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국가정보원이 야당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듭 거부하면서 국정원 불법해킹 의혹 진상규명 작업이 난항에 빠졌다. 자살한 국정원 임모 과장의 해킹 파일 삭제 과정에 대한 국정원과 여야의 기술간담회가 무산될 가능성은 더 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공은 임모 과장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다룰 오는 10일 국회 안전행정위 현안보고로 넘어갈 전망이다. 여당이 국정원에 대한 철벽방어로 일관하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의 고민도 깊어졌다.
안 위원장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임모 과장의 자료 삭제 여부와 과정을 규명하기 위한 자료 요구를 국정원이 대부분 거절했다"며 "(기술간담회에서) IT 전문가들이 IT 자료를 보지 않고, A4 용지만 갖고 간담회를 하자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한 "A4 용지만 놓고 검증하겠다는 것 자체가 전문가 간담회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라며 "국정원이 계속 이런 자세를 보이는 것은 적절한 어휘를 찾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야는 지난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원 현안보고 직후 오는 6일 여야 정보위 소속 의원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술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 불법해킹 의혹의 열쇠를 쥔 죽은 임모 과장의 삭제 파일과 복구 과정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다.
안 위원장은 간담회의 전제 조건으로 ▲삭제 파일의 하드디스크 원본 ▲삭제한 파일과 복원한 파일, 잔여 파일의 용량과 목록 및 로그기록 ▲삭제 파일의 종류(시스템 및 DB파일 여부) ▲삭제된 파일의 위치(PC 또는 서버 등)를 요구했다. 임모 과장이 삭제한 파일과 국정원이 복구한 파일을 비교 분석해 조작 여부를 가리겠다는 의도다.
국정원의 자료제출 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정원은 불법해킹 의혹 초기 국면에서도 안 위원장이 요구한 해킹 프로그램 운영기록이 담긴 로그파일, 이탈리아 해킹팀과의 거래내역 등 30여건의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들 자료에 국가안보상 기밀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줄곧 제출을 거부해왔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야당이 제기한 의혹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새정치연합이 아무런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는 가운데 안철수 일병 구하기에 들어갔다"며 국정원에 대한 방어수위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안행위 전체회의에서 열릴 경찰 현안보고가 진상규명의 중대 기점이 될 전망이다. 새정치연합은 임모 과장의 자살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을 집중 규명할 방침이다. 국정원의 한 거래처가 임모 과장의 마티즈 차량을 자살 다음날인 19일 폐차 의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한편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는 국정원에 대해 당장은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추가적인 의혹도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해킹팀의 유출자료 400기가바이트가 상당 부분 분석됐지만, 로그파일 등 핵심 자료들은 전문가들을 통해서도 분석에 최소 한달 이상 걸린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소속 신경민 의원은 "위원회가 (6일 기술간담회 이후) 당장 어떤 계획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안행위의 현안보고 결과를 보고 (국정원에 대한 대응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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