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출구 막힌 케이블TV

[민혜정기자] "침울합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오고. 윗분들이 그렇게 말하는 융합을 하겠다는데 이렇게 칸막이를 치겠다는 건가요."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불허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케이블TV 업체들은 말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IPTV에 가입자를 뺏긴 케이블TV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했지만 업계 1위 CJ헬로비전부터 좌절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정부 부처간 일관되지 못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점에 가장 크게 반발했다. 미래부와 공정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기준을 지역별 권역이 아니라 전국 단위로 하고 있다.'한 사업자가 전국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1을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의 유료방송 점유율 합산규제를 두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번에 권역별 점유율 규제를 내세워서 SK텔레콤과 CJ합병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독과점 우려는 수긍할 수 있지만 공정위의 심사 기준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유료 방송 정책에 일관성이란게 없다"고 지적했다.

CJ헬로비전 뿐만 아니라 딜라이브 등 다른 업체가 추진 중인 M&A에도 제동이 걸렸다.

케이블TV는 지역 권역별로 사업을 해 왔기 때문에 SK텔레콤 뿐만 아니라 다른 이통사도 케이블TV를 인수할 경우 한 권역에서 50%이상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 쉬운 구조다. 공정위의 잣대라면 케이블TV가 회사를 쪼개서 매각해야하는데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 M&A가 수포로 돌아가면 케이블TV 업체 스스로 구명대를 잡기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케이블TV의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