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사라진 개혁신당…'한 정당 두 대표'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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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람, '주민소환법' 준용해 '당대표 직무정지' 의결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 선언…허은아 "정치 쿠데타"
허 대표 측, '당대표 업무' 유지 입장…'법적 조치' 예고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개혁신당의 내홍이 고조되면서 급기야 당대표와 당대표 직무대행이 대립하는 상황까지 불거졌다. 사실상 한 정당에서 두 명의 대표가 권한 행사를 두고 충돌하면서 법적 분쟁 상황까지 번질 조짐이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오른쪽은 비어있는 허은아 당대표 자리. 2025.1.21 [사진=연합뉴스]

천하람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해 허은아 대표와 조대원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소환제 실시 및 직무정지 안건을 의결했다. 이 자리에는 허 대표가 해임했다고 주장하는 이주영 정책위의장과 김철근 사무총장 등 인사가 참여했다.

이들이 허 대표와 조 최고위원이 당헌·당규를 위반해 '당원소환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당헌 6조에 따르면, 당원은 법령 및 당헌·당규, 윤리 강령 위반 등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당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을 대상으로 소환을 요구할 수 있다.

허 대표는 △당직자 임면 위반 △사무처 당직자 부당 지시·통제 △당 조직 사유화 등 사유가 당원 소환 요건으로 꼽혔다. 조 최고위원은 △당헌·당규 위반 당직자 임면 행위 동조 △사무직 당직자 폭언·협박 △특정 최고위원 허위사실 유포 등 사유다.

허 대표와 조 최고위원은 우선 천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위법하다고 지적한다. 당대표실은 입장문을 통해 "천 원내대표 주도로 이뤄진 최고위원회의는 당헌·당규상 원천 무효"라면서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개최되지 않아 '사적 모임'에 불과하며 어떤 의결도 법률 및 당헌·당규에 따라 정식 안건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1.21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천 원내대표는 "당헌에 따르면 의결 사안 관련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회의체에서 제척된다"며 "허 대표는 당원소환제 실시 안건이 논의되는 이번 회의에서 제척됐기 때문에 제가 당대표 권한을 대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양측의 대립은 최고위원회의 주재 권한뿐 아니라 '직무정지'에서도 충돌했다. 천 원내대표는 허 대표에 대한 당원소환 투표와 직무정지 안건을 의결한 이후, '당대표 직무대행' 역할을 원내대표가 맡는다고 선언했다. 허 대표의 현재 상태가 궐위가 아닌 '사고'로 판단해 내린 조치다.

다만 개혁신당은 당헌·당규가 마련되지 않은 탓에 사실상 당대표의 직무를 정지시킬 규정이 없다. 다른 정당에서 당대표의 자진 사퇴·사고 등 위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마련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창당 당시 비대위가 선출되지 않은 지도부이기 때문에 정당 민주주의 실현 차원에서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에 천 원내대표는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주민소환법)을 직무정지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법률 21조 1항에 따르면, 주민소환투표 대상자는 관할 선거관리위원회가 주민소환투표안을 공고할 때부터 주민조환 투표 결과가 공표할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다.

김 사무총장은 '당원소환제'가 주민소환제 취지를 반영한 당내 민주주의 제도라는 점을 들어 해당 법률을 준용해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원소환제에 대한 구체적인 징계 절차·위반 사유 관련 당규가 마련되지 않자, 주민소환법을 준용해 직무를 정지시키겠다는 것이다.

천 원내대표는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에 근거한 것이 아닌, 주민소환법을 근거로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지적에 "당원소환제와 관련해 법률적·정치적으로 유사한 것이 주민소환법"이라면서 "절차적인 취지나 법률 규정을 준용해 당헌·당규에 보태 직무 정지를 의결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당무감사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1.21 [사진=연합뉴스]

즉, 미흡한 당헌·당규에 대해 현행 법률을 준용해 보완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허 대표 측은 '직무 정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당대표 업무를 이어가는 동시에 당대표실도 계속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향후 검토를 거쳐 법률적인 조치를 본격적으로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사실상 한 정당에서 두 명의 당대표가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허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헌·당규 어디에도 당대표 직무를 정지할 근거가 없다"며 "명백한 불법이며 정당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정치 쿠데타나 다름없다"고 했다.

허 대표 측도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당헌·당규가 미흡하다고 법률을 근거로 대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우리나라 법률에 없다고 다른 나라 법률을 가져다 쓴다는 얘기를 들으면, 모두 실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더 이상 끝도 없이 거짓에 거짓을 만들어 실제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데, 법률적인 조치를 본격적으로 취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 최고위원도 직무정지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준석 의원이 과거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당시 '의혹'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받은 것은 언급, "나한테 제기한 문제가 법원에서 결론이 나면 윤리위나 당무위를 통해 직무 정지를 시키는 것이 절차 아닌가"라면서 "국민의힘은 윤리위 절차라도 밟았는데, 이들은 이 의원이 쫓겨났던 과정을 학습한 대로 하고 있지만 절차는 국민의힘보다 엉성하다"고 꼬집었다.

다만 조 최고위원은 이 의원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았다. 그는 "이 의원이 마음을 넓게 가져 허 대표와 서로 한 발씩 양보한다면 극적으로 화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감정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의원이 국민과 당원을 바라보고 양보하면 허 대표도 양보할 것"이라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가짜뉴스 신고 시스템 '민주파출소'의 불법성을 지적하며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2025.1.13 [사진=연합뉴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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