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 "금융사기단을 검거했는데요. 검거현장에서 본인명의 대량의 대포통장이 발견되어 연락을 드렸어요." "지금 보이스피싱으로 보이십니까? 본인 명의 통장 2개가 있으니깐 나와서 확인해보면 될거 아니예요." "본인이 직접 돈을 받고 판매한 것인지 조사를 받으셔야 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성문분석으로 보이스피싱 동일 사기범의 목소리가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은 국과수와 업무협약을 맺고, 머신러닝을 통한 성문분석을 활용해 사기범의 전화 목소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기로 했다.
금감원과 국과수는 19일 금감원 본원에서 진웅섭 금감원장과 서중석 국과수 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사기범 전화음성인 '그놈 목소리'의 체계적인 분석을 위한 과학수사기법 제공 및 기술이전 등 업무지원에 대한 업무협약식을 개최했다.
최근 국과수 법공학부 디지털분석과에서 최첨단 과학수사기법인 성문(聲紋)분석을 활용해 사기범의 전화목소리를 분석한 결과, 수차례 신고된 동일 사기범의 목소리는 총 9명으로 밝혀졌다.
4차례 신고당한 사기범이 1명, 3차례가 2명, 2차례 신고당한 건수가 6명 등으로 동일 사기범이 반복해 사기를 시도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금감원과 국과수는 성문분석을 통해 적출한 동일 사기범의 목소리를 '바로 이 목소리'라는 명칭으로 분류하고, 앞으로 추가 신고되는 사기범의 전화목소리에 대해서도 성문분석을 실시해 데이터베이스(DB)에 축적한 뒤 지속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바로 이 목소리'를 UCC, CD 등으로 제작해 국내는 물론 중국 등 해외 보이스피싱 콜센터 소재국가에 집중적인 공개하며, 특히 중국 내 다수 회원을 보유한 인터넷 한인 커뮤니티에 '바로 이 목소리' 제보 관련 홍보 동영상을 배너로 게시한다.
또한 금감원 북경사무소, 주중 한국대사관 등과 협력해 보이스피싱 콜센터 소재 국가의 한인 지역사회에 집중 홍보할 방침이다.
'바로 이 목소리'의 실제 사기범을 제보하고 검거로 이어진 경우 금융권 공동으로 1천만원의 신고포상금도 지급한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보이스피싱에 대해 "초창기에는 현지동포 등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국내 청년들까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중국 등으로 건너가 해외 콜센터 조직원으로 합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단순한 목소리 공개만으로는 보이스피싱 예방이 어려워지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해외취업에 속은 경우도 있지만 콜센터 조직이 한국 사법당국의 단속이 쉽지 않는 중국 등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있어 검거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도 한몫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국과수의 최첨단 과학수사 기법인 성문분석을 활용해 동일 사기범 9명의 목소리를 골라 낸 것은 중국 등 해외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진 원장은 "이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근절대책은 국민피해 예방 홍보에 주력했던 방어적 보이스피싱 대책에서 국민들을 적극적인 감시활동 및 제보로 유도하는 공세적 대책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한인사회 집중 배포 등의 공세적 대책을 통해 해외 어느 곳에서 사기전화를 걸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세지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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