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아파트 대출금 이자에 생활비, 자녀 어린이집 비용, 각종 세금까지 내고도 유일한 내돈내산이 커피인데…."
이는 서울 강남구 인근에서 회계사로 근무 중인 30대 A씨가 최근 잇따른 커피 가격 인상 소식에 푸념한 말이다. A씨에게 커피는 하루 일상의 위로가 되는 중요한 대상이라서다. 근무에 지친 날에는 정신을 깨우는 필수품이고, 근무가 없는 날엔 자신을 반기는 딸과의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작은 여유다.
A씨처럼 하루 커피 한 잔으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잇따른 가격 인상 소식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커피는 더이상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인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직장인들은 업무 중 짧은 휴식을 위해, 주부들은 가사 노동 중 작은 위안을 위해 커피를 찾는다.
23일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지난해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 8월에는 국민대표 음료로 꼽히는 아메리카노 그란데·벤티 사이즈 가격을 각각 300원과 600원씩 올렸다. 같은 해 11월에는 블렌디드 음료 등 11종의 톨 사이즈 가격을 200원 인상했다.
특히 7000원대 가격에 머물렀던 토피넛 라떼의 경우, 그란데와 벤티 사이즈가 각각 500원, 800원씩 오르면서 앞자리가 바뀌었다. 당시 스타벅스는 소비자의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가격을 인상했다. 기존 4500원에서 4700원으로 변경된다. 스타벅스가 2009년부터 판매량 집계 조사를 시작한 이후 15년간 변함없이 1위를 차지해온 메뉴다. 이외에도 카페 라떼, 돌체 라떼, 카라멜 마끼아또 등이 인상됐다. 다만 아이스커피 그란데·벤티 사이즈는 200원 인하된다.
가격 인상은 많이 찾는 스타벅스만의 일은 아니다. 매일유업 관계사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폴 바셋은 제품 28종의 가격을 평균 3.4% 올리기로 했다. 네스프레소는 올해부터 국내에서 판매 중인 커피 캡슐 37종의 가격을 최대 11.6% 인상했으며, 동서식품도 지난해 11월 인스턴트 커피·커피믹스·커피음료 등의 출고 가격을 평균 8.9% 올렸다.
이처럼 카피 브랜드들이 모두 가격 인상에 나선 원인은 원두의 가격급등 때문이다. 지난해 브라질과 베트남 등 주요 커피 원두 산지에서 이어진 이상기후로 인해 원두 수확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던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식용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1톤(t)당 7049달러(한화 약 1029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85.4% 상승했다. 가공용 로부스타 원두 역시 같은 기간 95.9% 오른 4875달러(약 712만원)를 기록했다.
또한 물류비와 인건비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업계의 가격 조정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환율이 지난해 12월부터 1400원대로 올라선 데 이어 최근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으면서, 원두를 전량 수입하는 업체들에게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원두 생산량이 회복되고 가격이 안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과 기상이변 등 외부 요인에 따른 물가 상승 문제는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주요 원자재에 대한 시장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기후변화로 타격을 입고 있는 각 업계와 소통을 강화해 애로사항을 찾아 해결 방안을 최대한 모색할 것"이라며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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