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악취·기계음 진동…'탄천 1.3만가구' 넘을 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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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대치동 인프라 갖춘 알짜부지…사시사철 악취 진동
"악취 없어지면 환영" vs "공원 사라지고 교통난 심해질라"
시설이전 4~5년·주택건설 또 4~5년…단기 공급효과 한계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입지만 놓고 보면 압구정에 뒤지지 않죠. 대청역이 바로 앞이고 강남과 송파 인프라를 모두 누릴 수 있으니까요. 하수처리시설만 옮기면 완전히 달라질텐데 문제는 그 거대한 시설을 어디로 옮기느냐죠."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인근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센터 부지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강남 끝자락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입지 자체는 뒤처질 게 없다"며 "그동안 물재생센터나 지역난방시설 같은 기피시설이 몰려 있고 악취문제까지 겹치면서 주변에 비해 주거지로서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마루공원에서 바라본 탄천물재생센터 [사진=나광국 기자]
마루공원에서 바라본 탄천물재생센터 [사진=나광국 기자]

서울 강남 한복판에 최대 1만3000가구를 공급하는 '탄천물재생센터 카드'가 급부상했지만 실제 공급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역세권과 강남·송파 생활권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입지는 매력적이지만 현재 대규모 하수처리시설이 가동중이기 때문이다.

시설이전부터 주택건설까지 10년 가까이 걸릴 수 있어 당장 서울 주택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후 지하철 3호선 대청역 2번 출구에서 나와 탄천방향으로 몇 분 걷자 탄천물재생센터 상부에 조성된 마루공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 사이로 산책로가 이어지고 잔디광장과 체육시설 등이 자리해 언뜻 보면 대규모 하수처리시설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기 어려웠다.

한낮 기온이 32도까지 오른 무더위 속 공원 안쪽으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일변했다. 하수처리시설에 가까워질수록 코를 찌르는 악취가 강해졌고 '웅웅'거리는 기계음이 연신 울렸다.

현장 관계자는 "비가 오거나 기압이 낮으면 냄새가 더 심해진다"며 "사시사철 올라오는 악취문제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센터 내부에서는 악취가 더 강하게 느껴져 숨 쉬기조차 불쾌할 정도였다. 인근 주민들도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날씨와 바람방향에 따라 여전히 악취를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센터 규모는 예상보다 컸다. 약 39만3000㎡에 달하는 부지는 한 바퀴를 도는 데만 1시간이상 걸릴 정도로 넓다. 한쪽에는 센터 직원과 가족들이 거주하는 사택도 자리해 있었다.

반면 주택 공급지로서 입지 경쟁력은 뚜렷했다. 대청역이 도보권이고 수서역도 자동차로 10분안팎이다. 수서역에서는 수인분당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수서고속철도(SRT)를 이용할 수 있다.

탄천만 건너면 송파생활권이고 대치동 학원가와 삼성서울병원 등 교육·의료 인프라도 가깝다. 강남권에서 이 정도 규모 평지를 한꺼번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탄천물재생센터는 1980년대 후반부터 약 40년간 가동된 대규모 하수처리시설이다. 강동·송파 전역과 강남·서초 일부 등 서울 동남권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하루 최대 90만㎥ 처리하고 있다.

서울시는 센터시설 일부를 이전하고 나머지를 지하화해 전체 부지의 절반가량을 주거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최소 1만가구에서 최대 1만3000가구를 공급하고 나머지에는 로봇과 피지컬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시설을 조성하는 '동남권 청년특화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마루공원에서 바라본 탄천물재생센터 [사진=나광국 기자]
탄천물재생센터 마루공원과 대진초등학교 사이에 마련된 산책로 [사진=나광국 기자]

주민들 반응은 엇갈렸다. 센터이전과 악취해소에 대한 기대가 크면서도 공원축소와 교통혼잡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일원동 주민 A씨는 "대청역이 가깝고 인프라도 좋아 청년들이 살기에는 괜찮을 것"이라면서도 "사시사철 올라오는 악취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천 건너 송파지역에서도 시설 이전을 반기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물재생센터와 직선거리가 가까운 만큼 악취 문제가 해소되고 탄천변이 정비되면 강남뿐 아니라 송파 일대 주거환경도 함께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물재생센터 상부의 마루공원이 사라지는 데 대한 아쉬움도 있다. 이날도 산책로를 걷거나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마루공원을 이용하던 한 주민은 "이 근처에서 이 정도 규모 공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하수처리시설을 옮기는 것은 좋지만 주택을 짓느라 주민들이 쓰던 녹지가 줄어드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최대 1만3000가구가 들어설 경우 교통혼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변에 이미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한 만큼 대규모 인구유입에 대비한 추가 교통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급되는 주택성격을 놓고도 셈법은 엇갈린다. 물재생센터 이전에는 찬성하지만 청년·임대주택이 대규모로 들어서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린돌은 '대체부지' 마련이다. 탄천물재생센터는 당장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유휴부지가 아니다. 하루 최대 90만㎥의 하수를 처리하는 만큼 기존 시설을 없애려면 동일한 기능을 맡을 대체 시설을 확보하고 해당 지역 주민을 설득해야 한다.

마루공원에서 바라본 탄천물재생센터 [사진=나광국 기자]
탄천물재생센터 내부 시설 [사진=나광국 기자]

서울시는 기존시설 이전에 4~5년, 이후 주택건설에 다시 4~5년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돼도 10년 가까이 걸리는 셈이다. 정부가 인허가 등 행정절차 단축에 협조하면 1~2년가량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이마저도 대체부지를 확보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전지역을 찾고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면 사업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기존 하수처리 기능을 유지하면서 일부 시설을 지하화해야 하는 만큼 공사비와 사업난도도 변수다.

전문가들도 입지와 공급 효과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사업 속도를 관건으로 꼽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권에 1만가구이상을 공급한다는 점에서는 공급부족을 일부 해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회성 공급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공급이 뒷받침돼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설일부를 지하화한 뒤 상부에 주택을 짓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공사비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결국 주민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체부지를 얼마나 빨리 찾느냐가 사업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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