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홍지희 기자] 500조원 규모로 성장한 퇴직연금 시장이 투자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향후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대비해 수탁법인 사전 인가제와 독립적인 지배구조 등 가입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보험사도 실적배당형·대체투자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보험연구원은 9일 '호주·영국의 기금형 퇴직연금 비교와 보험산업의 과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력 확보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0년 255조5000억원에서 2025년 말 501조4000억원으로 5년 만에 약 2배 성장했다. 그러나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 중심 운용으로 2~3%대에 머무르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강성호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적립금은 증권업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보험업권은 실적 배당형 적립금 증가세는 낮고 상장지수펀드(ETF)·펀드 경쟁력이 높은 증권사로 자금 이동이 확대돼 업권 간 성장 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의 안착 방안도 제언했다.
그는 "영국은 마스터트러스트를 중심으로 확정기여형(DC) 시장이 재편돼 대표적인 기금형 모델로 정착했다"며 "공공형·비영리형 기금과 민간 금융기관이 경쟁하는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회사 계열 사업자가 대형화를 통해 시장에 참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은 △사전 인가제 △총 수수료 상한 △후원기관과 독립 수탁법인 분리 △다층 감독 체계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최근 기금 간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와 운용 효율성을 강화하는 중이다.
반면 호주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퇴직연금 의무화와 기금형 도입을 함께 추진했지만 금융기관형 기금의 경쟁력이 약화했다. 금융그룹 중심 수직계열화로 높은 수수료 구조가 생기고 모회사 중심의 지배구조와 이해 상충 관리 미흡으로 가입자 이탈과 규모의 경제 약화로 이어졌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사전 인가제를 도입하고 수탁이사회 독립성 확보해 성과·수수료 비교 공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대체투자·저비용 운용 역량을 확보하고 특별계정·신탁업 구조 개편 등 제도적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험업계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성장 기회로 인식하고 실적 배당형 운용 역량과 대체투자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그룹 차원의 전문성 확보를 선제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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