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날도 춥고 이사철이 아니라 그런지 전세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요. 게다가 앞으로 시장에 나올 매물이 많으니 수요자들도 가격이 더 낮아지기를 기다리는 상황입니다"(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A 공인중개사)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은 대단위 아파트 공사가 끝나가며 천지개벽을 실감하는 현장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경희대학교 인근이라 대학가 답게 단독주택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이문·휘경뉴타운 공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며 고층 아파트가 늘어선 신도시를 연상케 한다.
곳곳에는 신축 입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지역 내 은행에서는 잔금대출 서류를 접수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고, 가전제품 매장에서는 입주를 앞두고 가구 공동구매를 추천하는 광고를 붙여놓았다.
이문·휘경뉴타운의 첫 입주 단지는 '래미안 라그란데'다. 3069가구 규모인 단지는 지난 10일께 공사를 마쳤다.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작은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는 단지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 역세권이다. 또한 청량리역 상권을 이용하기 좋고 향후 청량리역을 지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개통하면 강남권 출퇴근도 편리해질 전망이다.
현장에서는 입주가 진행되면서 매물 문의가 늘었다고 입 모았다. 현장을 방문한 15일 오후에도 다수 중개업소가 고객 응대에 분주했다. 다만 뜨거운 관심과 달리 지난해 말부터 주택경기가 얼어붙어 실제 계약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적다고 귀띔했다.
이문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문의는 꾸준히 오지만 급매물만 찾아 실제 계약 건수는 거의 없다"면서 "지난해 11월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전후로 전세 매물이 많이 나와 수요자들 관심이 쏠린 영향"이라고 전했다.
B씨의 말처럼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1일부터 14일까지 전세 거래가 356건 체결돼 서울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했다. 이에 한때 2800건이 넘었던 단지 전세 매물은 14일 2588건으로 줄었다.
전세 거래가 활발하지 않으면서 래미안 라그란데 전셋값은 일부 하락했다. 현장에서는 전용면적 84㎡ 평균 전세 호가를 6억2000만~6억5000만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일부 하락한 가격이다. 일부 급매는 5억원대에 나오기도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평균 전셋값은 약 5억6211만원이다. 신축 단지임에도 서울 평균 전세가격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인 셈이다.
이문동 전셋값 약세는 올해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문·휘경뉴타운을 비롯해 인근 장위뉴타운에서도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영향이다.
지역 전체 전셋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1월 1주(6~12일 기준) 동대문구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8% 하락해 성동구(-0.09%)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낙폭이 컸다.
3월에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장위 자이 레디언트'가 입주한다. 단지는 2840가구 규모로 15일 기준 대다수 공사가 끝나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에 전세 매물은 300건 가까이 쌓이며 입주장을 기다리고 있다.
6월과 11월에는 동대문구 휘경동과 이문동에서 '휘경 자이 디센시아'(1806가구)와 '이문 아이파크 자이'(4321가구)가 입주한다. 두 단지에서만 6000가구 이상 쏟아지며 전세 매물도 다수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입주 전인 '장위 자이 레디언트'와 '휘경 자이 디센시아'는 6억원대 후반~7억원대 초반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면 두 단지도 전셋값 약세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위동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대표 C씨는 "지금 이문동과 장위동 일대는 신축이 쏟아지며 적정 전셋값이 정해지는 단계"라며 "이미 지역 내 매물이 쌓이고 있어 단지 입주가 시작 단지가 늘어날수록 잔금을 납부해야 하는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낮춰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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