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변환을 위한 사전작업이 마무리되면 이건희 그룹 회장의 자녀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삼성그룹은 현재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물산→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형 지배구조를 지니고 있어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려면 현행 구도가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다.
18일 하이투자증권의 이상현 애널리스트는 "현재 자사주를 제외하면 삼성그룹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약하기 때문에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의 대전제는 삼성그룹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얼마만큼 획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이런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안정적인 확보를 통해 포스트 이건희 회장 시대에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 이 회장의 자녀들이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하면서 후계구도를 안착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변환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파악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양대 축으로 하는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의 수직계열화를 목표로 그룹의 순환출자고리를 해소시키는 한편, 비주력사 매각을 통해 그룹 사업부문의 구조조정도 단행하고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와 같은 사전정지 작업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성을 얻은 후에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변환이 본격적으로 가시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특히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를 견고히 하는 데 있다"고 봤다. 즉, 보험업법 개정 가능성과 더불어 2020년 보험사에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및 솔벤시Ⅱ 규제가 도입되는 것 등에 대비해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재무건전성을 확충하는 데 있다.
솔벤시Ⅱ는 보험회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해도 보험금 지급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준비금을 쌓게 하는 자기자본 규제 제도로, 유럽에서는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삼성생명의 인적분할이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면서,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 자회사 지분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의 전자계열사의 경우, 삼성전자 인적분할 및 삼성물산과 삼성전자투자부문의 합병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크기 때문에 삼성전자 지분율을 확대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존재하므로 삼성전자가 인적분할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 인적분할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삼성전자투자부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약화 시킬 수 있으므로 삼성생명금융지주회사가 삼성전자투자부문 지분 일부를 매각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삼성물산은 삼성생명금융지주회사 등의 지분을 활용해 삼성전자투자부문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만약 중간금융지주회사 관련 법안이 통과된다면 궁극적으로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투자 부문을 합병함으로써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금융지주회사 및 삼성전자사업회사 등 삼성그룹 대부분의 회사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지배구조 체제가 견고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이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 수혜주로 삼성물산(프리미엄가치 실현), 삼성생명(삼성전자 지분 활용 가능성 증대), 삼성SDS(지배력 확보 수단으로서의 가치증대), 삼성전자(인적분할 후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꼽았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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