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의 딜레마...애매하면 무조건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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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서효빈 기자] 누군가 게시물을 신고한다. 플랫폼은 지울지 놔둘지 정해야 한다. 정부는 그 판단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고, 법원의 최종 판단은 몇 년 뒤에나 나올 수 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의 가장 허술한 지점은 바로 그 사이, 플랫폼의 1차 판단과 법원의 최종 판단 사이에 놓인 시간이다.

방미통위 스스로 인정했듯 "구체적인 기준은 법원 판례가 축적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판례가 쌓이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때까지 플랫폼은 무엇을 기준으로 삭제하고 무엇을 남길지, 정부도 법원도 답을 주지 않는 상태에서 결정해야 한다.

제도의 설계는 이렇다. 신고된 게시물에 대한 1차 판단과 조치는 네이버·카카오·구글·메타 등 플랫폼 사업자 몫이다. 정부는 사업자가 자율 운영정책을 제대로 운용하는지 사후적으로 들여보며 조정한다. 그리고 무엇이 허위조작정보이고 무엇이 풍자·패러디인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에 맡긴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정부가 한 발 빠진 구조를 택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에서 플랫폼이 택할 선택은 뻔하다. 애매한 게시물은 일단 지우는 쪽이다. 소송에 휘말리느니 삭제해서 분쟁 소지를 없애는 게 사업자 입장에선 안전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고를 받고도 방치하면 민원과 분쟁, 관리 책임 논란을 떠안을 수 있다. 결국 풍자·비판·의혹 제기와 허위조작정보의 경계에 있는 게시물일수록, 정부도 법원도 아닌 플랫폼의 자체 판단, 실질적으로는 리스크 회피에 따라 삭제 여부가 갈리게 된다.

이때 제한되는 것은 단순히 게시물 하나가 아니다. 법원이 훗날 허위조작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하더라도, 이미 삭제된 게시물은 공론장에서 사라진 뒤다. 논쟁은 끊기고, 작성자는 다음 글을 망설이고, 비슷한 주장을 하려던 이용자들도 스스로 입을 닫을 수 있다. 형식적으로는 정부가 직접 검열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플랫폼의 선제 삭제를 통해 실질적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셈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허위조작정보의 불명확한 기준과 플랫폼 자율 판단이 자기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백을 무작정 방치할 일은 아니다. 이의신청·분쟁조정에 법정 처리 기한을 못박고, 노출 제한 같은 낮은 단계 조치를 삭제보다 먼저 검토하도록 우선순위를 명시하는 법안 보완을 통해 플랫폼이 애매한 게시물을 일단 지우는 유인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정부 판단을 배제한 취지는 존중할 만하다. 그러나 그 공백을 방치한 채로는 표현의 자유도, 허위조작정보 대응도 제자리를 찾기 어렵다. 판례가 쌓이는 시간을 무방비로 흘려보낼지, 아니면 이미 있는 절차에 기한과 우선순위를 채워 넣을지. 정부가 답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서효빈 기자(x4080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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