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시총 400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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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하려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해야"
"국산화는 모방의 다른 표현...2등하겠다는 이야기"
"CVD·ALD·ALG 3개 증착 기술 보유 주성이 유일"
"中 태양광은 과거 방식...두 배 더 좋은 시장 겨냥"

[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우리나라 벤처업계에서도 시가총액 400조원은 되는 기업이 나와야 합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목표를 말하라면 그것입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최근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한 식당에서 만나 회사의 성장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주성의 시가총액은 23일 기준으로 5.3조원이다. 따라서 다소 파격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국내 벤처기업도 크게 성장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의지를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 회장은 그 방법으로 '기술'을 제시했다. 특히 벤처업계에서 관성적으로 말하는 '국산화'의 안일함에 대해 지적했다. 황 회장은 "국산화는 사실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겠다는 말과 같다"며 "이는 2등의 영원한 2등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1등을 하려면 고객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창의적이고 혁신적 기술을 개발해내야 한다는 게 황 회장의 생각이다. 모방하거나 싸게 만드는 것으로 크게 성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사진=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사진=주성엔지니어링]

주성엔지니어링은 1993년 설립된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전지 전공정 장비 업체다. 1세대 반도체 장비 업체다. 원자층 증착(ALD) 장비를 주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해왔으며, 최근에는 차세대 공정과 에너지 장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은 3107억원이고 영업이익 313억원이다. 매년 매출의 20~30%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하고 있다. 황 회장은 특히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는 방법은 기술밖에 없다"고 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사진=주성엔지니어링]
주성엔지니어링 용인 R&D센터 전경. [사진=주성엔지니어링]

"로직 1나노, 메모리는 10cm 밖…AI 반도체 구조 바꿔야"

황 회장은 인공지능(AI) 덕분에 급성장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AI 반도체의 구조적 한계를 현재 상황에서 가장 큰 병목으로 지목했다. 황 회장은 구체적으로 "트랜지스터는 1나노(㎚·10억분의 1m) 수준까지 줄었지만, 데이터를 10cm가량 떨어진 메모리(저장 장치)에서 가져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사진=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반도체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주성엔지니어링]

그는 "(이 문제를 비유하자면) 데이터가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수십 번 오가는 것과 같고, 데이터 전송 병목과 전력을 엄청나게 소비하는 문제를 낳는다"며 "그래서 로직(베이스)만 1나노로 줄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이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연산과 저장이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로의 전환'이다.

황 회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로직과 메모리를 따로 만들어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한 공간에서 같은 속도로 동작하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대만 파운드리 업체의 패키징과 실리콘관통전극(TSV) 기반 구조에 대해서도 "(과거보다 조금 더) 붙여놓은 구조"라고 평가했다. 황 회장은 "지금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이라기보다 중간 단계 성격이 강하다"며 "구조 자체를 바꾸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LD는 눈, ALG는 얼음…초미세 공정 수율 잡는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자부하는 기술은 1997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자층 증착 양산장비(ALD)다. 증착은 반도체 표면에 얇은 막(박막)을 형성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기술과 장비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패널 제작 등에 두루 쓰인다.

주성엔지니어링은 ALD에 이어 차세대 공정 대응 기술로 원자층 박막 성장(ALG) 기술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황 회장은 "원자층 증착(ALD)이 눈처럼 쌓이는 방식이라면 ALG는 얼음처럼 단단하게 응집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ALD는 원자층을 한 겹씩 증착하는 방식으로 미세 공정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지만,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균일도와 충진(filling) 한계가 발생한다. 반면, ALG는 원자가 스스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고(高)종횡비(폭 대비 높이 비율이 매우 큰 것) 구조에서도 밀도와 수율(양품 비율)을 유지할 수 있다. 황 회장은 이 기술을 두고 "거의 완성 단계"라고 밝혔다.

주성엔지니어링은 2024년 기준 글로벌 ALD 장비 시장에서 네덜란드 ASM,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미국 램리서치에 이어 점유율 4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고는 978억원으로, 이 중 ALD 중심 반도체 제조 장비가 885억원으로 약 91%를 차지한다. 디스플레이 장비는 93억원으로 약 10%다.

증권가에서는 ALG 확대를 반영해 올해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를 다시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태양광 탠덤 기술 승부수"…빅테크 납품 기대에 주가 상한가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에서 축적한 CVD(화학 기상 증착)·ALD·ALG 등 증착 기술을 결합해 이른바 '탠덤(Tandem)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빛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밴드갭(에너지 밴드 사이의 간격)을 가진 태양전지 HJT(이종 접합 기술)와 차세대 태양전지로 꼽히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를 다중접합한 기술이다.

기존 HJT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단파장 빛 흡수에 적합한 페로브스카이트를 적층해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 기술은 디스플레이와 우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원 등으로 확장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주성엔지니어링이 태양광 장비를 통해 글로벌 빅테크의 공급망에 진입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지난 20~21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사진=주성엔지니어링]
클린룸(청정시설)에서 반도체 공정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주성엔지니어링]

황 회장은 "주성은 CVD·ALD·ALG 세 가지 핵심 공정을 모두 가진 유일한 기업"이라며 "중국의 기존 태양광 기술은 과거 방식이고, 우리는 대체가 아니라 그보다 두 배 이상 좋은 시장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 시장은 반도체보다 훨씬 크고, 태양광은 그중에서도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실행 경험과 능력이 중요"…황은석 사장 승계도 능력 중심

황 회장은 임직원 보상 문제와 관련해 "보상은 고정급을 높이기보다 성과급과 장기 보상을 통해 나누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며 "기업이 이익을 내고, 그 성과를 구성원과 공유하는 방식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또 "AI 시대에는 단순 지식보다 실행 경험이 중요하다"며 "학벌이나 시험 성적보다 실제로 많이 해보고 반복한 사람이 경쟁력을 갖는다"고 했다.

황 회장은 "경영은 자격을 갖춘 사람이 맡아야 한다"며 "자격은 (이론적) 준비가 아니라 (현업에서) 반복된 실행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황 회장의 아들인 황은석 사장은 1986년생으로 서울대 재료공학 박사 출신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와 메모리사업부 등을 거쳐 2024년 주성엔지니어링에 합류했다. 이후 미래전략사업부를 총괄해왔으며, 지난해 9월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돼 '2세 경영'에 본격 나서고 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사진=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사진=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1953년생 △주성엔지니어링 창립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회장 △한국발명진흥회 회장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수석부회장 △벤처기업협회 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SK하이닉스 동반성장협의회장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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