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정보통신 업계에 몸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라는 구호를 기억할 것이다. 지금은 빛바랜 사진처럼 오래된 이야기지만, 20 여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우리의 다짐은 현실이 되었다.
ICT 산업은 그동안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왔으며 지난 IMF 위기,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어려운 시기마다 우리 경제의 회복과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2014년 현재 ICT 산업은 ICT 분야 세계 2위의 무역흑자를 달성하고 전(全)산업 고용의 10%를 창출하는 등 명실상부한 주력 산업이자 경제의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더불어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도 지속되면서 우리 ICT는 다시금 국가경제의 혁신과 재도약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느끼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우리 ICT 산업을 둘러싼 환경마저도 그리 녹록하지가 않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우리 선도 산업들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아울러 뛰어난 벤처생태계, 거대 내수시장, 핵심기술 등으로 무장한 미(美)․중(中)․일(日) 3국 사이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이른바 새로운 '넛크래커'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바이두, 알리바바, 샤오미 등 중국의 ICT 기업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여 세계 시장에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우리 ICT 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ICT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는 지난 3월 25일 국가 경제의 재도약을 선도하는 핵심 동력으로서 ICT 산업을 재정비하기 위해 'K-ICT 전략'을 발표하였다. 기술개발에서 인재양성, 벤처의 글로벌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ICT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전략이다.
교육·의료·에너지·교통 등 ICT 융합서비스 확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중국․동남아 등을 대상으로 한 패키지형 ICT 전략품목 수출로 시장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또한 SW·클라우드·빅데이터 등 신산업 분야 9대 전략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함과 동시에 우리 선도 산업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신소자 ·소재뿐만 아니라 부품·시스템에 이르는 산업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혁신을 추진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우리 ICT 산업이 그 자체로서 더욱 강력한 성장엔진으로 되살아나는 한편 다른 산업의 활력을 북돋우고 국민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K-ICT, 담대한 도전의 첫단추"
지금의 산업구조 하에서는 정부의 정책과 전략은 민간과 시장의 적극적 역할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그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아무런 인프라가 없고 융합 환경도 마련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투자가 더 주효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스마트 디바이스 등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국가 간 시장 경계가 사라지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는 기업·대학·연구소 등 생태계 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 없이는 K-ICT 전략은 그야말로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현재의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흩어진 역량을 한 데 모아야 할 시점이다.
K-ICT 전략은 '2020년 ICT 산업 성장률 8%대 진입, ICT 생산액 240조원, ICT 수출액 2천100억불 달성'이라는 담대한 목표와 새로운 도전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 세대에 또 다른 ICT 대국(大國)으로 우뚝 서 있을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그 때에는 바로 K-ICT 전략이 그 첫 단추이자 청사진이었다고 회자될 수 있기를 바란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 양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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