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불쾌...靑 '대법관 제청' 대응 수위 고심[여의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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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서면 제청' 파문…대법관 공백 속 李 대통령 딜레마
대법관 공백 장기화 부담…재협의·국회 부결 등 셈법 복잡
민주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당장 나가라" 사퇴 압박

[아이뉴스24 문장원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사전 협의 없이 서면으로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 제청한 것을 두고 정치권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대법관 임명 제청을 사전에 조율해 온 관례가 깨진 데 대해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불쾌한 기류가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법원과 재협의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이미 상당 기간 대법관 공백이 이어진 만큼 청와대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6.8.20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6.8.20 [사진=연합뉴스]

청와대는 지난 18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새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했다고 밝힌 데 대해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표면상 제기된 문제는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 조율을 거친 뒤 대법관 후보를 '대면 제청'하는 기존 관례를 깨고, 조 대법원장이 '서면 제청'을 했다는 점이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에 따라 대법관 제청 권한은 대법원장에게 있다.

대법원장이 '대면 제청' 형식으로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최종 후보를 제청해 온 것은 그동안의 관례로, 헌법이나 기타 법령상으로는 꼭 대통령과 사전 협의를 거쳐 제청하도록 정한 법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이번 제청을 계기로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충돌하는 모양새가 됐다.

대법원은 이 대통령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서면 제청' 방식을 취했다는 입장이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전날(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대통령과) 만남의 기회가 없었다. (면담을) 요구했는데 안 됐다"며 서면 제청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측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6.8.20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20 [사진=연합뉴스]

靑-大法, '1순위 후보자' 놓고 이견

이번 사안의 본질은 제청 방식보다 '1순위' 후보 선정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 간 이견에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서 청와대와 대법원은 지난 1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민기 수원고법 고법판사, 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추천한 뒤로 최종 후보 선정을 놓고 물밑 소통을 이어왔다.

청와대는 이재명 정부 첫 대법관이라는 상징성과 '여성·최연소·진보 성향'이라는 인사 방향을 모두 만족하는 김민기 고법판사를 최우선 순위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특히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김 후보자에게 가장 힘을 실었다고 한다.

반면 대법원은 김 고법판사의 남편이 이 대통령 지명 몫으로 임명된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라는 점에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된 상황에서 김 고법판사가 관여한 대법원 판결이 헌법소원 대상이 될 경우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인 오 재판관이 관련 사건에서 매번 회피하면 헌재가 8인 체제로 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제약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측의 명분으로 알려졌다.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무작위 추첨을 거쳐 내란전담재판부 재판장이 되면서 제청이 어려워졌고, 박순영 고법판사는 2021년 3월부터 중앙선관위원을 겸하고 있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손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하는 데에 이르렀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6.8.20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8.20 [사진=연합뉴스]

과거에도 대법관 제청 갈등…이번에는 '최종 합의' 불발

청와대와 대법원이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이 양승태 대법관 후임으로 이상훈 법원행정처 차장을 서면으로 제청한 바 있다. 당시에는 청와대가 대법원장과 대통령의 별도 면담 일정을 잡지 않으며 갈등을 빚었고, 대신 서면 방식을 요청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이었던 지난 2023년에도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을 앞둔 조재연, 박정화 대법관 후임자 후보 8명을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에서 특정 후보 2명의 이념을 문제 삼으며 국회 동의를 거치더라도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식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던 일이 있다.

이후 김 대법원장은 한 발 물러나 서경환 서울고법 판사와 권영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각각 임명 제청하며 갈등을 봉합했다.

이번에는 대법원이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민정수석실과 서면 제청 방식은 협의했지만, 후보자에 대한 양측의 최종 조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가 선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후보를 제청했다는 점에서 앞선 사례들과 차이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6.8.20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전경 [사진=연합뉴스]

재협의냐 국회 표결이냐…靑, 대응 고심

청와대는 대응 방식을 고심 중이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방안은 대법원과 재협의다.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2명 모두에 대한 임명을 거부하고 추천 절차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 5개월 동안 이어진 대법관 공백이 더 길어지는 데다, 당장 내달 이흥구 대법관도 퇴임을 앞두고 있다는 상황이 부담이다. 아울러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 사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은 최근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한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청와대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 때문에 국회로 공을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대법관 제청을 거부하고 재협의를 요구하는 모습보다는 헌법 절차대로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고 두 사람, 또는 최소한 노 전 대법관 후임 몫인 손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부결하는 방안이다.

친이재명계인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보겠다"면서도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더라도, 민주당은 사실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해 제청된 후보자에 대한 동의안을 부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경우는 대법원장의 독단적 제청을 임명권자가 용인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6.8.20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20일 국회에서 전당대회 뒤 처음으로 열린 의원 총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8.20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조희대 씨, 당장 나가라"

'김민석 체제'의 여당은 시작부터 조 대법원장을 직접 조준하고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김민석 대표는 전날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을 "조희대 씨"라고 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제 대법원장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법 기술 원장"이라면서 "그동안의 관습적 법 절차를 어기고 이번에 대법관 제청을 한 의도가 무엇인가. 잘라달라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 조희대 씨는 물러나는 것이 맞다"며 "어디다 대고 국민 앞에서 이런 못된 짓을 하는가. 조희대 씨 정신 차리고 당장 나가라"고 직격했다.

김 대표는 20일에도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전국에 걸도록 지시하며 조 대법원장의 사퇴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병도 원내대표 역시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제청 여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209일 동안 아무 설명 없이 미루다가 임명권자와 한마디 상의 없이 밀어붙인 과정과 방식, 그 의도"라면서 "조 대법원장의 시계는 법과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셈법에 따라 움직이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6.8.20 [사진=연합뉴스]
'뷰'가 좋은 정치뉴스, 여의뷰!!! [사진=그래픽=조은수 기자]
/문장원 기자(moon334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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