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그룹 경영권을 두고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갈수록 '막장 드라마'에 버금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롯데가 형제들은 지난 19일 신 총괄회장의 '비서실장 해임' 문제를 두고 엇갈린 반응을 드러내면서 20일 오전에는 경쟁하듯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각자의 명분 내세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20일 신 전 부회장이 설립한 SDJ 코퍼레이션은 이날 오전 7시 21분께 공식자료를 통해 "신 총괄회장이 전날인 지난 19일 오후 7시 30분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일민 전무를 직접 불러 공식적으로 해임을 통보했다"며 "롯데그룹 이 전무는 통보를 받은 후 같은 날 집무실을 떠났다"고 밝혔다.
차남인 신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는 이 전무는 신 총괄회장을 24년간 보좌했던 김성회 전무의 뒤를 이어 지난 8월부터 새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이 전무가 신동빈 회장의 측근임을 의식해 물러나게 했고 조만간 신 총괄회장 집무실 비서실장에 대한 후임 인선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신 전 부회장 측은 지난 16일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로 진입하면서 신 총괄회장 명의의 '통고서'라는 임의 문서를 롯데그룹 측에 제시하고 기존 비서팀 직원들의 해산을 요구했다. 또 롯데와 무관한 외부 인력들을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롯데호텔 34층에 무단으로 상주하게 한 바 있다.
이처럼 신 전 부회장이 자신이 사실상 집무실을 장악했음을 공식적으로 알리자 롯데그룹은 30분 후 공식자료를 배포해 '강경 대응'의 의지를 보였다.
롯데그룹은 이날 오전 7시 50분께 "신 전 부회장 측이 총괄회장 비서실과 집무실을 사실상 점거하고 벌이는 위법행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며 "호텔롯데를 통해 지난 19일 전원 자진 퇴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 전 부회장 측의) 부당행위와 신 총괄회장을 활용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신 전 부회장 측에서 신 총괄회장의 의사라고 설명하고 있는 내용이나 조치들이 과연 신 총괄회장의 진정한 의사인지도 의심스럽다"고 반문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비서실 직원 전원 교체를 요구하며 일방적으로 상주시킨 인력들은 롯데 직원이 아닌 외부인들로 관련 법규나 회사 인사규정에 따라 채용되거나 인사발령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사람들로 기존 직원들의 교체를 요구하고 각종 부당행위를 하면서 회사의 업무공간인 롯데호텔 34층에 상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 측을 외부인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계열사 업무보고 등 롯데의 중요한 경영 관련 회의에 배석하는 것 또한 '부당행위'라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 측은 지난 19일 오후 롯데물산의 업무보고 시에도 배석 하려했다. 이에 따라 롯데물산은 ▲공시위반 ▲경영관계자가 아닌 자에 대한 영업비밀 제공 등의 불법성을 지적하며 집무실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후 신 전 부회장 측은 오히려 공식 인사명령을 받은 비서실장을 내보내는 등 있을 수 없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이것은 명백한 업무방해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의 업무중단 사태를 방치할 수 없기에 지난 19일 롯데호텔이 대표이사 명의로 현재 롯데호텔 34층 비서실에 머물고 있는 외부인들의 퇴거를 요구했다"며 "이 통보에도 불구하고 무단으로 출입하거나 체류할 경우 즉시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이 이 같은 태도를 보이자 SDJ 코퍼레이션은 오전 10시 30분께 "이날 호텔롯데 대표이사 명의의 퇴거 요구는 신 총괄회장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며 "신 회장 역시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뜻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입장을 담은 자료를 또 다시 배포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이처럼 나오는 것은 신 총괄회장이 지난 16일 자필 서명된 내용증명을 통해 신 전 부회장이 본인의 거소 및 지원인력에 대한 관리를 총괄하게 하는 등 여섯가지 사안에 대해 신 회장 측에 통고했다는 일방적인 이유에서다.
SDJ 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지난 19일 저녁 롯데그룹 이일민 전무에 대한 해임이 이뤄진 후 이 전무를 비롯해 롯데그룹 측 비서진들은 모두 스스로 총괄회장 집무실 및 비서실을 떠났다"며 "지난 밤 사이 신 전 부회장 측 인력들이 총괄회장을 모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신 총괄회장을 모시고 있는 신 전 부회장 측 인력들까지 나가라고 요구하는 것은 총괄회장이자 롯데그룹의 창업주에 대한 정면 반박"이라며 "무책임한 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 측이 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신을 지지하는 신 총괄회장이 롯데그룹에서의 지위를 갖고 누구든 구두로 해임 할 수 있다는 그룹 내 분위기에 따른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 같다"며 "신 전 부회장이 모든 사안에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만 내세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경영능력을 입증하는데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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