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뉴노멀: 바뀌는 산업안전④]폭염 산재 매년 증가하는데…'작업중지권' 실효성은 여전히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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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질환 산재 3년 새 3배 이상 증가…올해도 증가세
폭염 대응 기준 강화에도 "현장 체감 못 따라가" 지적
"작업중지권 보장보다 실질적 행사 환경 마련해야"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작업중지권 보장과 폭염 대응 기준을 강화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온열질환을 비롯한 산업재해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제도는 보완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준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작업중지권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극한 폭염이 계속된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의 온도계가 47도를 가르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온열질환(열사병·일사병) 연도별 승인 산재 현황'에 따르면 온열질환 산재 승인 건수는 2022년 23건에서 2023년 31건, 2024년 51건, 2025년 77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 승인 건수는 2022년보다 3.3배 늘었으며, 올해도 6월 말까지 13건이 승인됐다.

정부는 폭염으로 인한 노동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강화해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기존 행정 가이드라인 일부를 법적 의무로 전환했다.

개정 규칙에 따르면 체감온도 31도 이상에서는 냉방·통풍장치를 가동하고 작업시간을 조정해야 하며, 체감온도 33도 이상에서는 매 2시간 이내 20분 이상 또는 1시간마다 10분 이상의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 폭염 시 노동자 보호를 위한 최소 기준을 법으로 명시한 것이다.

극한 폭염이 계속된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의 온도계가 47도를 가르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승보 조달청장이 5일 충북 청주시 119 항공정비실 건립사업 현장을 방문해 폭염 대응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현장에서는 최근 폭염 양상을 고려하면 현행 기준만으로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체감온도 35도 이상에서 매시간 15분 휴식을 제공하고 오후 2~5시 옥외작업 중지를 권고하는 기준 역시 강제력이 없는 데다, 실제 작업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체감온도 38도 이상에서 긴급 조치를 제외한 옥외작업 중지를 권고하고 있지만, 이 역시 법적 의무가 아닌 권고에 그쳐 사업장마다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작업중지권 역시 현장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현행법은 폭염 등으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급박한 위험이 발생하면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공기 지연이나 인사상 불이익 등을 우려해 실제로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극한 폭염이 계속된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의 온도계가 47도를 가르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한 공사현장 부근 횡단보도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최근 폭염이 일상이 된 만큼 현행 온도 기준과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정책이 지금과 같은 폭염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체감온도 38도가 여름철에도 며칠 나타나는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장기간 이어지고 40도에 육박하는 날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체감온도 38도라면 옥외뿐 아니라 옥내 작업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현재 노사정이 폭염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번 여름 이후가 될 가능성이 커 당장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폭염이 일시적인 계절 현상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재난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문가들은 작업중지권 보장뿐 아니라 노동자가 불이익 걱정 없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현실을 반영한 폭염 대응 기준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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