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대한민국에 '포켓몬고' 광풍이 불어 닥쳤다. 포켓몬고는 슈퍼마리오로 잘 알려져 있는 일본 닌텐도 자회사인 포켓몬컴퍼니와 미국의 증강현실(AR) 기술 기업 나이앤틱이 합작해 만든 게임이다.
미디어믹스 콘텐츠인 '포켓몬'은 1996년 게임으로 등장한 이후 애니메이션, 만화로도 출시되며 20년간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때 아닌 포켓몬고 열풍이 불자 이 신드롬에 가까운 현상을 누군가는 '우려'섞인 시각과 '비판'어린 눈길로 바라본다. 스마트폰 게임 중독을 걱정하는가 하면 국내 게임사들의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도태된 태도를 지적한다. 국내 가상현실(VR)과 AR 콘텐츠의 부재를 포켓몬고 열풍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나 콘텐츠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IP)의 열악함을 지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포켓몬은 6년이라는 긴 시간 장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캐릭터이고, 20년간 수많은 원소스멀티유즈(OSMU) 콘텐츠로 거듭나면서 세대를 관통하는 인기를 누린 캐릭터다.
포켓몬을 근간으로 하는 게임도 그 방식은 단순하지만 십 수 년 전부터 '커뮤니케이션'이 적용된 게임이고, 그 게임성은 장르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 미묘하다. 그래서 포켓몬 시리즈는 지금도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IP의 팬덤과 게임성 그리고 AR 기술이 합쳐지면서 포켓몬고 광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국내는 어떨까. 과거 탄탄한 팬덤을 지녔던 국산 IP는 점점 사라져갔다. 1990년대까지 인기를 누렸던 둘리도 지금은 모르는 아이들이 상당수다.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의 가치는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아이들 성장의 방해요소로 취급받기 일쑤다. 이것이 오늘날 국내 콘텐츠 산업의 현주소다.
한쪽에서는 산업 활성화를 외치지만 콘텐츠 소비의 선순환 고리를 이어가지 못한 채 오히려 콘텐츠 산업의 후퇴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시장이 5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혹자는 '게임강국' 한국은 뭐하고 있나며 의문을 표시하기도 한다. 한국은 그 어떤 국가보다 더 많이 글로벌 게임 대회를 제패해왔으니까. 그러나 게임강국은 게임을 잘 만드는 것과 큰 시장을 의미하는데 이를 제대로 모르고 하는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게임강국이었던 시절은 지난 수십 년간 단 한 순간도 없었다. 게임 역시 만화나 애니메이션과 같이 '나쁜 것'의 대명사였다. 국내 게임사들의 개발 구조도 글로벌 게임사들과 경쟁력을 논하기에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게임을 '잘' 하기는 하지만 게임강국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 만화는 웹툰으로 진화했지만 웹툰은 애니메이션, 게임과 여전히 분리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탄탄한 IP나 미디어믹스 콘텐츠가 탄생하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가장 큰 이유다.
VR, AR 콘텐츠 제작사들도 하나같이 하드웨어 제조사와 유연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뭘 만들려고 하면 앞서와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총체적 난국이다. 포켓몬고 열풍에 우리는 뭐했냐고 비판하기 전에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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