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알뜰폰 업계가 '손님 모시기' 경쟁을 위한 새 단장으로 분주하다. 최근 우체국 알뜰폰의 큰 인기를 기회로 삼아 성장 모멘텀으로 이어가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신형 단말기를 통신 3사와 공동으로 출시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특정 계층을 겨냥한 요금제로 차별화를 꾀하는 곳도 있다. 알뜰폰 업계의 취약점으로 지목된 고객 서비스 기반을 강화하려는 곳들도 있다. 모처럼 업계가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단말기 라인업 강화, 특화 요금제도 출시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체국 알뜰폰은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6만5천571건의 신규 가입을 유치했다. 지난해 1월~5월 신규 가입이 6만2천여건이다. 불과 열흘 사이 지난해 상반기 전체 실적에 육박하는 가입자들이 몰린 것이다.
이는 우체국 알뜰폰이 지난 4일 출시한 특가 요금제들 때문이다. 무료 음성통화 50분에 기본요금을 0원으로 설정하거나, 3만원대로 사실상 무제한 데이터를 공급하는 등 통신 3사 대비 요금을 크게 낮춰 연일 화제가 됐다.
에넥스텔레콤은 이번 우체국 알뜰폰의 신규 상품 출시 이후 가장 많은 실적을 올렸다. 이 회사가 우체국을 통해 출시한 'A제로(기본료 0원에 음성통화 50분)', 'A6000(기본료 6천원에 음성통화 50분, 데이터 500MB)' 요금제로 올해 우체국 신규 가입자의 절반에 가까운 3만7천여명이 가입했다.
에넥스텔레콤은 당초 준비된 단말기 8천여대가 모두 완판된 결과, 지난 13일부터 우체국 알뜰폰 단말기 3종을 모두 교체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하나가 LG전자의 신형 스마트폰 'K10'이다. 이달 초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20만원대의 출고가 대비 높은 성능으로 관심을 모은 제품이다.
에넥스텔레콤은 이날 K10을 통신 3사와 공동 출시 하루 앞서 예약주문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알뜰폰 업계에서 유통되는 단말기 80%가 3G, 피처폰 등 구형 모델 위주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시도이기 때문이다.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오는 3월말까지 우체국 알뜰폰을 통한 우리 회사 가입자를 16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알뜰폰 업계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꼽히는 오프라인 대리점 개설을 늘리고 올해 중 해외로밍을 도입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체국 알뜰폰 붐은 우체국에 입점하지 않은 다른 알뜰폰 업체들의 영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KT M모바일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일일 평균 가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M모바일은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 제주항공과의 제휴로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M 제주공항 요금제'를 출시했다. 마일리지형 요금제 상품은 알뜰폰 업계에선 처음이라고 한다.
M 제주항공 요금제는 요금에 따라 매월 400~900포인트의 마일리지를 제공한다. 포인트당 10원에 해당하며 항공권 구매와 좌석 승급에 이용할 수 있다. 월 3만4천원짜리 요금제를 1년간 이용할 경우 마일리지만으로 중국 홍콩과 일본 오사카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M모바일에 따르면 이는 20~40대 여성층을 주로 겨냥한 요금제다. 제주항공 회원 가운데 60%가량이 이들이라는 것이다. 주말이나 연휴를 이용해 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 등을 여행하는 20~40대 여성 직장인·대학생들이 해마다 증가하는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M모바일 관계자는 "최근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의 절반가량이 50대 이하인 것처럼 가입자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라며 "제휴업체들과 협력으로 특화 요금제를 늘리고 멤버십 서비스를 도입해 다른 알뜰폰 업체들과도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몰려드는 가입자에 고객 서비스 기반 '부심'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일부 알뜰폰 업체들은 최근 우체국 가입자의 급증으로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이다. 가입에서 개통까지 9~10일이 걸리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해당 업체의 고객센터로 통화량이 폭주해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민원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11일부터 인터넷 우체국에 별도 문의 게시판을 개설해 알뜰폰 고객 지원에 나섰다. 또한 머천드코리아, 아이즈비전, 세종텔레콤, 위너스텔 등 4개 업체의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했다.
가입신청이 밀린 만큼 먼저 접수된 건들부터 처리하라는 취지다. 해당 업체들은 지원 인력을 투입하고 민원처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긴급 대책을 부심 중이라는 반응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평소보다 6배나 많은 가입자가 몰려 반갑기도 하지만 처리 절차가 늦어져 고객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는 이미지가 생길까 우려되기도 한다"며 "상담원을 추가 배치하고 고객센터 규모를 키우는 등 고객 서비스 기반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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