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10.5세대 LCD 패널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에 대해 22일 증권가에서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날 중국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 최대 LCD 패널 업체인 BOE는 400억위안(7조원)을 투자해 허페이에 10.5세대 LCD 라인을 신규 증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제품은 60인치 이상 초대형 TV 패널로 양산은 오는 2018년 3분기가 될 계획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4년 내내 BOE는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의 10.5세대 투자 참여를 권유했지만 국내업체들이 투자 참여를 하지 않으면서 단독으로 설비투자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BOE 투자 소식이 알려지면서 LCD 패널 수급 악화와 국내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주가는 지난 21일 4.07% 하락했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10.5세대 패널양산 일본 샤프의 월 5만장 규모가 유일한 상황에서 65인치 이상 대형 TV시장 선점을 위한 선제 투자라고 판단된다"며 "계획대로 투자 집행 시 대형 TV 패널에서 BOE가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 전문가들은 양산에 시간이 걸리고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단기적으로 국내 업체의 실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봤다. 다만 국내 업체도 향후 투자 방향에 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LCD 대신 OLED로의 사업 집중이 전망된다.
유 애널리스트는 "8세대 가동이 3년이 넘어서도 50인치 이상 초고화질(UHD) 패널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BOE가 3년 뒤 단독으로 10.5세대를 정상적으로 가동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실패 위험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또한 10.5세대 장비는 샤프의 10세대 이후 제작된 적이 없고 이후에도 제작될 가능성이 낮아, 제작에 참여할 장비업체가 많지 않을 경우 장비가격이 높아져 투자효율성이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BOE가 10.5세대를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과거 샤프가 10세대 정상 가동까지 많은 시행 착오를 경험했듯 BOE 우려가 현실화되기까지는 가시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국내 업체들이 BOE와 경쟁해 10세대 LCD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OLED 등 고부가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김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BOE 투자에 대응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10세대 투자라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투자 효율성 관점에서 10세대 투자의 당위성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초대형 TV 수요가 둔화되는 경우 과거에 일본 샤프가 10세대 투자 이후 겪었던 것처럼 가동률 부진과 마진 축소에 대한 리스크도 크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은 10세대 투자보다 OLED TV, 플렉서블 OLED 등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큰 분야의 고부가 제품 생산라인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유 애널리스트 또한 "국내 패널업체들이 2018년까지 OLED TV시장을 의미 있는 규모로 성장시킬 수 있다면 BOE의 10.5세대 신규 증설로 인한 공급과잉 문제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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