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새 인사제도에 직원들 '좌불안석'

[이원갑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달 27일 직급 체계를 '커리어레벨(CL)' 4단계로 압축하는 새 인사제도를 발표하면서 기존 직급체계에서 승진을 앞뒀던 일부 직원들의 경우는 불만과 함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직급 체계는 사원1~3,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7단계로 구성됐지만 이번 인사제도 개편으로 바뀐 새 직급 체계는 커리어레벨 1~4의 4단계로 축소된다.

전통적 승진 평가와 다른 인사제도 평가로 변화가 생기면 서열이 낮은 인력이 상위 서열의 인력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기존의 승진 대상자들에게 이번 개편은 달갑지 않은 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내부에서 승진을 앞둔 사람들이 많은데 삼성전자에서 승진 기준을 성과로 바꾼 새 제도가 나오면서 자신들의 거취가 가늠되지 않아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며 "직급 체제가 무너지기 때문에 하급자가 좋은 성과를 내면 입사 경력이 오래된 직원보다 상급자로 올라 갈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 들이는 것을 불편해 한다"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행보가 통상적으로 같은 삼성 계열사를 비롯해 타 기업들의 모방 대상이 되는 만큼 이번 인사제도 개편안이 원만히 정착되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도 같은 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새 인사 제도를 도입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커리어레벨의 기준이 성과보다는 직무 역할 중심으로 짜여 있고 공식 발표 전까지 직원 여론 수렴과 제도 설명회를 충분히 거쳤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승진 기준 개편에 관해 "인사체제 개편안 중 커리어레벨 체제는 성과보다는 직무를 기준으로 한다"며 "성과를 전혀 안 따지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직무 전문성에 따라 승진이 이뤄진다"고 해명했다.

그는 개편 결정에 대해서도 "당장이 아니라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이번 인사 제도 개편은 어느 한 곳에서 결정한다고 해서 준비된 것이 아니라 임직원들과 함께 사내 온라인망에서 토론을 거쳐 기획했다"며 "결정 후에도 내부적으로 별도 공지를 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졌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