TBS 교통방송 문제에서도 시의회의 압박은 이어지고 있다. 시의회는 여당 주도로 지난 10일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정상화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결의안에는 TBS의 출연기관 재지정과 지원 조례 제정, 재정지원 방안 등 서울시가 정상화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TBS는 2024년 6월 지원 조례 폐지 효력이 발생한 뒤 같은 해 9월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지정 해제되면서 서울시의 재정지원 근거를 잃었다.

오 시장이 처한 정치적 여건도 녹록지 않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받고 후원자를 통해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아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용산공원 부지 활용 문제 등 주택공급 논의 관련 회동을 한 뒤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면담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오 시장이 소속된 국민의힘 역시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어 서울시 현안을 둘러싼 정부·여당과의 대립 과정에서 중앙당의 지원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 시장으로서는 정부와 시의회,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다수를 차지한 자치구를 상대로 시정 주도권을 지켜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민선 9기 초반부터 정부·시의회·자치구와 주요 정책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오 시장의 정치력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서울시의 정책적 독자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여당이 우위를 점한 시의회와 자치구의 협조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오 시장으로서는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정부·시의회·자치구와 접점을 만들어낼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현재 오 시장이 시의회와의 관계 설정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자신의 정치력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고, 용산공원 주택공급 문제를 두고도 여론전을 이용해 정부가 개발을 밀어붙이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나 시의회가 '오세훈 패싱'을 지속할 경우 오히려 리스크를 짊어지는 쪽은 정부와 시의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정치 구도적으로 오 시장에게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부동산 정책의 경우 정부 주도의 정책이 더 힘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오 시장 본인이 원하는 정책이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그 정책이 정말 서울 시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사후 정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오 시장의 신념과 가치가 정치적으로 상충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본인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결국 양보와 타협이 필요한 시점에서 오 시장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정부와 시의회에는 오히려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더라도 시민들에게 정치력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용산공원 부지 활용 문제 등 주택공급 논의 관련 회동을 한 뒤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면담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뷰'가 좋은 정치뉴스, 여의뷰!!! [사진=그래픽=조은수 기자]
/김한빈 기자(gwnu2018080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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