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기자] 폭스바겐그룹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와 관련해 국내 피해자들이 미국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폭스바겐과 아우디 배출가스 조작 차량을 구매한 12만5천여명을 대표해 2명의 원고가 전일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 차주인 정선미 씨와 아우디 Q5 차주인 임예원 씨가 그 주인공으로, 이들은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소장을 냈다.
26일 간담회에서 정선미씨와 임예원씨는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에 분노를 느끼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정선미 씨는 "세계적으로 명성있는 회사가 파렴치한 짓을 한 것에 대해 화가 났고,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확실한 대처가 없는 것에 대해서도 분노를 느껴 소송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예원 씨 역시 "Q5가 오염물질을 내뿜는 차라는 걸 알았다면 이 차를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 집단소송에 대표로 나선 것은 더 많은 배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망 행위에 대해 회사가 패널티를 받아야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 측은 이번 미국 집단소송을 통해 매매대금을 돌려줄 것과 차량 가치 하락 및 성능 저하에 대한 보상, 리콜을 시행할 경우 연비 하락 및 부품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추가 수리비 보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소송은 미국의 법무법인 헤이건스버먼과 퀸이매뉴얼이 바른과 함께 대리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360여명이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6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하종선 변호사는 "문제가 된 차량이 폭스바겐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점, 폭스바겐 미국 법인이 만든 광고를 폭스바겐 한국 법인이 유튜브 링크를 통해 한국 소비자가 직접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올린 점 등을 근거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하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모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 규모를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배출가스 조작 의심 차량이) 연말까지 중고차 시장에서 얼마나 가치가 하락할지, 리콜을 실시할 경우 차량의 성능 하락 여부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 집단 소송, 韓·美서 투 트랙으로 진행
폭스바겐 그룹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와 관련한 집단소송은 한국과 미국에서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 국내 소송의 경우 이번 주 중 5차 추가 소송이 진행될 예정이며, 국내 누적 소송인단은 1천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바른 측은 전했다.
미국 집단소송은 미국 연방다주소송조정위원회(MDL PANEL)에서 12월 초에 각 주에서 제기된 폭스바겐 관련 집단 소송들을 한 곳으로 모아서 재판을 진행할 연방 지방법원과 담당 판사를 지정한다. 이후 집단 인증 과정(class certification)을 거쳐 소송 범위가 결정되고, 변론기일을 거쳐 판결이 나는 순서로 진행된다.
폭스바겐 그룹 측이 그 사이 자발적 리콜 혹은 보상 규모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과 관련, 하 변호사는 "리콜이 결정될 경우 집단적으로 참여 시점을 정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집단소송에 영향이 없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리콜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차량의 독일 차주를 대상으로 기존 차량을 보상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리콜의 경우 2.0ℓ 모델은 내년 1월부터 가능하지만, 소프트웨어 수정 외에 엔진을 손봐야 하는 1.6ℓ 모델은 내년 9월 이후에나 리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폭스바겐 관련 소송이 전방위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대상자도 늘어날 것이지만 안전 혹은 연비 출력 등에 이상이 없으면 승소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범죄 행위에 대한 단죄만 고민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세계 시장에서 범죄 행위에 대한 폭스바겐의 제제 방법도 구체적으로 나올 것이고, 리콜에 대한 각국의 해결 방안도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폭스바겐은 연비와 출력에 영향이 없으면서 환경적인 조건을 만족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은기자 eun06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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