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한다. 가능한 한 예정돼 있는 모든 변론기일에 출석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20일 밤 "윤 대통령이 내일 오후 2시 헌재 탄핵 변론기일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으로 가능하면 헌재 기일은 다 출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포와 구속 등 수세에 몰렸던 윤 대통령이 공세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란 공범' 김용현에 앞서 심판 출석
헌재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내란죄 핵심 공범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구속기소)이 출석하는 오는 23일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할 거란 전망이 많았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역시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21일 변론기일에 윤 대통령이 출석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으나 이날 밤 전격적으로 출석을 선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내란죄 조사에 앞서 탄핵심판을 먼저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공개되지 않은 밀실에서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질문에 답하기보다는, 공개된 심판정에서 국회 소추대리인단과 전면적 공방을 벌임으로써 국정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비상계엄 선포는 정당했으며,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어 내란 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주장을 국민들에게 직접 전하겠다는 포석이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3시쯤 경기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로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했다. 체포기간 동안에는 물론, 구속된 이후에도 공수처의 출석 조사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한 실질적인 강제조치 시도였다.
강제 구인 나선 공수처 '빈손' 철수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조사를 거부해 오후 9시쯤 빈 손으로 철수했다. 인권보호규정상 오후 9시 이후에는 피의자나 피고인 동의 없이 강제 조사를 할 수 없다. 공수처 관계자는 "피의자에 대해서는 재강제구인 등을 포함한 형사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오히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과 자기 변론권을 침해하고 제약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 석동현 변호사는 언론 공지를 통해 "내일은 헌재에서 지정한 탄핵심판 변론 기일인데 이런 식이면 변론기일 준비에 심대한 장애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께서 출석을 않더라도 변론과 관련하에 예상되는 사항이나 준비 사항을 변호인들에게 설명을 듣거나 혹은 의견 피력 등에 대한 논의를 할 수도 있는데 저런 지경이면 무엇을 제대로 할 수가 있겠느냐"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향후 모든 변론기일에 출석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공수처는 더욱 시간에 쫓기게 됐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출석을 막을만 한 이렇다 할 카드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방문 조사나 강제구인을 다시 시도할 수는 있겠지만 윤 대통령이 지금처럼 탄핵심판 방어권을 주장하면서 방문조사를 거부하거나 설령 강제구인 돼 공수처에 인치되더라도 진술을 거부하면 실효성이 없게 된다. 최악의 경우 서면조사를 시도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헌재 역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출석을 막을 명분이 없다.
'尹 최대 구속기간' 2월 7일까지
윤 대통령 구속기간은 오는 28일까지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원에 연장기간 10일 모두 신청해 허가 받더라도 내달 7일에는 구속 기간이 끝나 석방해야 한다. 늦어도 7일에는 기소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을 기소해야 하는 검찰도 공소장 작성을 위한 최소한의 보완 조사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21일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남발과 입법 폭주, 무리한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혼란을 악화시켜 국가 비상 사태로 내몰았고, 대통령으로서의 비상계엄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변할 것으로 보인다. 부정선거 의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펼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의 탄핵소추 역시 문제 삼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지금까지의 변론준비 및 변론기일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은 '형법상 내란죄'라는 중대범죄를 탄핵사유로 삼았기 때문이고, 국회 소추대리인단이 이를 탄핵소추 사유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은 탄핵소추 사유의 중요 부분을 변경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탄핵 표결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격적인 출석 예고에 헌재에도 '불똥'
윤 대통령이 예고대로 탄핵심판에 실제로 출석하면 헌정사상 첫 사례로 남게 된다. 과거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대통령과 국회 대리인들 간 공방 끝에 결론이 났다. 이 때문에 헌재에도 경호 문제로 불똥이 튀었다. 윤 대통령이 비록 구속됐지만 현직 대통령 신분을 유지하고 있어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경호를 받는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두번의 변론준비기일을 거쳐 2차 변론기일까지 진행됐다. 헌재는 21일 3차 변론기일에 이어 이달 23일과 2월 4일, 6일, 11일, 13일 등 총 8차까지 변론기일을 지정한 상태다. 특히 23일 4차 변론기일에는 김 전 국방부 장관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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