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동 해야하지만…정유업계, 중동형 설비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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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33.6% UAE 11.4% 이라크 10.4% 쿠웨이트 8.4%
호르무즈 리스크에 러시아산 검토까지…조달처 다변화 시도
국내 정유설비도 중동산 중질·고황 원유에 최적화 돼 있어
경질유 처리시 경제마진 훼손...공정 전환하려면 비용 부담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망 불안이 커지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수입선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동 외 지역으로 조달 구조를 바꾸려 해도 설비 자체가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돼 있어 전략 전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사진=SK이노베이션]

국내 정유업계는 중동산 원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석유협회가 발간한 '2025년 석유 수급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수입 비중이 33.6%로 가장 컸다. 이어 미국(17.0%), 아랍에미리(UAE·11.4%), 이라크(10.4%), 쿠웨이트(8.5%) 순으로 집계됐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되자, 정유업계는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유 4사는 지난 2022년 이후 수입이 중단됐던 러시아산 원유 도입까지 검토하는 등 조달처 다변화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원유 수입 구조를 다변화하더라도 설비 측면의 제약은 여전하다.

현재 국내 정유설비의 대다수가 중질·고황 중심의 중동산 원유 처리에 맞춰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중동산 원유는 황 함량이 높고 점도가 높은 대신 가격 경쟁력이 있어 이를 전제로 한 고도화 설비가 국내 정유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아 왔다.

수십 년간 축적된 설비 구조와 운영 방식 역시 이러한 원유 특성에 최적화돼 있다.

문제는 미국산 등 경질유를 기존 설비에 투입할 경우다. 경질유는 황 함량이 낮고 가벼운 대신 제품 수율이 기존 설비와 맞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공정에서는 과잉 생산이나 비효율이 발생해 정제마진을 훼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탓에 정유사들은 조달처 다변화와 수익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놓인 상황이다.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동 외 원유 도입이 필요하지만, 기존 설비를 유지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설비 전환이나 공정 개편이 거론된다.

경질유 처리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설비를 개선하고, 원유 특성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공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정유사들 역시 인식을 같이 하지만 막대한 투자비 부담과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동산 원유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점 등이 맞물리면서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탈중동이라는 방향성과 기존 설비 구조 사이에서 당분간 줄타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되는 가운데 공급망 안정과 수익성 확보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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