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리스발 유로존 리스크가 국내외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다시 떠올랐다. 국내 경제·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향후 시나리오에 따라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까지 나오고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그리스 정부는 유로그룹 채권단이 제시한 구제금융 조건을 거부하고 여기에 대한 찬반 여부를 오는 7월5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그리스는 채권단에게 7월초까지 구제금융 연장안을 요청했지만, 채권단은 이를 거부하고 오는 30일로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끝낼 것이라고 결정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 요구를 수용하고 이달 말까지 채무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리스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섬에 따라 향후 추이에 글로벌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리스 사태로 유로존 금융시장이 요동친다면 국내 역시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29일 오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1% 넘게 하락하며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그리스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고조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럽계 자금 등을 중심으로 우리 금융시장에도 일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30일 IMF에 대한 채무불이행 불가피
그리스 사태의 추이는 정치적 변수가 얽혀 있는 만큼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사태의 분수령은 국제통화기금(IMF) 채권 만기일인 오는 30일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리스 구제금융이 오는 30일에 종료되면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30일까지 그리스는 IMF에 15억유로를 상환해야 하지만, 유로그룹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지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는 30일 IMF 채무 불이행은 유럽중앙은행(ECB) 등 다른 채권자에 대한 연쇄적인 채무 불이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리스는 오는 7월20일까지 35억유로의 ECB 채무도 상환해야 한다.
다만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0일에 그리스가 IMF 자금상환에 실패하더라도 디폴트 선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IMF는 회원국의 상환 실패를 디폴트가 아닌 체납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제신용평가사도 민간 채권자에 대한 부채 미상환을 디폴트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공식적으로는 디폴트가 아닌 상태에서 그리스가 협상에 임할 시간이 적긴 하지만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후에는 오는 7월5일 긴축안에 대한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에 달렸다.
지난 28일 설문조사에 따르면 협상안 찬성이 47%로 반대(33%)보다 높게 나타나, 국민투표에서 긴축안 찬성이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민투표에서 긴축안을 찬성하고 조기총선 후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지만, 현 집권당인 시리자의 지지율이 높으므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국민투표에서 긴축 찬성 결과가 나온 이후, 조기총선에서는 반긴축을 주장하는 시리자가 재집권하는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총선 후 시리자 재집권이라는 결과가 확인되면 그렉시트 우려가 증폭되면서 금융시장 충격도 좀더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만약 국민투표에서 긴축안에 반대한다면 단기적인 금융시장 충격은 크게 나타하겠지만, ECB가 그리스를 제외한 유로존 국가에 대한 긴급자금 공급 등 리스크 확산 방지에 나섬으로써 사태는 더 빠르게 해결될 수도 있다고 봤다.
국민투표에서 긴축안에 대한 찬성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렉시트 가능성도 높지는 않다. 그리스 언론들은 그리스 국민의 50~60% 이상은 유로존 잔류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이 팀장은 "그렉시트가 발생하지 않는 한 그리스만의 경제 및 금융 위기로 국한되는 가운데 유로존 전염은 제한되고, 유로그룹으로서도 유로존 체제 안정을 위한 안전망 구축 확대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경제, 직접적 파급력은 적어
한편 우리 정부는 그리스 금융위기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재부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아, 과거 남유럽 재정위기 때에 비해 시장 영향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리스와의 제한적인 교역·금융 규모, 우리의 견조한 대외건전성 등을 감안할 때, 그리스발 불안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그리스가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이며, 국내 은행의 그리스 관련 익스포저(노출액)는 0.8%에 불과하다.
다만 그리스의 경제·금융시장 비중은 작지만, '예상을 벗어나는 돌발적 상황 발생' 우려라는 점에서는 앞으로 1~2주 동안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그리스 사태는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신흥국 자금 유출 확대 등과 맞물려 국내 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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