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운명의 날, 소환 조사서 檢과 대결

[채송무기자] 정치권에서 '홍반장'이라 불리며 차기 대권까지 꿈꿨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경선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홍 지사가 8일 오전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홍 지사 소환을 앞두고 준비를 본격화했다. 홍 지사의 최측근으로 2011년 경선 당시 일정과 재무 업무를 담당한 나모 경상남도 서울본부장과 강모 전 비서관을 소환했고,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4번째 불러 조사했다.

또 검찰은 6일 국회 관리과와 운영지원과 경리담당실을 압수수색해 홍 지사가 의원직을 지냈던 2011년 당시 국회 의원회관의 의원실 호수와 배치도를 확보했다. 또 선관위로부터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후원금 자료와 경선 캠프의 회계 자료 역시 제출받았다.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국회에서 1억 원을 건넸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료 수집의 일환이다. 이미 검찰은 2011년 당시 윤 전 부사장이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넨 정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둔 상태다.

검찰은 돈 전달 과정은 물론 성완종 전 회장이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넨 동기 부분에 대해서도 그림을 완성했다. 자수성가한 성완종 전 회장이 정치권 진입을 위해 10여년 전부터 로비를 벌였고, 그 일환으로 한나라당 대표 후보였던 홍 지사에게 공천 보험금 차원에서 1억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홍 지사의 측근들이 돈 전달자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한겨레는 7일 검찰 관계자들을 인용해 홍 지사의 측근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지난달 중순 서울 신라호텔로 윤전 부사장을 불러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복수의 인사가 포함된 대책회의를 열어서 다 입을 맞췄다. 당신 하나 수사에 협조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또, 홍 지사의 또다른 측근 엄씨가 윤 전 부사장과 통화에서 "홍 지사의 부탁을 받고 전화했다. 1억원을 나아무개 보좌관한테 준 것으로 진술하면 안 되겠냐. 이미 그쪽(나 보좌관)과는 말을 다 맞춰놨다"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홍 지사가 조직적으로 윤 전 부사장을 회유했다는 것이어서 이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구속 사유인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에 해당할 수도 있다. 검찰은 이같은 수사를 바탕으로 홍 지사에 대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유명 검사 출신인 홍준표 지사는 지난 7일 연차를 내고 검찰 소환에 준비했다. 지난 6일에는 기자 간담회를 열어 "검찰이 윤 씨를 한 달 동안 관리 통제하면서 진술 조정을 했다"며 "자금 전달 장소도 오락가락하는 등 만들어낸 진술 조정을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요 증인인 윤 전 부사장 진술의 증거 능력을 문제삼았다.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이 검찰에서 한 마지막 진술은 1억원을 윤씨에게 생활자금으로 줬다는 것"이라며 "생활 자금으로 준 돈이 불과 2~3일 사이에 불법 정치자금으로 둔갑했다"고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배달 사고 주장을 했다.

검찰 조사로 혐의가 입증되면 홍 지사는 정치적 생명은 물론 법적으로도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 차기 대권주자를 꿈꾸던 홍 지사가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모래시계 검사의 피의자 소환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이날 검찰 소환 조사에서 홍 지사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