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업이 뭐길래…은행vs증권사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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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업의 자본시장법 분리, 불특정금전신탁 허용 등 쟁점

[김다운기자] 신탁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권을 달구고 있다.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자산관리 시장을 두고 두 업권 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달 14일 신탁제도 개편에 대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개최하고, 조만간 2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저성장·고령화 시대를 맞아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대표적인 종합자산관리 수단 중에 하나인 신탁상품에 대해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2009년 이후 신탁업에 대한 현대화 작업이 이뤄지고 해외에서는 다양한 신탁상품이 투자자 수요에 맞게 출시되고 있으나 국내 실정은 이에 뒤쳐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전반적으로 제도 개선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탁업은 최근 성장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탁 수탁고는 2011년 말 408조9천억원에서 2014년 말 545조7천억원으로 33% 이상 급증했다. 신탁보수도 같은 기간 6천456억원에서 1조원으로 3년 사이 54%나 늘었다.

신탁업이란 투자자의 재산을 은행이나 증권사 등의 금융회사가 위탁받고, 투자자의 운용 지시를 받아 1대1로 맞춤 관리·운용해주는 것을 말한다.

투자일임이나 투자자문업의 경우 투자자가 자산운용을 금융회사에 맡기더라도 자산은 투자자 소유의 계좌에 남게 되지만, 신탁의 경우 재산권이 수탁자인 금융회사로 이전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신탁제도 개선에 대해 크게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은 은행들이다. 부동산을 제외한 신탁 수탁고의 62%가 은행에 수탁돼 있다.

투자일임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는 증권사에 비해 자산관리 상품 수단이 다양하지 못한 은행들로서는 신탁업의 규제가 완화되면 자산관리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들 "자산관리 시장 은행에 뺏길 것"

신탁제도 개편 TF에서는 자본시장통합법에서 신탁업을 분리하는 방안과 불특정금전신탁 허용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무를 투자매매업, 투자중개업, 집합투자, 투자자문, 투자일임, 신탁업 등 6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은행권을 중심으로 신탁업이 자본시장법 업무로 함께 묶기에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신탁업이란 투자자로부터 운용지시를 받아 자산을 관리하는 것인데 이 안에 투자일임과 자문 업무 등이 모두 포함되는 개념"이라며 "다른 업종과는 개념이 다른 업무"라고 전했다.

자문이나 일임 등은 모두 신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택하는 수단인데 이런 것을 무시하고 자본시장법 안에 하나로 몰아넣다 보니 신탁업 본연의 업무수행과 실무에 애로사항이 많다는 설명이다.

불특정금전신탁도 효율적인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것이 은행들의 주장이다.

현재 신탁업에는 투자자가 정한 특정 상품에만 투자할 수 있는 특정금전신탁만 허용되고 있다. 고객이 투자상품을 특정하지 않고 금융회사가 알아서 다양한 고객들의 자산을 여러 상품에 투자하는 불특정금전신탁은 2004년 이후 금지됐다. 만약 불특정금전신탁이 부활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형태가 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모습이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은행권에서 이 같은 입장을 보이면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탁업 규제 완화로 은행들이 증권사에 준하는 자산관리 업무를 하게 될 경우 금융투자업계로서는 큰 파이를 뺏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불특정금전신탁이 허용될 경우, 집합투자(펀드) 운용과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 판매 같은 경우에도 은행 비중이 가장 클 정도로 압도적인 사이즈를 내세우는 은행이 유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수탁업 규제가 완화될 경우 자산관리 수요가 있는 모든 자금이 은행으로 쏠릴 가능성까지 우려될 정도로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니버셜뱅킹을 지향하고 있는 해외와 비교해 전업주의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내는 금융규제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신탁제도 개편 TF는 각 업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상황을 점검해보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단계에서 규제를 완화한다거나 특정 업무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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