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탁기자] 지난해부터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실행된 가운데 30대 그룹의 규제 대상 계열사의 내부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6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규제 대상이 아닌 30개 그룹 나머지 계열사 중 절반가량은 오히려 내부거래를 늘린 것으로 조사돼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입법예고 전인 2012년부터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가 시작된 2015년까지 4년간 30대 그룹의 내부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내부거래금액은 151조5천억원에서 134조8천억원으로 16조7천억원(1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규제 대상 기업의 내부거래 금액은 15조4천억원에서 6조5천억원으로 8조9천억원(57.7%)이 감소했다. 규제 대상 기업도 75곳에서 48곳으로 36% 줄었다.
반면, 규제 대상 기업을 제외한 30대 그룹 나머지 계열사들의 내부거래금액은 136조원에서 128조2천억원으로 5.7% 줄어드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30대 그룹 매출이 3.7%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비규제 대기업의 내부거래 감소는 미미한 수준이며, 오히려 규제 대상이 아닌 30대 그룹 계열사 중에는 2012년에 비해 지난해 내부거래 금액을 늘린 곳이 51.4%로 절반을 넘었다.
그동안 규제 대상에서 빠진 37개 기업을 살펴보면 내부거래를 줄임으로써 규제에서 벗어난 기업은 7곳(18.9%)으로 비중이 낮았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그룹 중 오너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 계열사와 20% 이상인 비상장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또는 연간 국내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에 적용된다.
이번 조사에서 오너가 없는 포스코, KT, 대우조선해양, 에쓰오일, 대우건설, KT&G와 올해 출자총액 대기업집단에 처음 지정돼 내부거래 내역을 알 수 없는 하림은 제외됐다.
규제 움직임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기업은 현대자동차였다. 2012년 57개 계열사 중 10곳에 달하던 내부거래 규제 대상 기업이 지난해 단 1곳으로 줄어들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오너 지분 13.4%를 매각해 규제 기준(30%)에서 벗어났다. 이노션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도 지분 감소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위스코와 현대엠코 등은 합병 소멸됐다.
뒤를 이어 두 번째는 GS로 13곳에서 8곳으로 5곳 줄었다. GS 방계인 승산레저와 에스티에스로지스틱스는 승산에 합병되며 감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코스모산업과 코스모앤컴퍼니는 계열분리로, GS자산운용은 지분감소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삼성은 삼성SNS와 삼성석유화학을 삼성SDS와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으로 합병시키며 2곳 줄였다. 또 한화, 한진, 부영, KCC도 각각 규제 대상 계열사를 2곳씩 줄였다.
한편, 정부가 대기업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위해 제정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은 2013년 10월 입법예고돼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됐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의 경우 일반적인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7% 이상 차이)의 거래나 총수 지배회사가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 제공 등 부당 행위가 발생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된다.
김두탁기자 kd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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