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소프트웨어로 1천억원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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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26년만, 해외 비중도 15% 예상…"SW 생태계 조성"

[김국배기자]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 한글과컴퓨터가 올해 매출액 1천억원 시대를 연다.

지난 1990년 설립된 지 26년만이다. 해외 매출 비중도 15%로 첫 두 자릿 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예상대로 된다면 그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며 부침을 겪어온 한컴의 화려한 부활인 셈이다. 한컴은 최근까지 5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매출 1천억원 달성으로 국내 대표 SW 기업으로서 자존심을 되찾게 됐다.

16일 한컴은 제주도에서 미디어,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올해 예상 실적 등을 공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은 "(한컴) 26년사에 올해가 처음 1천억원(매출)을 넘어가는 해"라며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15% 정도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단언했다.

대개 보수적으로 실적 예상치를 내놓는 것을 감안하면 한컴의 1천억원 매출 달성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실제로 올해 1월 출시한 '한컴오피스 네오'가 최근 경기도 교육청의 표준 오피스로 도입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정확히 1천억원의 4분의 1인 250억원을 기록한 상태다. 작년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3% 정도다.

1천억원이라는 숫자가 부각되는 이유는 그만큼 국내 SW 업계의 열악한 현주소를 반영한다.

순수 SW라 불리는 패키지 SW 기업 중 1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곳은 매우 드문 것이 현실. 기업용 회계 SW를 제공하는 더존비즈온, 백신 SW로 잘 알려진 안랩 정도다. 안랩의 경우 SW 외 다른 매출이 더 크다. 임베디드 SW로 범위를 넓혀도 MDS테크놀로지뿐이다.

◆'SW 생태계' 전략 승부수…"5% 먼 길 아냐"

올 초부터 꾸준히 외쳐온 한컴의 목표는 세계 시장 점유율 5%다. 전 세계 오피스 시장이 약 27조원임을 감안하면 1조4천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오피스 SW 시장 점유율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90.8%를 차지하고 있다. 어도비 PDF가 3.8%, 구글독스가 2.6%, 한컴의 한컴오피스는 0.4%에 불과하다.

해외 시장은 남미, 중동, 중국, 인도, 러시아 5대 지역을 거점으로 삼아 공략중이다. 반MS 정서가 강한 지역들이라는 게 한컴의 설명. 이를 통해 해외 매출 비중도 작년 기준 3%에서 올해 1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5%는 먼 길은 아니다"라며 "5대 시장, 틈새 시장에서 그걸 봤다"고 말했다.

특히 한컴은 'SW 생태계'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다양한 SW들이 융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SW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기업과 시장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이유에서다.

불과 2년 새 통·번역 서비스 기업 한컴인터프리,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한컴커뮤니케이션, 핀테크 기업 한컴핀테크, 디지털 노트 서비스 기업 한컴플렉슬 등이 생겨나며 한컴의 자회사는 갑절로 늘었다.

작년엔 벨기에 PDF 회사 '아이텍스트'까지 인수했다. 순익률 38%의 아이텍스트는 이르면 내후년 영국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인도에는 R&D센터를 세우고 있다. 저가성 SW 개발과 유럽, 미국 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삼을 예정이다.

김 회장은 "오피스라는 망치만 갖고는 세계 시장에 못 나간다"며 "못, 칼 등 최소한 철물점을 갖고 나가야 한다"고 이를 표현했다. "제품보다 생태계를 팔면 굉장히 부가가치가 높고, 경쟁자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철'식 경영전략 통했나

한컴으로선 예상 실적이 현실이 되면 김상철 회장에 대한 업계의 우려도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처음 한컴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SW업계에서 M&A 전문가가 IT회사를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존재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 회장이 한컴을 인수한 지 6년 만에 매출 1천억원을 넘보게 됐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인수 당시 한컴의 매출액은 430억원, 유보금은 80억원이었다. 이후 2012년 656억원, 2013년 685억원, 2014년 758억원, 2015년 849억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김 회장은 국내외 회사를 지속적으로 M&A하고 자회사를 설립하며 한컴 그룹의 덩치를 키우고 있다. 현재 한컴은 4개의 상장 기업(한컴, MDS테크놀로지, 한컴시큐어, 한컴지엠디)을 포함, 15개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인수 이후 한컴의 기업 가치는 7~8배가 상승했고 유보금은 10배 이상 커졌다"며 "5년 전보다 개발자수도 배로 늘었으며 지금도 매달 수십 명의 개발자를 뽑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유와 경영을 분리, 어느 회사보다 투명한 경영을 지향한다"며 "어느 회사의 경영회의에도 들어가지 않고, 모든 (관계사) CEO는 99%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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