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기후적응 'NO'…혜택·부담 해법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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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연구팀 “기후적응, 또 다른 불평등 부를 수 있어”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도시공원 조성, 습지 복원 등 녹지와 수공간을 활용하는 ‘그린-블루 적응(Green-Blue Adaptation·녹지·수공간 기반 기후적응)’은 기후 위기 시대 도시의 홍수·폭염 피해를 줄이는 대표적 기후적응 전략으로 꼽힌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국제연구팀이 이러한 기후적응 정책이 역설적으로 집값 상승과 인구 유입을 촉진해 기존 저소득층 주민의 거주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대륙 규모 데이터로 처음 입증했다.

KAIST(총장 이광형) AI미래학과 김승겸 교수 연구팀이 북경대, 뉴욕상하이대 연구진과 함께 아프리카 32개국 도시를 분석해 기후적응 정책이 도시 회복력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배제 압력을 유발할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역설(Gentrification Paradox, 환경 개선이 오히려 원주민 밀려남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실증적으로 규명했다.

2005년부터 2024년까지 각 도시의 그린-블루 적응 지수와 젠트리피케이션 지수의 전년 대비 연간 변화율을 산출해 비교했다. 기후적응 인프라 확대와 사회경제적 변화가 시계열적으로 어떻게 맞물리는지 보여준다. [사진=KAIST]
2005년부터 2024년까지 각 도시의 그린-블루 적응 지수와 젠트리피케이션 지수의 전년 대비 연간 변화율을 산출해 비교했다. 기후적응 인프라 확대와 사회경제적 변화가 시계열적으로 어떻게 맞물리는지 보여준다. [사진=KAIST]

연구팀은 아프리카 32개국 221개 도시권 내 5503개 행정단위를 대상으로 2005년부터 2024년까지의 변화를 추적했다. 위성영상 분석과 사회·경제 데이터를 결합해 그린-블루 적응이 실제 도시와 주민 삶에 미친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연구팀은 기후적응 정책이 환경 개선 효과뿐 아니라 주택가격 상승과 인구 이동 등 사회·경제적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정책 효과의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이중차분법(Difference-in-Differences, 정책 시행 전후 변화를 비교해 정책 효과를 검증하는 통계 기법)을 적용해 그린-블루 적응이 도시 변화에 미친 영향을 검증했다.

분석 결과 기후적응 시설이 조성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종합 젠트리피케이션 지수(Composite Gentrification Index, 주택가격·인구 유입·지역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지표)가 평균 약 4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은 약 13% 상승했다. 외부 인구 유입 역시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기후 위기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시설이 역설적으로 경제적 취약계층의 주거 불안을 심화시키고 기존 공동체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기후적응을 단순한 인프라 구축의 문제가 아니라 혜택과 부담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분배 문제’로 바라봐야 함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앞으로의 기후 정책이 녹지와 수공간 확충에 그치지 않고, 토지 소유권 보호와 공공주택 공급, 개발이익 환수 등 주거 안정 대책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승겸 교수는 “기후적응 정책은 도시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데 동시에 집값 상승과 인구 이동을 불러와 기존 주민들의 주거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앞으로의 기후 정책은 환경 개선뿐 아니라 취약계층 보호와 주거 안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조혜민 박사과정생, 북경대 우롱펑(Longfeng Wu) 교수, 뉴욕상하이대학 관청허(ChengHe Guan)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 결과(논문명 : The gentrification paradox of green-blue adaptation in African cities,)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시티즈(Nature Cities)에 4월 13일자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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