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뇌혈관질환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진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알아차리게 중요하다. 국내 연구팀이 실제 고령자의 일상생활 데이터를 분석해 집에서 나타나는 작은 변화만으로 뇌혈관질환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배충식) 건설및환경공학과 임리사 교수 연구팀이 성균관대(총장 유지범) 전자전기공학부 정조운 교수, 고려대(총장 김동원) 안암병원 신경과 조경희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실제 고령자의 주거환경에서 장기간 수집된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활용해 뇌혈관질환 진단 전 위험단계를 식별하고 진단이 임박한 위험 상태까지 평가하는 AI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리본케어가 실제 주거환경에서 수집한 고령자 1224명의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14일 단위로 구성한 총 1만3362개의 생활 데이터 표본을 분석해 질환이 발생한 뒤 병원에서 치료하는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일상생활 속 미세한 변화만으로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국내 연구팀이 집에서 나타나는 작은 변화만으로 뇌혈관질환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KAIST]](https://image.inews24.com/v1/9e9b7115bf2456.jpg)
연구팀은 고령자의 일상 활동과 수면, 일주기 리듬, 실내환경 정보에 연령과 만성질환 정보를 함께 분석해 뇌혈관질환 위험단계를 식별했다. 병원 검사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생활 패턴의 변화가 뇌혈관질환의 초기 위험 신호를 포착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생활 패턴 변화를 분석해 뇌혈관질환 진단이 가까워진 상태까지 평가하는 데 성공했다. 진단 전 4주 이내의 생활 데이터를 ‘진단 임박 구간’, 진단 12주 이전의 데이터를 ‘비임박 구간’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AI는 두 구간을 96.53%의 높은 정확도로 구분했다. 병원을 찾기 전에도 일상생활 속 작은 변화만으로 뇌혈관질환 위험이 커졌는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특징은 AI가 단순히 위험 여부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근거가 된 생활 방식과 환경 요인을 함께 제시하는 설명 가능 AI(Explainable AI)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 뇌혈관질환 진단 전 위험단계에 있는 고령자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도 움직임이 지속해 나타나는 등 수면을 준비해야 할 시간대의 생활 리듬이 불규칙한 경향을 보였다. 잠드는 시간이 늦고 낮과 밤의 활동 차이가 뚜렷하지 않은 생활 패턴이 뇌혈관질환 진단 전 위험 신호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뇌혈관질환 진단이 가까워질수록 저녁 시간대인 오후 6시부터 밤 10시 사이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실내 습도가 낮아 건조한 환경 역시 진단이 임박한 상태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고령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의료팀과 돌봄 인력에게 신뢰할 수 있는 조기 경고 지표를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뇌혈관질환의 발생 시점을 예측하거나 병원 진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예방과 조기 진료를 지원하기 위한 보조 기술이며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전향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리사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AI가 병원 진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나타나는 작은 생활 변화 속에서 위험 신호를 먼저 발견하고 적절한 시점에 병원 진료로 연결할 가능성을 제시한 데 있다”며 “질환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의료체계에서 예방과 조기 개입을 지원하는 의료체계로 전환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AIST 백정엽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논문명: AI home monitoring for behavioral markers of cerebrovascular disease)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국제학술지 ‘npj Digital Medicine(엔피제이 디지털 메디슨)’에 6월 2일자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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